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위대한 탄생 - 음악이 아닌 드라마를 바라고 마는 이유...

까칠부 2011. 5. 14. 08:27

<위대한 탄생>, 아니 <슈퍼스타K>가 방영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로 공정성을 문제삼으며 제기되어 왔던 문제였다.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음악적 역량과 가능성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신변잡기를 파헤치며 인기투표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과연 <위대한 탄생>이나 <슈퍼스타K>, 아니 그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브리티시 갓 탤런트>나 <아메리칸 아이돌> 역시 마찬가지다. 과연 대중은 그의 가수, 혹은 스타로써의 가능성과 역량을 보고자 하는가, 스타가 되고자 하는 참가자들의 꿈과 열정을 보고자 하는가?

 

사실 음악을 듣고자 한다면 굳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된다. 아니 아직 아마추어에 머물러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자들보다야 기존의 다른 이미 데뷔한 아티스트의 기량을 살펴보는 것이 오히려 더 완성도도 높고 재미가 있다. 아직 미숙한 아마추어들의 무대를 굳이 찾아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래서 <브리티시 갓 탤런트>나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출연자의 캐릭터 만들기나 드라마 만들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요점은 얼마나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꿈을 꾸어 왔는가? 꿈을 위한 그들의 도전과 도전하는 노력과 열정일 것이다. 바로 사람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으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 역시 마찬가지 아니던가. 프로가수들이다. 이미 검증된 최고의 보컬리스트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더 격렬하고 열정적인 무대를. 더 드라마틱한 무대와 아티스트를. 임재범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것도 그의 낡은 보급형 헤드폰과 암으로 투병중인 아내, 차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그의 격정적인 무대와 대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적으로도 훌륭하지만 드라마도 훌륭하다.

 

더 이상 TV는 음악을 들려주는 매체가 아니다. 사람들도 더 이상 TV에서 음악을 요구하지 않는다. 보이는 것을 바란다. 들리는 것을 바란다. 음악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가수들이 가수로써 살아남기 위해 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사를 요구하고 드라마를 요구한다. 가수들에게도 예능인으로써 연기자로써의 역량을 바란다.

 

하기는 MBC의 일요예능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의 한 코너로 방송중인 <신입사원>만 하더라도 취업대란 속에 MBC 아나운서로 입사하고자 하는 도전자들의 꿈과 열정 - 그보다는 꿈과 열정으로 포장한 절박함을 즐기고자 하는 것 아니었던가.

 

실력이 되고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면 벌써 입사시험을 치르고 정식으로 MBC 아나운서로 채용되었을 것이다. 굳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도전을 할 정도면 그조차도 없다는 뜻일 게다. 한 마디로 남아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며 통로인 셈이다.

 

방시혁도 <놀러와>에 나와서 말하지 않았던가. 한국에서 음악엘리트라 할 수 있는 재능있고 실력있는 지망생들은 거의가 거대기획사에 캐스팅되어 연습생으로 소속되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도전자들은 그조차도 되지 못하는 이들이다. 이것이 거의 유일한, 떨어지고 나면 돌아갈 곳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리 절실한 것이다. 그렇게 비장한 것이다. 그것을 바란다. 그것을 지켜보며 즐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들을. 현실적인 문제로 차마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노력과 열정들을. 가장 크게 비난을 듣는 것도 그래서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한 가지였다. 기회가 주어졌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반대로 충분히 가능성이 엿보이고 열정도 있는데 떨어지면 그리 아쉬워한다.

 

어째서 김태원 멘토스쿨 ‘김태원과 외인구단’편이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가? 그다지 심사위원들로부터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해도 손진영은 여전히 시청자들에 의해 선택되어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은미조차 인정하고 있다. 대중은 음악적 실력보다는 드라마를 원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위대한 탄생>을 통해 드라마를 보고자 하는가?

 

그것이 <위대한 탄생>의 존재이유니까. 굳이 아마추어를 불러다 무대에 세우는 이유일 것이다. 데뷔도 못한 아마추어를 무대에 세우고 그들의 노래를 듣고자 하는 이유. 단지 음악을 듣고자 한다면 아마추어일 필요는 없다.

 

물론 지금에 와서 손진영의 실력을 문제삼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일취월장했다. 비록 아직도 부족하고 모자른 부분들이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김윤아의 말처럼 어느새 손진영 또한 가수로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만큼 실력이 늘어 있다. 대중이 더욱 손진영을 선택해 지금까지 살려낸 또 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어차피 노래야 프로가수들이 더 잘한다. 무대도 비록 가요계를 망친 주범이라고 비난을 듣고는 있지만 아이돌들이 더 완성도 있게 잘 꾸며낸다. 아마추어는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들을 무대에 세우고 그 노래를 듣고 감탄하며 감동한다.

 

음악을 들으려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는 음악에 감탄하고 감동하는 것이 아니다. 아마추어로써 무대에 오른 노력과 열정에 감탄하고 감동하는 것이다. 그들의 꿈에, 꿈을 위해 도전하는 자세들에 감탄하고 감동하는 것이다.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대중문화란 서사다. 대중은 문화를 서사로써 대하고 이해하려 한다. TV는 그런 가운데서도 더욱 서사적인 매체다. 인터넷은 더 서사적이다. 음악보다는 음악에 관련한 서사를. 대중가수들이 예능에 출연하는 이유 그대로 음악 역시 가능성이라는 형태로 서사로써 소비되어 버린다. 아직 자라지 못한 애벌레임에도 그렇기 때문에 소비되어진다. 사람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 서사인 것이다.

 

결국은 그것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음악을 매개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결국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근본적인 성격일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사람들이 그것을 보는 이유. 단지 음악이 그 잔혹한 이기를 가리고 있을 뿐. 우리는 음악을 들으려 한다.

 

<나는 가수다>가 아무리 최고의 무대를 선보여도 사람들은 아마 <위대한 탄생>을 보고 <슈퍼스타K>를 볼 것이다. 아니 <나는 가수다> 쟁쟁한 프로가수들 속에서도 사연을 찾아내고 드라마를 찾아낼 것이다. 바로 그것을 바라고 있으므로. 그것을 보고자 하는 것일 터이므로. 그것은 음악을 듣고 무대를 즐기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어째서 음악이 아닌 드라마인가? 그것이 대중의, TV라는 매체가 갖는 속성이며 본질이라는 것이다. 대중이 그것을 바란다. 대중이 바라고 TV는 그것을 보여주려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이유인 것이다. 대중이 그것을 보는 이유인 것이고. 단지 그것을 가리고자 음악이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것뿐이다.

 

잔혹한 것이다. 개인의 꿈마저 계량화하여 대상으로써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은. 꿈을 향한 열정과 노력마저 대상화하여 소비하려 드는 자본주의의 현실이라는 것은.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바로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래서 음악을 듣는다. 실력을 보려 한다. 그를 위한 공정성이다. 그것을 문제삼는 것이다.

 

그런 것이다. 물론 심사위원들이야 음악적인 재능과 역량을 본다.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본다. 그것은 그들의 프로로서의 의무일 것이다. 단지 대중의 입장에서 어찌 드라마에 그토록 집착하는가. 그러고자 하는 것이니까. 본질인 것이다. 존재의 이유일 것이다. 그를 위한 것이다. 단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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