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나는 가수다 - 등수가 곧 서열은 아닌 것이다!

까칠부 2011. 5. 16. 10:45

"야, 희한하네요. 약간 제 스타일을 버리니까 반응이 좋네요. 15~6년 동안 음악을 잘못했어요."

 

드디어 우려했던 부분이 나왔다. 물론 반쯤은 농담으로 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16년을 자기 음악을 해 왔던 음악인이 음악을 잘못 한 것 같다고 후회의 말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분명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가 16년간을 음악을 해 올 수 있었다는 것은 그의 음악 스타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많지는 않다. 스스로도 말한다. 마니아층이라고. 하지만 그들에게 김연우의 음악을 최고일 것이다. 김연우의 음악을 최고라 여기기에 모인 팬들일 것이다. 그들도 대중일 것이다.

 

그것이 문제다. 가수들의 무대를 듣고 평가를 내리는 청중평가단도 대중. 김연우의 음악을 최고라 여기는 사람들도 대중. 그러나 불특정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순간 김연우의 음악을 최고라 여기는 소수는 지워져버리고 만다. 바로 그 다수의 대중만이 남아 그의 음악을 평가하게 된다. 그래서 내려진 평가가 전체 7명 가운데 6위.

 

하긴 그런 경우에조차 김연우의 무대에 대해 6번째로 최고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뜻이 된다. 가장 못한 무대가 아니라 가장 잘했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었던 무대인 셈이다. 대중의 평가라 하지만 과연 그 소수는 무시되어야 하는가.

 

하지만 등수란 숫자니까. 투표라는 것도 결국은 숫자다. 숫자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결과만 보여줄 뿐. 그를 가장 좋다고 한 6번째로 많은 대중 대신, 전체 가운데 6번째라고 하는 등수만 남는 것이다. 그리고 그 등수에 의해 떨어질 수 있고.

 

<나는 가수다>가 처음 제작된다고 할 때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였다. 과연 예술을 줄세우기하는 것이 가능한가. 마치 대중이라는 이름 아래 그를 최고로 여기는 소수를 묻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단지 다수의 의견만을 계량화하여 보여주고 그에 서열을 부여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임재범의 그 말이 고마운 것이다.

 

"지금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고백하고 싶은 게 있어요. 뭐냐면 진짜 그날 1등은 냉정하게 따져서 김연우에요."

 

모두가 단점이라 지적했던 그 부분. 노래만 한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어필하려 할 때 김연우만이 오로지 노래만 하려 하고 있다.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노래 그 자체에만 충실해서. 그 절제가 김연우만의 스타일이고 지금까지 그를 있게 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김연우의 스타일이 도리어 <나는 가수다>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하며 6위라는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숫자로 규정지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김연우의 음악인생에서 다시 없을 굴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선배인 임재범이 그 앞에 이야기해 준 것이었다. 자기는 단지 한풀이를 했을 뿐이다. 다른 가수들은 자기 공연을, 콘서트를 보여주고 즐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에 반해 가수로써 노래를 한 사람은 김연우 한 사람 뿐이었다. 얼마나 고마운가.

 

김연우가 못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스타일이 달랐을 뿐이었다. 그것이 <나는 가수다>에서 김연우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이었고.

 

임재범은 또 말하고 있었다.

 

"매니저 지상렬씨에게 말했어요. 3위 아니면 4위 할 거라고. 그 현장에서는 '너를 위해'처럼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찾으시지 완성도를 찾으시는 게 아니에요."

 

아마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것은 김연우의 순위와도 닿아 있다. 또한 <나는 가수다>의 애초의 목적 '듣는 음악의 부흥'이라는 명제에 대한 딜레마이기도 하다.

 

과연 노래는 듣는 것인가? 우리는 과연 <나는 가수다>를 통해 노래를 듣고 있는가. 순수하게 노래를 듣고 그 노래에 감동하고 있는가.

 

김태현이 임재범의 무대를 보고 감탄하며 하는 말이다.

 

"가삿말로 전달 안되는 감정들을 표정으로 얘기해 주는 거잖아, 너무 좋아!"

 

노래란 언어다. 말로 다 하지 못할 감정이 북받쳐서 노래가 된다. 노래도 다 하지 못할 말들은 표정으로 드러나고 몸짓이 되고 율동이 된다. 악기의 연주와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와 무대의 장치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음악을 이루는 것이다.

 

그 동안의 <나는 가수다>의 무대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부분이었다. 가장 높은 평가를 보인 무대들은 하나같이 보이는 것들도 화려했다. 당장 지난주 2위를 한 이소라만 하더라도 그저 노래만 부른 것이 아니었다. 자기의 목소리로 보일 수 있는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인 것이었다. 때로 가수는 목소리로도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임재범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의 노래는 거친 호흡소리마저 그렇게 매력적인 노랫소리로 들린다. 그에 비하면 김연우의 무대는 얼마나 담백한가.

 

노래란 공감각적인 것이다. 귀로 들리는 노래도 노래다. 눈으로 보이는 노래도 노래다. 가수의 표정에서, 몸짓에서, 그리고 율동에서 보여지는 것들도 또한 노래일 것이다. 그래서 마이클 잭슨 역시 최상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서 콘스트에서 립싱크를 하고 했었다. 라이브를 못해서가 아니라 최상의 퍼포먼스 역시 그가 추구하는 음악의 한 부분인 때문이었다.

 

단지 노래를 부르는 노래로만 한정짓는 것은 얼마나 오만한 것인가. 더구나 그것을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획일화하려는 것은. 김연우의 노래가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떨어지더라도 그의 노래가 갖는 가치가 가장 낮은 것은 아닐 터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저런 말이 나와서야. 그리고 그런 김연우로 하여금 퍼포먼스에 신경쓰게 하면서도 듣는 음악을 이야기한다.

 

<나는 가수다>가 갖는 태생적 모순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 정확히는 듣는 음악과 느끼는 음악. 김연우의 고민일 것이고 김연우를 두고 <나는 가수다>가 고민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대중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노래라는 것은?

 

장차 김완선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그녀의 역동적인 율동이 들려주는 노래와도 다른 가수들의 목소리를 비교해 보면 좋을 것이다. 노래는 듣는 것인가? 아니면 보는 것인가? 느끼는 것인가? 무엇이 우월하고 무엇이 더 가치가 있는가? 화두일 것이다.

 

아무튼 중간평가를 보면서 우려가 커졌다. 마음을 비우고 들어야 할 것 같다. 이소라를 송창식과 비교해야 하고, 박정현을 김재기와 비교해야 하고, 김범수를 조관우와 비교해 들어야 한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도 하나같이 대단한 가수들이지만 송창식이며 조관우며 이제는 세상에 없는 김재기 역시 그들과 비견할만한, 아니 더 뛰어난 음악인들이다.

 

BMK가 하필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는 것도 그다지 내키지는 않고. '아름다운 강산'이라면 신중현이 '더 멘' 시절 연주한 사이케델릭한 연주의 버전을 더 사랑하는 터라. 물론 이선희의 버전 쪽이 BMK의 스타일과 더 잘 어울리기는 하다. 역시 개인적인 취향일 것이다.

 

YB의 'Run Devil Run'은 어차피 예전 젊은이들은 록밴드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고 했었다. 댄스음악의 비트는 록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연우가 부른 '나와 같다면'이 김장훈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탁월한 매력을 들려주리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임재범은 어떻게 해도 임재범이다.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실력을 겨루기에는 그는 이미 완성된 전설이다.

 

아무래도 위태위태한 힘든 길을 가게 될 네 사람과 그나마 수월한 세 사람이 나뉘게 되었다고나 할까? 물론 그렇더라도 최종결과는 무대를 직접 지켜보고서야 내려질 수 있을 것이다. 원곡자들도 훌륭하지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도 역시 훌륭한 음악인들이다. 그들의 새로운 스타일을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감기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도 사람들을 감동시킨 임재범. 그의 따뜻한 배려와 선배로써의 리더십이 빛났다. 가장 선배이기 때문에 감기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도 모이는 자리에 빠질 수 없다. 한 번 연습조차 못한 노래임에도 기꺼이 무대에 올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들려준다. 후배들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고, 권위를 세우기보다 농담을 주고받으며 자리를 즐기고. 음악인 임재범에 더해 인간 임재범의 매력을 알게 된 자리이기도 했다.

 

과연 다음주 새로 시작하고 첫탈락자는 누가 될 것인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그의 음악적 가치를 정의하거나 서열을 부여하지는 않는다는 것일 게다. 단지 맞지 않았다. 운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훌륭한 음악인들이었다.

 

"나는 가수다 출신 가수잖아!"

 

윤도현의 말처럼 그리 될 수 있기를. 드러난 문제들에. 그럼에도 차마 놓치기 싫은 가수들의 매력적인 무대에. 다만 과연 다음주 탈락자가 나오고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가수들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자격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너무 무리하지 말기를 바란다. 무대는 느끼고서 판단하는 것이다.

 

다음주를 기대한다. 그들이 들려줄 그들만의 무대를. 그들만의 새롭게 해석된 노래들을. 그 감동들에 대해서. 벅차오르려 하고 있다. 머리는 머리 가슴은 가슴이다. 본능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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