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위대한 탄생 - 미라클맨이 손진영을 잡아먹다!

까칠부 2011. 5. 14. 17:57

마침내 '미라클맨'이 손진영을 TOP4에서 먹어치워 버렸다.

 

당연한 결과였다. 미라클맨이란 실력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이 자리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뜻이다. 기적이란 실력으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외적 요인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어느 사이엔가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손진영에게 TOP4이상은 무리가 아닐까? 이쯤에서 떨어져 주는 것이 손진영에게도 좋을 것이다.

 

이미 실력을 이유로 떨어뜨리기에는 상당히 멀리 왔음에도. 5월 13일 방영된 생방송 무대에서도 손진영은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훌륭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었다. 다른 이태권이나, 셰인, 심지어 유력한 우승후보인 백청강보다도 훨씬 나은 무대였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다. 여전히 음색은 촌티가 나고, 여러가지로 많이 어색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처음 사람들 앞에 나섰을 때의 모습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일취월장, 괄목상대라는 말이 어울리는 변신이 아니던가. 가장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출연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번 박힌 이미지라는 것이. 실력도 없이 운과 멘토 김태원의 후광과 비장한 드라마로 인한 동정표로 인해 여기까지 왔다고 하는 선입견을 벗어버리기란 무리가 있었다. 이미 기적을 이루는 사나이 미라클맨이었기에 그가 올라갈 수 있는 것도 기적이 허락하는 수준까지, 즉 더 이상의 기적을 허락할 수 없을 때 그는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는 그만한 놀라움이 있어야 할 텐데. 어지간히 강한 충격이 아니고서는 기존에 박힌 선입견을 부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손진영이 그런 모습을 보였는가. 하필 신승훈의 말마따나 선곡에 따른 심한 기복이 발전과 변신이라고 하는 드라마를 써가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아직까지는 그저 <위대한 탄생>의 멘토시스템이 갖는 모순의 증거로써 비판과 옹호의 중심에 놓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발전하고 변화하는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여기까지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으니까. 양날의 검이었을 것이다. 미라클맨이라는 캐릭터는. 손진영이 과연 어기까지 올라가는가 지켜보고 싶어 하면서도, 어느샌가 무의식적으로 선을 그어 놓고 있었다. 기적은 여기까지. 안타깝게도.

 

이태권의 무대는 평이했다. 어떻게 불러도 긴장도 흥분도 되지 않는 담담한 무대가 이태권의 장점이자 한계다. 팝송미션에서의 Bad case of loving you와 같은 인상이 강한 곡이 아니고서는 지금의 지루함을 깨부수기란 어려울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기본적인 음색과 노래실력이 훌륭하다는 점이 여전히 그를 우승후보로 남아 있게 한다.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이렇게까지 재미없게 부르는 가수는 처음 본 것 같다.

 

셰인의 무대는 자신의 장점을 십분 살린 무대였다.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을 이선희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잘 소화해 부르고 있었다. 비록 언어적인 한계로 인한 가사전달력의 문제나 고음에서의 불안함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런 정도는 마성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셰인의 미성이 주는 매력에 비하면 사소해 보일 정도였다. 아마 멘토들도 그런 점을 높이 봤으리라. 비주얼도 남은 멤버들 가운데 가장 훌륭했다. 남을 만 했다.

 

백청강은 신승훈의 말처럼 하고 싶은 노래와 해야 될 노래를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전혀 새로운 것 없이, 어떤 장점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한계만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격렬한 춤과 노래를 함께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일 테지만, 그러나 그런 정도는 현재 활동중인 아이돌들도 어지간하면 다 하는 수준이다. 오히려 백청강 쪽이 훨씬 거칠고 어색하다. 이은미 멘토가 지적한 것처럼 이미 한 차례 지드래곤의 'Heart Breaker'를 통해 춤과 노래를 함께 하는 무대를 보여 준 바 있었는데 또 다시 이런 무대를 보일 필요가 있었겠는가. 차라리 멘토 김태원과 다른 멘티들과 함께 한 부활 9집의 '1970'무대에서 더욱 백청강의 보컬이 돋보였던 점에 비추어 선곡에서의 미스가 상당히 뼈아프다. 팬의 지지가 그를 살렸다.

 

반면 손진영은 바로 이 노래다 싶을 정도로 노래를 잘 만났다. 항상 인생을 담아 노래를 부른다는 말처럼 손진영과 너무 잘 어울렸고, 손진영의 시원스런 고음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 그러고 보면 손진영의 가장 큰 단점 가운데 하나가 목소리가 너무 올드하다는 것이다. 바로 강산에가 한창 활동하던 시절의 목소리다. 10년만 일찍 태어나 데뷔했었더라면. 아, 10년 전이어도 2001년일 것이다.

 

아무튼 TOP의 무대를 모두 지켜본 결과는 김태원 멘토스쿨 김태원과 외인구단 가운데  최초로 손진영의 탈락. 여기가지였던 것이었다. 대중이 허락한 것은. 대중이 지켜보고자 했던 기적은.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나은 무대였지만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어쨌거나 그래서 결과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이,

 

"이제는 셰인이로구나."

 

원래는 김태원과 외인구단을 지지했었다. 특히 그 가운데 손진영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럴 수만 있다면 손진영이 우승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

 

드라마에는 반전이 필요하다. 재미와 감동은 충격량에 비례한다. 백청강이나 이태권이 우승해봐야 놀라움이 없다. 이미 초반에 누가 우승할 것인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드러나 버린 터라 사실상 더 이상 지켜본다는 의미가 없었다. <위대한 탄생>이 생방송 들어가면서 오히려 시청율이 답보상대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그 때문이다. 누가 될 것인가 궁금해야 하는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손진영이 계속 예상을 깨고 살아 올라옴으로써 대중들 사이에 회자될 수 있었다. 떨어져야 했을 사람이 올라왔다느니, <위대한 탄생>의 태생적인 문제라느니, 손진영도 여기까지 올라올만한 자격은 충분하다느니, 항상 좋은 소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까지는 <위대한 탄생> 출연자 가운데 멘토들 제외하고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진 출연자일 것이다. 바로 드라마가 갖는 힘이다. 반전의 충격량이 갖는 위력이다.

 

그런데 이제 손진영마저 떨어져 버렸으니. 이대로 백청강이나 이태권이 우승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할까? 그렇다고 그런 지루함을 날려버릴 정도로 뛰어난 무대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태권의 무대는 항상 그렇고, 백청강은 오히려 정체에서 퇴보하고 있다. 심지어 5월 13일의 무대에서는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손진영보다도 못한 무대를 보여주고 있었다. 기대도 흥미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차라리 셰인이었으면. 여전히 한국말이 서툰 출연자. 그래서 가사의 뜻도 모른 채 멘토 신승훈이 설명해 주는 것을 참고로 가사만 어떻게 외우고 이해해 부르는 외국인. 또한 모두가 한계를 점쳤던 출연자이기도 했다. 언어적인 차이는 상당한 핸디캡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 살아남았다. 발전된 모습이며 다양한 가능성을 보이며.

 

모두가 이태권과 백청강 가운데 우승자를 점치고 있을 때 이만하면 훌륭한 반전이 되지 않을까? 항상 승승장구하며 올라오다가 마지막에 셰인을 만나 김태원의 멘티들이 하나씩 떨어지고 셰인만 남아 우승하게 된다면. 이 역시 훌륭한 드라마가 될 것이다.

 

음악적인 실력이나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개로 친다. <위대한 탄생>이 예능프로그램인 이유,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꿈꾸도 도전하는 출연자들을 소비하려는 것이다. 대중이 바라는 것은 바로 그 드라마다. 가장 멋진 드라마를 기대해 본다.

 

아쉽다. 그리고 멘토 김태원이 멘티 손진영에게 건네는 마지막 격려의 말,

 

"정말 노래를 하다가 하다가 안 되면, 정말 못할 지경까지 오면 노래 잘하는 배우가 되십시오."

 

김태원도 아는 것이겠지. 가수를 꿈꾼다고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다. 가수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위대한 탄생>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버텨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27년째 그 세계에서 버텨오고 있는 이로써 그것은 감히 감당 못할 치열하고 냉혹한 전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바일 것이다. <위대한 탄생>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손진영이 프로로써 데뷔하거나 성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아니 어려운 편이다. 그것을 알기에 조심스럽게 들려주는 조언에서 멘티에 대한, 아니 한 인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저는 그대 곁에 있었던 것 뿐이지 결국 그대 혼자서 그대와 싸우면서 다 이룬 겁니다. 그걸 분명히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대는 다 이루셨습니다."

 

아마 손진영이 <위대한 탄생>을 통해 얻은 가장 소중한 성과일 것이다. 자신감. 그토록 비장하게 후렴만 외쳐부르던 손진영이 이제는 1절과 2절도 곧잘 부르게 되었다.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 아닐까. 그 자신감이라는 것은.

 

자신의 제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내 공이 아니라 네가 노력하고 잘 한 탓이다. 자신감을 가지라. 탈락했어도 결코 실패가 아니다. 지금까지로도 훌륭한 성공이었다. 울먹이며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지만. 감동했다. 또 하나의 어록의 탄생이었다.

 

아무튼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음주 김태원이 <남자의 자격> 촬영차 배낭여행을 떠나느라 박완규가 대신한다고 하는데. 셰인이 떨어져서 김태원 멘티만 3명이 남아 있으면 박완규가 나와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으리라. 배려였을까. 그래도 박완규의 신랄한 비판은 들어 볼 수 있겠다.

 

드라마가 쓰여지고 있다. 또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가. 그 현장을 보았다. 의미있었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