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결혼해 줘요!”
“망신을 당하든 말든, 고소를 하든 당신 마음대로 해요. 내가 다 당해줄께! 대신 두 달, 아니 한 달만 이대로 있어 줘요, 예?”
결국 현기준(강지환 분)의 압박에 못 이겨 공아정(윤은혜 분)이 폭발하고 만다. 정말 오랜만에 숙적이랄 수 있는 유소란(홍수현 분)에게 한 방 먹여주었다는 쾌감과 더불어 최고장까지 보내며 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현기준의 냉정함에 이성을 잃고 폭주하게 된다.
말이 되는가? 좋은 일로 만나 좋은 감정이 새겨난 뒤라도 무리였을 터다. 아직 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더구나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거짓결혼을 해달라 하다니. 그러나 바로 이런 우격다짐의 뒤에는 그것을 이루어지도록 돕는 조력자가 있다. 아마 현상희(성준 분)의 캐릭터가 그같은 역할이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3각관계인가 싶었다. 아니 5월 16일 3회에서 귀국하는 모습이 나온 현기준의 약혼녀이자 현상희가 좋아했던 오윤주(조윤희 분)와 더불어 4각관계를 이루는가 싶었다. 오윤주의 캐릭터는 딱 주인공의 라이벌에 어울리게 지적이고 아름답고 아무튼 잘났다.
확실히 이와 같은 이입해서 보는 드라마에서는 라이벌이 잘나면 잘날수록 좋다. 똑똑하고, 배운 것 많고, 집안 좋고, 일 잘하고, 사회적으로 명성과 지위도 제법 되고, 여기에 외모까지 출중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남자가 보는 드라마에서는 남자 라이벌이 잘나야 할 테고, 여자가 보는 드라마에서는 여자 라이벌이 잘나야 할 테고, 그래야 라이벌을 꺾고 승리하는 재미가 있을 테니까. 물론 드라마의 주인공 공아정 역시 유소란을 비롯한 그녀의 친구들이 하나같이 부러워하고 심지어 질투하고 미워할 정도로 잘난 여자이기는 하다. 젊은 나이에 5급 공무원이라는 것이 그냥 아무러한 자리는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유소란의 남편은 변호사인 것이다. 그녀의 공아정에 대한 끝없는 질투와 증오는 공아정을 동정하게끔 만든다. 첫사랑마저 친구에게 빼앗긴 여자. 사귀는 사람도 없이 결혼도 못한 여자. 상당히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이미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다른 친구들과 대비되며 공아정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런 절박함이 현기준에 대한 억지스런 요구를 또 코미디를 더해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아무튼 현기준과 공아정과 3각관계를 이루는 것으로 여겨졌던 현상희는 역시 오윤주에 대해 일편단심이었던 모양이다. 공아정에 대해 특별히 이성으로써의 호감을 느끼기보다는 단지 재미있는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기준과 얽힌 과거의 이야기가 자칫 공아정의 억지스런 요구로 인해 막혀버릴 뻔한 이야기에 물꼬를 트고 속도를 붙인다. 현상희라면 충분히 현기준으로 하여금 공아정의 그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위치와 그와 현기준 사이에 얽힌 이야기라면.
다만 그 동안에 쌓인 오해와 깊어진 감정들이. 하지만 그런 것이 드라마일 테니까. 아무 감정도 없이 현상희의 중재로 서로 결혼한 것처럼 위장했다가 마침내 사랑에 빠져 실제 결혼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보다는 역시 서로에 대한 오해와 감정들이 깊어진 채로 억지로 결혼을 위장하고는 계속해서 부딪히고 갈등하고 싸우며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쪽이 드라마로써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그를 위한 과정이었달까? 공아정의 허튼 큰소리가 오해로 말미암아 기정사실이 되어 퍼져나가고, 유소란과의 만남을 계기로 폭주한 공아정에 의해 더욱 확실해지고, 그 과정에서 졸지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된 현기준의 감정은 깊어가고. 다만 어느 사이엔가 변호사를 만나 말하라는 말에 순순히 돌아선 공아정의 행동에 서운해 하는 현기준이 있었다. 로맨틱 코미디로써 너무 당연한 반응일 테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현상희는 현기준과 공아정을 중재하여 공아정의 뜻을 이루어 줄 것이고, 그리고 오윤주의 귀국은 현상희와 현기준의 사이에, 현기준과 공아정의 사이에 적잖이 파문을 던질 것이다. 아직 아무런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옛사랑의 등장이라. 그러나 이미 결혼한 것으로 위장하고 있는 현실의 제약. 현상희에 대한 감정.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역대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주인공 가운데 불쌍하기로는 손으로 꼽는다. 그래서 현기준의 캐릭터에는 아직까지 코믹함이 없다. 그는 비극의 캐릭터이며 비극을 통해 웃음을 주는 비운의 광대다.
다만 아쉽다면 역시나 주인공 윤은혜의 연기력 부족일 것이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에 최적화된 배우다. 가지고 있는 배우로써의 매력이나 캐릭터 역시 로맨틱 코미디를 연기하기에는 정당히 넘친다. 일단 윤은혜라는 이유만으로 저 억지스런 상황들이 납득이 된다. 하지만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로써 혼자서 화면을 채우고 오디오까지 채웠을 때 충분히 장악력을 발휘할 정도로 그녀의 연기가 제대로 드라마에 녹아들고 있는가.
겉돈다. 윤은혜의 말과 표정과 행동들이 공아정의 캐릭터와 서로 겉돈다. 공아정이 처한 상황과도 섞이지 않고 따로 논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그런 어색함을 볼 때 드라마에 대한 몰입이 깨지고는 한다. 더구나 현기준이 당하는 역할이라 공아정의 비중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볼 때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은혜라고 하는 존재감이 연기력을 대신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것도 대단한 점이기는 할 테지만.
아무튼 참 재미있다. 우습기도 하고. 이런 억지스런 상황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풀어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어떻게 무리없이 소화해낼 수 있을까? 바로 그런 것이 재미일 테지만, 그것을 어색하지 않도록 마무리하는 것이 바로 기술일 터다. 기술이 있어야 감동도 재미도 있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박지연의 매력에도 자꾸 눈이 간다.
그나저나 여자들 사이라는 것도 참 살벌하다. 태연히 공아정 왕따시킨 이야기를 하면서 유소란에 배아파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결국 그것이 이 모든 일의 발단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주제일까?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허영.
남자는 객기로 사고 치고, 여자는 허영으로 사고친다. 남자의 허영이 객기이고 여자의 객기가 허영이다. 결국 모든 문제의 근원이겠지.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여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가 모든 것을 정의하리라. 재미있었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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