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임재범이 맛갔구나 비웃는 글을 보았다. 제대로 훅 갔는데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며.
임재범이라는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보컬리스트다. 역대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조차 50이 다 되어서 예전만 못하자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마 그 기준은 <나는 가수다>가 되겠지. 잘 하면 상관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대중의 경멸이 덧씌워질 것이다.
"임재범이라더니 이것밖에 안 되는 구나."
하긴 김건모도 그랬다. 이소라가 안타까워한 이유. 김건모도 역대급 보컬 가운데 한 사람이거든. 그러나 한 번의 무대로 그는 온갖 조롱을 들어야 했다. 그가 그동안 쌓아 올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소라 역시 그녀의 음악을 부정당하는 소리까지 들었었고.
그렇다. 아이돌을 그렇게 비난하지만 누구도 아이돌이 예능에 나오지 않는다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예능에 나오지 않으면 더 이상 노래를 들어주지 않을 거라 압박하지도 않는다. 예능에 나와서 서바이벌을 거치지 않으면 더 이상 아무도 노래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오라. 가창력 가수들에게만 그런다. 아니 이번에는 무려 조용필에 대해서마저 <나는 가수다>에 나와 다른 가수들과 경쟁하라.
얼마나 무도한 대중인가. 조용필만한 가수조차 대중 앞에 경쟁시키려 한다. 경쟁시키며 탈락의 위기에서 노래하게끔 하고자 한다. 아이돌에게는 그렇게까지는 않는다. 과연 이것이 가창력 있는 가수들에 대한 존중이며 인정의 차원이겠는가? 서바이벌이라는 자체가 어차피 가수를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니.
하여튼 웃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에 비판적인 가수들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비판적이고. 아니 비난과 조롱과 저주를 퍼붓고. 인신공격을 일삼고. 굳이 출연하지 않겠다는 가수들에 대해서는 너희들 때문에 실력 있는 가수들의 노래가 묻힌다. 누가 묻었는데?
결국은 지금의 대중음악시장이 누구에 의해 이렇게 왜곡되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아이돌을 떠받들지만 가수는 조롱의 대상이다. 단지 장난감이다. 가창력을 인정하지만 그것은 개줄에 묶인 강아지마냥 꼬리를 흔들 때. 그렇다고 존경하거나 존중하거나 아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이름만으로도 앨범을 구입하는 아티스트가 100명은 나와야 한다. 어림도 없지. 무대에 줄세우고 떨어뜨리겠다 협박하며 그러지 않으면 아예 음악을 들어주지 않겠다. 진정 존경해야 할 전설들마저 그 위에 세우고자 하고. 그것을 보고자 하고. 아니면 마땅히 저주를 퍼붓고.
좋게 보려 해도 희한하게 <나는 가수다>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으면 이게 과연 대중음악이나 가수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인가? 그 이전에 과연 대중이 <나는 가수다>를 소비하는 방식이란 무엇인가? 어떤 것이겠는가? 그리고 그것은 내가 무척이나 싫어하는 것이다.
물론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불쾌함이 계속 나를 자극한다. 어쩌면 <나는 가수다>가 방영하면 조금씩은 바뀔... 그러기에는 거의 깊이 뿌리박혀 있지. 가능할까?
실력있는 가수들이 인정받는 방법. 먼저 존경하는 것이다. 그들의 실력을. 업적을. 가치를. 그리고 존중하고 보호해주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 대중음악의 보물들이다. 비록 서바이벌의 무대에 세울지라도.
존경받아야 하는 이들이 광대가 되고 놀림거리가 되었을 때... 내가 대개 화내는 이유다. 못 참겠으니까.
바뀌기를 바란다. 부정적이지만 기왕에 하는 것이라면. 유일한 바람일 것이다. 존경할 수 있기를.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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