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나는 가수다 - 김재동이 비난을 듣는 이유...

까칠부 2011. 5. 10. 19:34

원래 가수들의 경연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에 개그맨을 매니저로 출연시키라 한 것은 짓궂게 굴라는 뜻이었다. 서로 짓궂은 말이나 행동을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라.

 

어찌되었거나 <나는 가수다>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예능프로그램이란 재미있어야 한다. 단지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는 재미를 담보할 수 없기에 개그맨을 출연시켜 웃음을 주고자 했던 것이었다. 굳이 매니저였던 것은 가수와 한 팀이 되어 경쟁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웃겨보라.

 

이를테면 부를 노래를 결정하는데 윤도현이 선택한 ‘마법의 성’을 김연우가 오히려 더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것 같자 윤도현을 끌고 뒤로 돌아서 상의하는 포즈를 취하던 것과 같은 것이다. 박정현이 부르는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에 이소라가 그 노래 부르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며 너무 잘해서라고 애교있게 경계하는 모습처럼.

 

다만 가수들이 그러기에는 아무래도 거리낌이 있으니까. 가수들이 직접 나서서 박명수나 고영욱이 그러듯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소라가 YB보다 훨씬 나은데?”

“YB가 가장 못해서라기보다는 음색과 노래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기껏해야 김범수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상과 퍼포먼스에 대한 놀라움 가까운 놀림이 있을 뿐. 그래서 김제동도 그에 YB의 매니저로서 받아친다.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시고...”

 

어쩔 수 없이 경연이라는 것이다. 경쟁이다. 그런데 노래만 부르고 말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더구나 가수들끼리 서로 공격하기에는 서로 동업자이고 서로 존경하는 관계다. 사실 가수들끼리 서로 공격하고 해봐야 그다지 보기에 좋지도 않다. 그렇다면 누가 하는가?

 

청중평가단과 직접 인터뷰를 딸 수도 없으니 개그맨들은 청중평가단을 대신해서 무대에 대한 아마추어로서의 평가를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수의 무대가 끝날 때마다 자기의 감상을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그 순간 만큼은 개그맨들 역시 대중이다. 그리고 대중을 벗어나 매니저로써 자기 가수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지난주부터 지켜봤는데 고영욱씨는 자기 가수를 부동의 1위로 올리네요.”

 

자기 가수를 부동의 1위로 올리는 것이나, 그것을 또 언급해서 견제하는 것이나. 서로 경쟁이라는 것을 하다 보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모습 아니던가? 그러나 가수들끼리 직접 그러기에 무리가 있으니 개그맨들이 대신하는 것이다. 김제동이, 박명수가, 고영욱이, 이병진이, 지상렬이, 박휘순이, 김태현이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라면 처음 예상과는 달리 굳이 개그맨이 필요치 않은 무대가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노래만 부르는 것으로 되겠느냐? 그래서 경쟁을 도입했고, 탈락자를 뽑게 되었고, 그러고도 불안해서 가수들을 대신할 개그맨을 매니저로 배치했다. 그런데 이제 개그맨 매니저들이 하는 소리가 잡음으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수들의 노래만 있으면 충분하다.

 

가수들의 무대에 압도된 나머지 개그맨들이 하는 말이 어쩐지 건방지고 거슬리게 들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특히 그 가운데 김제동의 경우는 지난 번 김건모의 재도전과 관련해서 시청자들의 미움을 산 것도 있었고.

한 마디로 희생양이다. 어찌 개그맨 따위가 저런 대가수의 무대에 왈가왈부하느냐? 가수와 무대에 대한 평가야 다른 개그맨들도 다 하는 것이지만 더구나 김제동은 진지한 이미지까지 있어서. 한 번 미운 털 박힌데다 너무 진지한 캐릭터라는 것이 부담감으로 - 아니 거부감ㅇ로 작용한다. 왜 거기서 그런 소리를 하는가?

 

어쩌면 거기에는 개그맨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도 작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원래 연예인 가운데서도 배우가 가장 위고 개그맨이 가장 아래다. 가수가 코미디를 하는 것은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개그맨이 가수를 하게 되면 그대로 코미디가 되어 버린다. 가수가 코미디를 잘 하지 못하면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개그맨이 노래 못하면서 가수를 하면 비난을 듣는다. 사람들을 웃기는 직업이다 보니 우습게 여겨지기 쉬운 직업이랄까?

 

개그맨이 노래에 대해 무얼 아는가? 음악에 대해 무얼 그리 많이 아는가? 어차피 청중평가단 역시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일반 대중들일 텐데도. 사실 김제동을 비난하는 사람들 역시 입장은 그렇게 다르지 않다.

 

원래 그러자는 캐스팅이었고 그러라는 역할이었다. 가수들이 서로 그러지 못하니 매니저들끼리 툭탁거리며 싸우라. 다수를 대신해서 서로를 공격하고 또 방어하며 놀리고 웃고. 그래서 그러고 있는데 하지 말란다. 가수들을 단지 대상으로써 소비하려고 드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던 것이 기우였음이 드러나는 다행스러운 순간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로 인해 거꾸로 개그맨이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야. 그렇다고 밋밋하게 무대 올라가서 노래만 하고 내려오기에는 이건 또 음악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모순인데, 어쩔 수 없이 대중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 딜레마라 하겠다. 개그맨의 멘트를 줄여야 할까? 차라리 실제 가수들의 매니저를 출연시켜 리얼하게 토크를 뽑아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실제 매니저들이 그러고 놀고 있다면 이렇게까지 비난을 듣거나 하지는 않을 테지.

 

사실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는 말들인데. 그냥 하는 농담이었고, 가수들에게만 맡겨 놓기에는 너무 진지하고 친절한 분위기라 예능프로그램으로써 당연히 할 수 있는 멘트들이었다. 경쟁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상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말들이었고. 그 역할을 개그맨들이 맡은 것이다.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닌가. 또 그 만큼 가수들의 무대가 훌륭했던 때문이리라.

 

제작진도 이 쯤 해서 생각을 달리 했으면 좋겠다. 대중의 판단이 이러하다. 개그맨은 이제 굳이 필요 없다. 개그맨들이 자기 역할을 하려다 보면 결국 이런 식으로 대중의 비난에 직면하기 쉽다. 그만큼 가수들의 무대는 대단했고 가수들도 대단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개그맨을 프로그램에서 빼든가 아니면 개그맨들의 역할을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괜하게 또 엉뚱한 개그맨을 상처입힐 수 있다.

 

가수들에 잡아먹혔다. 예능프로그램인데 개그맨이 필요 없는 가수들의 프로그램이 되었다. 고무적이기는 한데 그 반응들이 상당이 어색하고 불편한. 어째서 누군가를 상처입히면서밖에는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김제동이 비난을 듣는 이유일 것이다. 음악이 예능을 대신해 버렸다. 그리고 개그맨이 내쳐졌다. 예능의 주인공이 음악인이 되어 버린 것. 음악의 힘은 이렇게 대단했다.

 

어쩌면 행복한 아이러니일 것이다. 예능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때 음악이 예능을 지배하게 되었다. 다만 누군가를 상처주고 하는 것이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는 자세인가. 임재범의 말마따나 음악이란 즐기는 것일 게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즐기는 음악이란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대중을 탓할 수는 없고. 제작진의 판단이 필요하다 하겠다. 이대로 계속 개그맨 매니저를 밀고 나가겠는가? 아니면 역할을 변경하겠는가? 제작진의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