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박재범이 KBS의 순위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상당히 낮은 점수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1위에 오르자 다시 한 논란이 불거지려 하고 있다. 이유인 즉슨 팬덤에 의한 음반구매점수로 순위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르는 것이 과연 옳은가.
아마 여기에는 하필 이번주 <뮤직뱅크>에서 1위를 경쟁한 또 다른 후보가 최근 MBC의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한국 보컬의 전설 임재범이라는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어떻게 비교해 보더라도 임재범이 박재범보다 훨씬 나은데 어떻게 박재범이 1위를 할 수 있는가. 심지어 어떤 이들은 나라망신에, 음악은 죽었다는 극단적인 언사마저 서슴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노래가 <뮤직뱅크>에서 1위를 해야 문제가 없겠는가? 어떤 노래가 <뮤직뱅크>에서 1위를 하면 논란이 사라지겠는가? 노래 잘 하는 가수의 좋은 노래? 그렇다면 과연 이제까지 발표된 대중음악 가운데 임재범의 '너를 위해'보다 나은 노래가 어디 하나도 없을까? 역대 대중음악, 아니 최소한 지난 10년 사이의 대중음악을 모두 훑어 비교해 볼까?
아마 80년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아예 일요일 아침 다큐멘터리로 편성되 방영되고 있었다. 50년대와 60년대의 트로트를 틀어주며 예전 노래들은 지금까지도 사람들 사이에서 꾸준히 불려지며 감동을 전하고 있는데 지금 노래들은 어떠한가. 바로 최근 대중음악들을 들으며 비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80년대 가요들이 그 비교대상이었을 것이다.
언제든 마찬가지였다. 어디서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주 <나는 가수다>에서 압도적인 박력을 선보였던 임재범의 '빈잔'만 하더라도 사람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렸다. 어떤 이들은 정말 좋았다. 어떤 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혹은 필자와 같이 원곡의 맛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시대에 따라 다르고 사람에 따라 다르고 취향에 따라 다르다. 어떤 노래가 1위를 해야겠는가?
다른 것 없다. 바로 그 시점에 가장 인기있는 노래일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그 순위프로그램에 있어 순위를 산정하는 기준에 따른 최고의 점수를 얻은 노래일 것이다. 80년대 가장 권위있던 순위프로그램인 KBS의 <가요톱텐> 또한 방송회수나 음반판매와는 전혀 동떨어진 투표인단의 투표로써 순위를 결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대의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들국화나 이문세의 노래가 높은 음반판매고에도 불구하고 순위에 들지 못하는 경우마저 있었다. 그래서 당시 <가요톱텐>에서의 1위가 문제가 되는가? 바로 그 기준에 따른 1위라는 것이다.
간단히 시험을 떠올려 보면 되겠다. 시험과목이 국어, 영어, 수학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세 과목 이외의 과목들도 잘하면서 95점을 받았다. 그런데 또 다른 누군가는 아예 다른 과목은 손도 대지 않고 이 세 과목만 공부해서 98점을 받았다. 과연 둘 중 누가 1위겠는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시험과목이 너무 적었다. 변별력이 없었다. 하지만 그 시험은 국어, 영어, 수학만 보는 시험이었다. 다른 시험에서였다면, 이를테면 국어, 영어, 수학을 제외한 과목만 보는 시험이었다면 뒷사람의 경우는 아예 0점을 맞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공무원 시험을 보려 하는데 내가 잘하는 과목이 없고 못하는 과목만 있다고 공무원 시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는가. 결국에 어떻게 하든 그 시험의 과목과 범위에 맞게 공부해서 점수를 내면 합격을 하고 마는 것이다.
음악순위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각자 프로그램마다 순위를 매기는 기준이 다르다. 그렇다면 그 기준에 따라 어느 프로그램에서는 누가 더 유리할 테고, 어느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누군가 더 유리할 것이다. <가요톱텐>에는 <가요톱텐>의 방식이 있었고 지금의 <뮤직뱅크>에는 <뮤직뱅크>만의 방식이 있다. 그것은 엠넷의 <엠카운트다운>이나 SBS의 <인기가요>의 그것과는 전혀라 할 만큼 다르다. 미국의 빌보드차트나 일본의 오리콘차트와도 다르다. <뮤직뱅크>의 차트인 것이고 <뮤직뱅크>의 산정방식에 따른 순위인 것이다. 그래서 1위다. 다시 말해 <뮤직뱅크>에서 1위다.
시험과목은 이러이러한 것이어야 한다. 시험범위는 여기부터 여기까지에서 출제되어야 한다. 시험문제는 이런 유형으로 나와야 한다. 그런 당위가 존재하던가? 그래서 어떤 사람들 시험에 합격시켜야 한다. 어떤 사람들이 시험에서 1등을 해야 한다. 그같은 필연이 존재하던가? 그에 대한 어떤 도덕적인 의무나 강제가 있던가? 그렇다면 <뮤직뱅크>에 대해서는 어떤 사람이 어떠한 기준으로 어떻게 1위를 해야 당연한 것이 될까? 어차피 임재범이 1위 후보에까지 오르게 된 것도 바로 그러한 <뮤직뱅크>만의 산정방식에 따른 것이었을 터다.
순위프로그램의 1위라는 자체가 그렇게 가치중립적인 것이다. 그렇게 기준을 세우고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다 보니 1위를 했더라. 누가 반드시 1위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절대 1위를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 결과를 숫자로 표시하는 것이 1위이고 2위인 것이다. 그것이 팬덤의 힘이든. 그렇다면 그 팬덤보다 더 강한 힘으로 다른 경쟁가수를 1위에 올리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를 위한 의지가 부족했고 그것이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1위를 하든 말든 그렇다고 임재범의 '너를 위해'가 박재범의 'Abandoned'보다 못한 노래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박재범이 임재범보다 더 훌륭한 가수가 되는 것도 아니다. 조용필도 서태지도 순위프로그램에서 끝내 다른 가수에게 1위자리에서 밀려난 경우가 있었다. 11년 전 노래라는 것은 그만큼 현재 불려지는 노래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1위 후보에까지 오른 자체가 대단한 이변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비교해가며 비난하고...
마치 대중음악에 대한 어떤 당위로써, 도덕적 의무로써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흔적을 보게 된다. 반드시 이래야 하고, 거기에 도덕적 당위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도덕적인 의무를 방기하는. 그래서 죄가 되고 비난을 들어야 하는. 박재범이 그런 예일 것이다. 그에게는 그러한 당위에 걸맞는 자격이 없다. 그것이 죄다. 1등을 해야 할 학생이 따로 있는데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1위가 되었으니 그것이 문제가 있다. 비난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차피 <뮤직뱅크>의 순위란 단순히 숫자라는 것이다. 시험점수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뮤직뱅크>에서 임의로 정한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그 숫자를 계산해서 1위가 될 만하면 1위가 되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도 결국은 대중일 터이고. 그것은 당위도 무엇도 아닌 현상인 것이다. 그 현상에 무슨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가. 단지 결과에 대한 해석이 있을 뿐.
세상에는 1위를 해야만 하는 노래도 없고, 1위를 해서는 안 되는 노래도 없다. 좋아해야만 하는 노래도 없고 좋아해서는 안 되는 노래도 없다. 그저 하다 보니 좋아하게 되고 1위도 하게 되는 것일 터다. 어떻게 해도 좋아지지 않으니 1위를 못하는 것일 터이고. 어떤 당위나 필연이 아닌 현상이며 어떤 가치도 부여할 수 없는 단지 가치중립적인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무슨 의미를 부여하고 논란을 벌이고 하는가.
1위를 할 만하니 했다. 1위에 걸맞는 점수를 얻었기에 1위를 했고, 그만한 팬덤의 역할이 다른 가수들보다 컸기에 1위를 했다. 모두 룰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차라리 박재범이 1위를 한 것이 그리도 화가 나고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면 다른 자격이 있는 가수가 1위를 하도록 힘을 보태던가.
1위를 할 만한 자격이 없다면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다른 누군가가 있을 터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단지 비난만을 하고. 차라리 스스로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여겨 행동에 옮긴 팬덤의 행동이 더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이유다. 그들은 차라리 솔직하기라도 하니까. 의미없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일들로 이리 논란거리가 되고 마는 것인지. 순위란 가치중립적인 단지 숫자인데 그것을 가지고 도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재단하고 그것을 비난하고 조롱하고. 아마 이 또한 대중음악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는 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어이없을 따름이다. 참 사람들이 한가하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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