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 - 가장 중요한 일은 당사자도 모르는 새 이루어진다!

까칠부 2011. 5. 10. 14:59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항상 내가 모르게 이루어진다. 전혀 잘 알지도 못하는 한 여자의 거짓말이 일파만파로 오해가 겹치며 여자들의 수다에 의해 퍼져나가며 어느 사이엔가 한 여자의 남편이 되어 버렸다. 얼마나 황당할까?

 

솔직히 조금 지루했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말부터 <시크릿 가든>을 시작으로 비슷한 타입의 로맨틱 코미디가 적잖이 방영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 현재도 벌써 한 주 빠르게 <동안미녀>와 <최고의 사랑>이라는 로맨틱 코미디가 방영되고 있는 중이다. 한결같이 사회적 지위와 능력에 비례해 까칠한 남자주인공과 그에 반비례해서 사랑스러운 여자주인공이 만들어가는 사랑 이야기였다. 그런데 또 까칠한 현기준(강지환 분)과 사랑스러운 공아정(윤은혜 분)의 모습이라니. 현기준이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어쩌면 벌써부터 지겨워지려 하고 있었다. 또 한 편의 뻔한 로맨틱 코미디가 만들어지겠구나.

 

하지만 그것은 함정이었다. 공아정과 현기준의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공교로운 만남. 그리고 이튿날 공아정은 친구 아닌 원수인 유소란(홍수현 분) 앞에서 기죽기 싫어 이미 결혼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첫사랑을 빼앗아 결혼까지 한 유소란 앞에서, 더구나 첫사랑이던 천재범(류승수 분) 앞에서 괜히 기죽기 싫어 오기를 부린 것이 하지도 않은 결혼을 했다는 거짓말로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바로 병원에 실려가면서 보호자로서 동행해준 현기준에게 병원비를 갚으러 가는 자리에서 헤프닝이 벌어지며 또 다른 친구 지은(송지은 분)이 현기준이 고아정을 안고 가는 것을 보면서 오해가 깊어지고.

 

처음에는 고아정이 벌써 알리지도 않고 결혼했을 리 없다는 확신에서 유소란에 의해 친구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한 고아정의 거짓말은, 지은의 목격담이 더해지며 마치 사실처럼 주위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친구에 친구로, 지인에 다시 지인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얼마나 좁은가? 아주 잠깐 사이에 소문은 돌고 돌아 현기준의 맞선상대에게로, 그리고 현기준의 지인들에게까지 퍼지며 마치 사실처럼 확정되어 버린다. 세 사람이 모이면 호랑이를 한 마리 만든다더니 오해와 오지랖은 결혼도 안 한 사람을 유부남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나마 전조라도 보였다면 나았을 것이다. 무슨 단서라도 보이고 했다면 납득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예 관심도 없었다. 우연으로 몇 차례 서로 얽히긴 했지만 아직 서로에 대한 감정이라는 것이 생기기도 전이었다. 성격도 그렇게 다른데, 두 사람 사이에 어떠한 사연이나 이야기가 생겨나기도 전에 벌써부터 결정되어 버렸다. 당사자도 아닌 주위의 소문에 의해. 마치 북경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뉴욕에서는 태풍이 분다는 그대로 작은 거짓말 하나가 멀쩡한 사람을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대의 남편과 아내로 만들어 버렸다.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하품을 하다가 문득 자세를 바로 하고 TV 앞에서 집중하게 된 이유였다. 바로 다음회 예고와 엔딩크레딧이 올라오고 있기는 했지만 이것 참 흥미롭지 않은가? 현기준의 당황은 시청자인 필자의 재미이며, 현기준이 곤란한 것은 필자에게 흥미가 된다. 공아정 역시 마찬가지다. 괴롭히고 난처하게 만듦으로써 극은 웃음을 만들고 재미를 만든다. 도대체 앞으로 두 사람의 사이가, 아니 현기준과 공아중 두 사람은 지금의 이 황당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시놉시스가 있으니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과정이 무척 궁금해진다.

 

참 밝다고나 할까? 공교롭게도 현재 공중파 3사에서 방영중에 있는 세 편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들이 각자 다른 색깔로 다른 느낌을 전하고 있다. KBS의 새 월화드라마 <동안미녀>가 80년대 자수성가물의 억척스러움과 그에 어울리는 암울함을 보여준다면 SBS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철저히 파트너로써 로맨틱 코미디가 갖는 본질적인 유쾌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주인공 역시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현기준의 경우 그나마 가장 정상적으로 까칠한 가운데서도 따뜻하고 배려심이 있다. 아마 그것이 지금의 황당하기까지 한 상황을 공아정과의 달달하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어 버리는 것일 테지만 말이다.

 

색으로 따지면 <동안미녀>의 경우가 짙은 웜그레이라면,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화사한 콜드그레이에 가깝다 할 것이다. <최고의 사랑>은 그 가운데 위치한다.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전형적이고 그래서 익숙하고 재미있는 것이 <최고의 사랑>이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그보다는 한결 밝은 것이 윤은혜의 매력을 극대활 것이 기대된다.

 

다만 아쉽다면 윤은혜의 고질적인 연기력의 문제. 그리고 강지환의 남자주인공으로서는 존재감이나 매력에서 약간의 손색이 느껴진다는 점일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주연배우들의 매력이다. 얼마나 이입하여 판타지를 즐길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점에서 연기력의 부족이 가끔 거슬리기는 하지만 윤은혜만의 매력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그보다는 윤은혜와 맞서 현기준의 캐릭터가 갖는 매력을 시청자들에 전달해야 할 강지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윤은혜는 충분하다. 그러면 강지환은?

 

아무튼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무척 재미있는 드라마 하나를 새롭게 건진 느낌이다. 유쾌하고 즐겁다. 로맨틱 코미디가 추구해야 할 지향이 무엇인가를 놓치지 않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이유. 로맨틱 코미디를 만드는 전재. 그 유쾌함과 즐거움.

 

본격적인 이야기는 오늘 5월 10일 화요일 저녁에나 진행될 것이다. 여전히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얼떨결에 주위에 의해 결혼까지 하게 된 두 사람은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등장인물들의 곤란함이나 난처함은 시청자의 즐거움이다. 기대한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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