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역지사지...

까칠부 2011. 6. 3. 20:53

9.11 폭탄테러에 대해 테러리스트에게 묻는다.

 

"왜 그랬어?"

 

그러자 테러리스트가 말한다.

 

"너라면 안 그랬겠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고문하던 일본경찰이 있었다. 묻는다.

 

"너무 심하지 않은가?"

 

일본경찰도 대답할 것이다.

 

"너도 내 입장 돼 봐!"

 

너무 가난해서 물건을 훔치다가 그만 사람을 죽였다.

 

"네가 내 입장이었다면 안 그랬겠어?"

 

물론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옳은가?

 

그래서 악한 것이 아니라 독한 것이라 하는 것이다. 약한 것이라 하는 것이고.

 

정의는 이성의 영역이다. 감정의 영역이 아니다.

 

정의는 보편적인 것이다. 그것은 개인의 체험으로부터 유리되는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어떻다. 하지만 그것이 옳다는 근거는 아니다.

 

내가 그렇게 느끼고 네가 그렇게 느끼고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그러나 숫자가 곧 권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타진요가 10만이 모여봐야 그들이 병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여튼 신기한 것이다.

 

정의는 무엇인가가 100만 부 팔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다시는 이런 글 쓰지 않을 줄 알았다.

 

책 사서 읽었다고 자랑하는데 도대체 뭘 읽은 것인지.

 

"네가 그 입장이었다면..."

 

그러면 내가 그 입장에서 그리 했다면 그것이 옳다는 얘기? 나는 전지한가?

 

역지사지가 갖는 오류다. 역지사지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라는 것이지 그것이 정의라는 것이 아니다.

 

정의가 아니라 인정이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이해하고 관용하는 것이다.

 

관용을 오히려 불관용의 이유로 삼는 것은 어째서인가?

 

아직 감정적 사고와 이성적 판단을 구분 못하는 유아적 단계에 머문 증거일 것이다.

 

아무튼 역지사지라는 말이 이런 때 쓰는 말이 아닌데...

 

다시 말하지만 심정적으로 동의한다고 그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나도 항상 옳지는 않다.

 

답답한 것이다. 역지사지라는 말에 미안하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