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쳤다. 너무 욕심을 부렸다. 이것저것 좋다고 많이만 우겨넣는다고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닐 텐데도. 오히려 간결해서 좋은 경우가 더 많다.
당장 노순금과 강건우와의 관계만 해도 그렇다. 3년 전 유학을 떠나기 전날 밤 우연히 만나 술값을 빚지게 되었다. 그 술값을 받으려다 노순금(성유리 분)은 강건우(정겨운 분)가 없는 사이 강건우의 집에 식모로 들어가게 되고, 그때의 만남으로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된 강건우는 유학을 마치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이 집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굳이 강건우가 유학을 떠난 사이 노순금은 강건우로 편지를 주고받을 필요가 있었을까?
아니면 전에 일하던 할머니의 부탁으로 전혀 얼굴도 모르는 주인집 아들과 할머니의 이름으로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객지생활의 어려움과 외로움과 고달픔, 절절한 편지내용에 할머니의 이름을 빌어 위로를 해주고 하는 사이 어느샌가 그를 가까이 느끼게 되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주인집 아들의 모습에 설레는 것을 느끼는데... 기왕에 남의 이름으로 편지를 주고받을 것이라면 서로 아예 모르는 사이인 쪽이 이입하기도 좋을 것이다.
하기는 그래서 지금 현재 강건우와 노순금 두 사람의 감정이 아직도 모호하다. 첫만남에서 생겨났을 감정은 이후 3년 동안의 편지왕래를 통해 가려진다. 3년 동안의 편지왕래는 처음 만남을 통해 정작 당사자인 노순금에게 어떤 호기심도 신선함도 없다. 3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하게 편지를 계속 주고 받았으니 궁금함도 없을 테고, 그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이 누구인가 알고 있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도 기대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정작 3년만에 만나고서도 그저 만나는가보다. 더구나 만나고 나서 터지는 것이 이미 그만둔 박춘금을 이유로 노순금을 내쫓는 것이다. 그게 2회 분량이다.
차라리 그냥 아예 3년 뒤 귀국하는 시점에서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부당하게 쫓겨나서 그러나 운이 좋게도 복권이 당첨되어 일확천금을 손에 넣게 되었다. 그것을 1회 분량으로 채우는 것이다. 최소한 예고편으로 나온 만큼이라도 2회를 채울 수 있었다면 다음주에 대한 기대도 커지련만. 과거는 과거의 일로써 묻어두고 조금씩 나중에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상당부분 이야기를 빠르게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아직까지도 프롤로그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로맨스 타운>을 보면서 사람에 따라 산만하다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 중요한 핵심만을 살리고 빠르게 전개해 나가야 할 텐데 로맨틱 코미디 치고 주위 이야기가 많다. 인공이 나오지 않은 주위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세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강건우와 노순금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모두 쳐내고 핵심만 남겨두는 쪽이 설명하기에도 좋으련만 아것저것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으려 하는 바람에 보는 사람이 먼저 지쳐 떨어진다. 2회까지 방영되었는데도 포인트를 잡아 설명하려 해도 너무 길고 복잡하다. 산만한 것이다.
정작 노순금이 자기의 것이 아닌 복권으로 복권 1등에 당첨되는 부분은 상당히 깔끔하고 좋았건만. 원래는 왼쪽이 노순금의 것이었는데 노순금이 해고당한 충격으로 돌아보지 않는 사이 다른 사람들의 착각으로 복권이 바뀌게 되었다. 행운이들 불행이든 홀로 오지는 않는다. 해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그 로또는 다른 식모들 것이었겠지. 하지만 그같은 너무 세세한 디테일이 드라마의 맛을 해치고 있지는 않은가.
<로맨스 타운>을 보며 느끼는 부분이다. 너무 욕심이 많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아내려 한다. 그것이 밸런스를 깨뜨린다. 벌써 2회째인데도 주인공 강건우와 노순금의 사이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짧아도 아쉽고 길어도 지겹다. 캐릭터 서명은 딱 석 줄 정도가 적당하다. 머리가 아닌 직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량이다. 이번엔 너무 넘쳤다. 아쉬운 부분이다. 너무 길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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