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경험해 보시겠습니까?"
아마 김태원의 저 말이야 말로 이번 <남자의 자격 : 살아서 돌아오라!>편의 주제였을 것이다.
항상 그랬다. <남자의 자격>은 무리하게 도전하거나 하지 않았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만. 그것이 <남자의 자격>만이 갖는 '공감'코드의 이유였다.
불편하지 않았다. 긴장도 되지 않았다. 멤버들 만큼이나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한결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지켜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라면?"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누구나 그런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항상 모든 것을 갖추며 살아갈 수는 없기에 어떻게든 맨손으로 해결해야만 하던 때가. 어렸을 적에도 쓰레기란 노다지와 같은 뜻으로 쓰였었다. 이리저리 뒤지고 살피다 보면 어쩌면 이리도 훌륭한 물건들이 쓰레기가 되어 버려져 있는 것일까.
산에 놀러 갔는데 정작 밥을 지어 놓고 수저가 없다. 혹은 그릇이 없다. 텐트를 쳐야 하는데 우연히 옆에 누군가 버리고 간 스티로폼이 놓여 있다. 군대에서도 아무것도 없이 라이터와 반합만으로 주위에서 나뭇가지며 낙엽을 모아 훌륭하게 라면을 끓이기도 했었다.
김국진이 불을 피우는 것을 보니 어느새 눈이 따끔거리며 눈물이 맺힐 것만 같고, 허술하게 텐트를 깔고 덮고 자려 할 때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가르쳐주고 싶다. 양준혁이 커다란 스티로폼 덩어리를 들고 왔을 때는 무릎을 치며 잘 했다 어깨를 두드려주고만 싶었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다. 스티로폼 덩어리로 담을 삼고, 골판지를 잘라 바람을 막고, 땅을 파고 돌을 쌓아 화덕을 만들고. 봉도 그러고 보면 냄비걸이로 쓸모가 있다. 책도 불쏘시개로 아주 유용하다. TV도 텐트가 날리지 않도록 고정시키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한다.
이경규와 이정진, 윤형빈이 대나무와 부직포로 얼기설기 지은 오두막은 그리도 아늑해 보였다. 그 좁은 안으로 나 역시 들어가 몸을 누이고 쉬었으면. 나무 타는 냄새와 부직포의 냄새와 발냄새, 땀냄새, 음식냄새가 어우러져 아주 독특한 향취를 풍겼을 것이다. 바람에 실려 오는 바닷내음도 정겨웠을까? 이정진이 혼자 섬을 둘러보겠다고 하니 윤형빈이 하는 말,
"형님, 여기가 제일 좋은 데요~!"
그러고 보면 또 더 좋은 자리 찾는다고 돌아다녀 봐야 결국 원래 그 자리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그래도 욕심에 더 나은 무언가를 찾아 돌아다니게 되고, 그리고 한참 돌아다니고 나면 틸틸과 미틸이 찾던 파랑새가 어째서 집 새장 안에 있었는가를 깨닫게 된다. 집 나가면 고생이다. 괜한 욕심으로 돌아다니면 고생이다.
역시 막내답게 윤형빈은 알아서 부지런을 떨고. 큰형님 이경규에 이정진의 부름과 요구에마저 투덜거리면서도 순둥이처럼 잘도 따른다. 왕비호의 짓궂은 웃음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여유로움이 <남자의 자격>만의 정겨움을 자아내고 있지 않을까.
어느새 '대구댁'이라는 캐릭터를 부여받은 양준혁 역시 남다른 체력과 생존력으로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의 전혀 미덥지 않은 세 형제를 건사하고 있었다. 텐트도 제대로 치지 못해 덜덜 떨며 잠도 못 이루던 세 사람이 비로소 숙면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양준혁의 공일 것이다. 텐트로 바람막이를 만들고, 스티로폼으로 담을 세우고, 화덕을 만들로, 계란을 삶고, 계란탕도 만들고. 문득 재작년 '석모도편'에서 아침일찍 일어나 멤버들의 아침을 준비하던 김성민이 떠오르지 않는가?
하긴 김성민 대신으로 들어왔으니. 이제 이정진이 나가고 전현무가 들어오면 두 사람이 하나로 김성민의 몫을 하게 될 것이다. 정말 대단했었다. 양준혁만큼이나 뭐든지 잘하는데, 전현무 만큼이나 정신이 없다. 전현무가 양준혁만큼 일을 잘할 지는 모르겠지만, 양준혁의 입담에 그의 일솜씨만큼은 아직까지는 안 된다는 것은 확실히 드러나 보인다.
그렇게 막내는 막내로써의 역할을 다 하고, 막내로써의 구박덩이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니 일부러 입을 열어 말을 하지 않아도 분량이 나온다. 윤형빈은 당하는 것으로도 좋다. 양준혁은 <남자의 자격>의 구원투수로써 이제까지와는 다른 활력을 불어넣는다. 양준혁의 포지션은 김국진도, 김태원도, 이윤석도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이윤석 100명 분의 에너지다.
결국은 이경규의 말마따나,
"혼자서는 무인도에서 못 보냈을 텐데 정진이와 형빈이하고 함께 보내니 든든했고..."
인간이 인간인 이유,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니까. 그리고 도구를 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 무엇도 없는 상황에서 인간은 인간임을 드러내게 된다. 서로 의지하고 서로 협력하며 도구를 찾고 도구를 이용해고, 생존을 위해서. 다만 그것이 리얼이라면 참으로 비참하고 처절한 상황일 테지만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남자의 자격>만의 넉넉함일 것이다. 리얼이 아니다. 리얼리티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보면 어떨까? 굳이 아는 사이일 필요는 없다. 모르는 사이더라도 어디 무인도에서 하루를, 혹은 며칠을 보내며 야생에서의 삶을 체험해 볼 수 있다면? <남자의 자격>에서 그랬던 것처럼 최소한의 물품만을 가지고 섬으로 들어가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발견해 볼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준비된 넉넉함과 그럼에도 아무것도 없기에 당연한 치열함 속에서 여유와 낭만을 즐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밤 좁은 텐트 안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김태원, 김국진, 양준혁, 이윤석 팀처럼.
아예 게임처럼 몇 가지 도구들을 마련해 놓고, 혹은 인위적으로 쓰레기장을 만들어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비치해 둔다. 나뭇가지를 주워 불을 피우는 것은 관리자가 그럴 수 있도록 주위에 흩뿌려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연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를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럴 수 있으면. 나도 역시 그리 할 수 있었으면. 항상 그리 생각하게 만드는 미션들이. 죽기 전에 해 봐야 할 101가지라는 것은 <남자의 자격> 멤버들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것일 게다. 단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청자에 대해서도 한 번 해 보면 좋지 않겠는가.
그것이 좋았다. <남자의 자격> 다움이. 지나치게 진지해지지 않고, 쓸데없이 심각하지 않고, 그리고 여유있고 넉넉한 그런 일상의 모습들이.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들이. 바로 내 이야기처럼.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다. 나도 저 자리에 있었으면. 기대와 아쉬움으로.
아무것도 없이 겨우 몇 가지의 물품들만을 가지고서. 야성이란 인간의 고향일 것이다. 남자의 고향일 것이다. 야생으로 돌아가고 싶다. 무인도에 가고 싶다. 진심으로 생각했다. 즐거우리라. 좋았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5
'남자의 자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의 자격 - Good Bye 비덩! (0) | 2011.05.09 |
---|---|
남자의 자격 - 전현무 스페셜... (0) | 2011.05.08 |
임재범 - 감정선이 더 깊고 풍부해졌다... (0) | 2011.05.01 |
남자의 자격 - 대구댁 양준혁... (0) | 2011.05.01 |
남자의 자격 - 이정진 하차... (0) | 2011.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