드라마

로열 패밀리 - 역시 2회 연장이 문제였을까?

까칠부 2011. 4. 21. 11:37

2회 연장의 부작용일까? 극의 밀도가 떨어지며 중심이 흐트러지려 하고 있다. 물론 긴장감 있고 좋았다. 하지만 역시 2회 연장으로 인한 무리수로밖에 볼 수 없다.

 

어떤 물건이든 마찬가지다. 하나의 물건이 20년을 지나가면 같은 물건이더라도 전혀 다른 물건으로 바뀌게 된다. 제아무리 단단한 물건이라도 그렇다. 하물며 봉제인형이야.

 

그냥 모셔놓고 보기만 하던 인형이었을까? 한지훈(지성 분) 역시 그 인형을 항상 곁에 두고 기억도 안 나는 엄마를 대신해 꺼내보고는 했었다. 조니 헤이워드의 인형 역시 아주 어려서 헤어진 엄마를 대신한 것이었을 터다. 그런데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그것도 수제인형이 여전히 같은 모양인 채로 남아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오래된 물건에 귀신이 깃드는 것은 시간이 깃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과연 한지훈의 인형인 것을 증언할 사람이 단지 최재식 한 사람 뿐이었을까? 당시 고아원에서 함께 생활하던 아이들이 있었다. 제임스 딘과 깍지. 뿐만 아니라 검사 강충기(기태영 분) 역시 그 인형을 보았을 터였다. 최재식이 증언할 수 있으면 이들 역시 증언할 수 있다. 하기는 처음부터 이들 한지훈의 주위에서도 인형의 존재에 대해 당황해하며 의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역시 정작 극의 설정과는 달리 신품 인형을 소품으로 사용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었을 것이다. 신품 인형을 소품으로 사용하다 보니 20년 이상 된 인형이 신품 인형처럼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무리수의 하나.

 

인형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과연 사건현장에 그런 커다란 곰인형을 가지고 나타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형 안에 무슨 다른 증거를 숨겨두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인형이 있었던 장소에서 사건이 벌어졌다는 뜻이 되는데, 한지훈의 인형은 JK내 그의 방에 비치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인형이 있었던 장소에 대해서도 추적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바로 직전까지 강충기가 추적하고 있던 옥정공원 퍽치기들에 대한 수사부분이 한 회 거르는가 싶더니 아예 흐지부지되어 버리는 부분도 그렇다. 분명 어떤 연관이 있었으니 그리고 수사가 진행되었던 것일 텐데 강충기도 현재 이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기야 하겠지만 인형만을 증거로 한지훈을 범인으로 몰아넣고 오로지 그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은 역시 반전을 위한 반전일 뿐이라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이 쯤에서 한지훈이 한 번 위기에 몰려야 나머지 2회분을 긴장감 있게 끌어갈 수 있다.

 

아마 그럴 의도였다면 충분히 성공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채널을 돌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으니.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나려는가 싶은 순간 공순호(김영애 분)의 상식과 염치를 저버린 반격으로 지성은 헤어날 수 없는 함정으로 빠져들고, 그로 인해 김인숙(염정아 분)과 임윤서(전미선 분)의 반란 역시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고, 엄기도(전노민 분)의 존재마저 공순호에게 노출된 듯하다. 과연 친구 박민경(이채영 분)을 통해 공순호를 공격하는 기사를 쓰게 한 조현진(차예련 분)의 의도는 어떤 것이었을까? 어떻게 작용하게 될까?

 

그러고 보니 어색한 부분이 또 있다. 하필 임윤서와 더불어 반란을 시도하고 공순호와 마주 한 자리에서 옛이야기를 털어놓는 김인숙의 모습. 그런 모습은 이미 14회에서 보인 한 번으로 충분했다. 나머지 한 번은 모든 것이 끝났을 때, 그때 정리하는 차원에서 시도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김인숙이 공순호에 대해서 혈육의 정을 느끼기에 인정에 호소하려는 것도 아니고 선전포고까지 한 마당에 굳이 거기서 그런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자칫 공순호를 자극해 더욱 극단적으로 반응하게 만들 수 있을 텐데도.

 

조현진의 포지션 역시 아직까지도 애매하다. 물론 한지훈에 대한 애증은 이해한다. 한지훈을 사랑하면서도 김인숙만을 집착하는 한지훈을 원망하며 그와 거리를 두려 한다. 버리려 한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까지 김인숙을 찾아가 협상을 시도하고, 더욱 한지훈에 대한 증오로써 오히려 한지훈을 공격하는데 앞장서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긴 이런 부분에서 허술하면 작가로서의 기본도 안 되어 있는 것일 터다.

 

문제라면 조현진이라고 하는 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일 게다. 조현진이라는 캐릭터를 존재케 하는 일관된 의지다. 그녀는 어떤 의지를 가지고 드라마 안에 존재하는가? 단지 한지훈을 애증하는 존재로써? 항상 옆에서 엿듣고 훔쳐보며 내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바로 거기에서? 공순호에게서 듣고 김인숙에게 가서 따지고 한지훈과 이야기하며 다시 한지훈을 다그친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갈팡질팡하며 자기 중심을 찾지 못하는 모습은 차라리 리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2회 연장을 더해 18회짜리 미니시리즈에서 조현진이라고 하는 캐릭터는 너무 흩어져 있지 않은가?

 

박민경이라고 하는 캐릭터를 떠올린다. 조현진의 친구. 조동진의 정부. 한지훈을 유혹하고, 다시 한지훈에 도움을 주고, 한지훈의 주변과도 함께 어울린다. 마치 꼭두각시 인형마냥 작가가 원하는대로 필요에 따라 그녀는 자기 모습을 바꿔간다. 그래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주변인이기 때문에. 자기 롤 없이 극의 흐름을 보조하는 조역인 때문이다. 초반 상당한 비중으로 보이던 박민경의 캐릭터가 그렇게 되었듯 조현진 역시 마찬가지였을까? 마지막에 JK와 공순호에 치명적일 수 있는 기사를 통해 또 한 번의 반전의 폭탄을 준비할?

 

조동진(안내상 분)의 캐릭터는 그런 점에서 일관성이 있다. 그는 소심한 야심가였다. 사랑에 굶주린 보통의 남자였다. 야심도 있고 어머니로부터 인정도 받고 싶다. 그보다는 아내 임윤서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믿고 싶고 확인하고 싶다. 그래서 의심도 한다. 바람을 피운 사실을 듣고서도 오히려 그 대상의 격을 두고 자신의 체면만을 생각하는 임윤서에게 상처받던 그 모습처럼. 이번에도 JK와 공순호에 선전포고하는 임윤서의 단호함에 상처입은 짐승의 눈빛을 한다. 그리 비중은 없지만 자기만의 롤이 있다. 그것은 로열패밀리의 주제의식과도 통하는 것일 게다. 그에 비해 조현진에게는 어떤 의지가 있는가? 어떤 주제의식이 조현진과 연관되어지는가?

 

또 한 번의 반전을 통해 한지훈을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궁지로 내몰고 - 물론 거기에는 한지훈 개인의 의지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지훈이 그러고자 한다면 그런 정도의 허술한 혐의 따위 얼마든지 벗어 버릴 수 있다. 그러나 그러자면 김인숙의 존재를 노출시켜야 하기에. 김인숙을 노출시킬 수 없다고 하는 의지가 그로 하여금 스스로 궁지에 내몰리도록 만든다. 물론 김인숙 역시 한지훈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는 절박함에 막다른 벼랑으로 내몰리고 만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진심인 만큼 어느 쪽이든 파멸을 예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느 한 사람은 희생해야 하는 비극의 딜레마일까?

 

그런 상황에 마침내 김인숙이 빼어든 카드. 아마 자술서일 것이다. 한지훈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경찰에 출두해 모든 전말을 자백한다. 그것은 단순히 김인숙 개인의 치부만이 아니다. 김인숙이 금치산자이거나 혹은 한지훈과 불륜을 저질렀거나, 그것은 단지 김인숙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기지촌 양공주 출신에 살인에 연루되었고, 미국에서 이미 결혼하여 아들이 있으며, 그 아들이 이번에 피살된 채로 발견되었다. JK의 둘째며느리 김인숙이 그 유력한 용의자다. 그렇지 않아도 임윤서와의 이혼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로 곤란한 처지에 있는 JK로서는 상당히 뼈아플 수 있을 것이다. 김인숙도 벼랑에서 떨어지겠지만 JK도 타격을 면할 수는 없다. JK와 김인숙 자신을 맞바꾸려는 시도일 것이다.

 

사실 허술하기는 하다. 선전포고에 이은 실천에서도. 한 번 시작했으면 반격할 여지조차 없이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한지훈이 걸린다고는 하지만 김인숙이나 임윤서나 너무 피동적으로 휘둘리고 있다. 갑작스런 사태에 돌발적으로 선전포고를 하게 된 것이기는 하지만 준비가 부족하달까? 그래서 역시 반격도 무리수일 것이다. 역시 내일이 마지막회였다면 김인숙과 공순호 사이에 얽힌 오해며 사건에 대한 진실들이 그때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 재미있다고 괜히 연장해서 좋게 끝난 경우가 없었다. 이미 짜여져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전개되고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각자의 역할마저 그렇게 미리 준비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느닷없이 몇 회 더 연장방영된다면? 2회 분량의 이야기를 4회만에 끝내야 한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 사전제작을 주장하는 이유일 것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

 

2회연장이 결정되지 않았다면 이번 15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오늘 16회는 역시? 조현진의 캐릭터가 저렇게 떠 버렸을까? 긴장감도 있고 재미도 있었지만 무리해가며 한지훈을 용의자로 몰아갈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김인숙과 임윤서의 반란도 짜임새있게 규모있게 치밀한 단계를 밟아 진행되었을 테고. 괜한 김인숙과 공순호의 대면장면은 마지막에 어울리는 규모를 가지고 보여졌겠지. 상상하는 것만도 짜릿한데, 그러나 결과는 이리 허전하므로.

 

아쉽다. 방송국과 외주제작사의 입장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고 마는 드라마의 처지라는 것이. 녹화 직전 쪽대본을 써서 넘기며 방송국과 외주제작자의 입장에 맞춰 대본을 바꿔 써야 하는 작가의 처지라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 그로 인해 기대했던 만큼의 드라마가 아닌 실망을 감수해야 하는 시청자의 입장이라는 것도. 필자가 바란 <로열 패밀리>는 이런 허술한 무리수나 두는 드라마가 아니었을 텐데.

 

원래 트릭이란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준비를 갖춰 만들어가는 것이다. 음모와 반전이라는 것은 그래서 완성도와 짜임새를 갖는 것이다. 늘어난 분량에 맞춰 만들어가는 스릴러가 재미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JK와의 싸움이나 조니 헤이워드 살인사건이나 상당히 스릴러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이렇게까지 밖에는 보일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아깝다.

 

마침내 엄기도가 그 정체를 들켜 죽임을 당할 것 같고, 김인숙은 또 한 번 위기를 맞으리라. 임윤서는 더욱 원한을 키우고, 한지훈은 약속한 대로 공순호로부터 김인숙의 제거를 제안받으려는 모양이다. 그것은 결국 복선이었을까?

 

아직 그러고서도 2회가 더 남아 있다. 만일 2회 연장이 결정되지 않았다면 어제의 15회와 오늘의 16회는 어떤 모습을 띄게 되었을까? 오늘의 16회는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까?

 

재미라는 면에서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심장이 욱신거리며 조일 정도였으니까. 2회 연장으로 흐트러진 것은 있지만 마지막까지 이 기세를 유지하기를. 이대로를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련다. 아니 기대를 가질 수 있기를 오늘 확인해 보려 한다. 원래는 마지막이었을 16회, 나머지 추가된 2회는 어떠할 것인가? 오늘이 승부일 터다. 실망하지 않기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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