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꽤 되었을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문득 깨닫게 되었다. 참 사람들이 많이 아파하고 있구나.
가장 아픈 것은 역시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항상 눈치를 보았다. 항상 주눅이 들어 주위를 살피고 그에 맞춰가려 하고. 자존감이 부족해서였다.
자식을 사랑하면 매를 아끼지 말라던가? 그런데 그것이 습관이 된다. 백수의 왕 사자조차 어려서부터 조련사의 채찍에 길들여지면 단지 귀여운 애완동물에 불과하게 된다. 재롱을 피우고 재주를 넘고 비굴하게 맞지 않으려 약간의 먹을 것을 위해서.
인간은 그럴 수 없는 존재다. 인간에게는 자존이 있고 자아가 있다. 스스로 존엄하고 싶고 그 실존적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 거기서 가장 큰 만족을 얻는다.
그러나 처음부터 타율적인 존재로써 길들여지면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그리고 방향을 잃은 채 떠돌게 된다.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단지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그렇게들 고마워한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긍정해주고, 칭찬해주고, 잘 한 다는 한 마디가 그렇게 쑥스럽고 어색하다. 칭찬해주는데 그것이 어쩌면 그렇게 민망하고 불편할까?
김완선과 매니저였던 이모 한백희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단 가수와 매니저 사이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부모들이 그렇다. 선생들이 그렇다. 운동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 다 챙겨주려 한다. 자기 위치에서. 자기 입장에서. 그리고 그것을 강요하려 든다. 비판이 쏟아지고 비난이 가해지고 자연스럽게 사람이 위축되게 된다. 아예 자기라는 존재가 사라져 버린다. 내가 왜 살고 있느냐는 그 말처럼.
사랑이라 생각하지만 한 인간을 죽이는 행위다. 하지만 그것을 사랑이라 여기며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양심도 없다. 자아가 없는 사람은 이성이 없다. 사실상 거의 학대수준이라 보면 된다. 이모와 헤어지고 났더니 무엇 하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더라는 김완선의 말처럼. 끝내 자기 자신을 찾고자 몇 년을 먼 하와이에서 자신을 되돌아보았다는 그 말처럼. 너무 늦은 홀로서기였으리라.
결국 살아가는 건 자기가 하는 거다. 결국 언젠가는 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보살필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러나 그런 집착마저 사랑이라 착각한다.
너무 어려서 데뷔한 탓에. 그것도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었고. 이후의 활동에서조차도. 마치 인큐베이터의 어린아이마냥 무려 스물이 한참 넘어서까지도.
물고기를 주기 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라. 그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즐거움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보다 왜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가 이유를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으면 좋겠지.
아무튼 홍수아도 <영웅호걸>에 나와 그런 이야기를 한 바 있었다. 너무 어려서 데뷔하다 보니 은행에서 돈찾는 법도 몰랐다. 요즘 아이돌들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이다. 너무 어려서 연습생 생활만 하다가 기획사의 관리 아래 숙소생활을 하면서 과연 정상적으로 사회인으로써 성장할 수 있겠는가? 이전 아이돌 선배들 가운데서도 아이돌 생활이 끝나고 적응하지 못해 불미스런 일로 언론지면을 장식한 경우가 제법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교성적이 떨어지면 연습생을 그만두게 한다는 JYP의 시스템이 합리적이기는 한데. 그보다는 역시 어려서는 정상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참 슬펐다. 또 내가 좋아하던 김완선이라 더 울컥했는지도 몰랐다. 그 행복해 보인 이면에 그런 아픔이 있었다니. 그럼에도 여전히 그리워하며 온전히 미워할 수 없다는 것이 또 아픔일 것이다. 아예 미워할 수라도 있다면. 그것이 인연이라는 것이겠지.
한 개인의 이야기라기에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매를 아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칭찬을 아껴서도 안 된다. 단지 물을 먹이려 우물에 데려다 놓아도 억지로 먹이려 들면 탈이 나는 법이다.
이제라도 훌훌 털어 버리고. 무엇보다 직접 회사를 만들고 앨범을 제작했다니 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댄싱 퀸의 귀환을 환영하며.
이렇게 공감하며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나이를 먹어간다는 뜻일 게다. 나이를 먹어 좋은 점 한 가지다. 영원한 김완선의 팬으로써. 항상 웃는 모습이었으면 한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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