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시험문제가 있다. 아마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가?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사고방식을 고르라. 객관식이었고 답은 맹목성이었다. 어째서?
그 답은 시간이 흐르고 구해졌다. 어째서 맹목성이 답이었는가. 내가 리플을 달지 않고 또한 본문을 읽지도 않고 리플 다는 사람들에 신경질적인 이유다.
얼마전에도 드라마 <시티헌터>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왔었는데,
"그런 어려운 말 나는 모르겠고, 내 강아지 어쩔거야?"
배 째라며 배를 까던 어느 동물병원의 진상손님이었다. 블로그질, 아니 게시판 활동을 할 때도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였다.
"그런 건 모르고..."
요약하면,
"닥치고!"
이미 결론이 내려지고 나면 이유란 상관없다. 이미 그렇게 결론이 내려졌는데 더 이상의 이유따위 알 필요도 없다. 오히려 성가시고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카라팬 있는 자리에서 카라는 이래서 좋고 이래서 마음에 들고 열심히 떠든다. 그러면 카라팬은 말한다.
"뭘 그렇게 길게 쓰나? 그냥 좋다는 거잖아?"
바로 지금 그걸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자기들끼리는 그것으로 통하니까. 그래서 팬덤이라고 하는 일이라는 게 남 욕질하고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것 말고는 없다. 내가 팬카페나 갤러리에서 활동하지 않는 이유다. 그들도 나를 싫어하고 나도 그들을 싫어한다.
얼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유관순이 여섯토막 나 죽었다."
나도 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시 유관순의 시신을 수습했던 당사자의 증언을 통해 체포과정에서 입은 상처가 덧나 있었고, 고문으로 인해 신장이 파열되어 그것이 죽음으로 이르는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고문으로 인한 사체의 훼손도 심각했다. 단지 해방 이후 반일감정을 북돋는 차원에서 이야기가 그리 꾸며진 것이다. 사실 그 이면에는 상당히 지저분한 이야기가 있는데, 어차피 그런 건 들을 생각도 없을 테니 잘 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열심히 떠들고 난 결과는,
"그래서 유관순이 일본인들에게 죽었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그나마 좀 성의있는 반응이고,
"그래서 뭐?"
참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그러면 나도 더 이상 이야기할 생각이 없고, 그 전에 그 자신이 더 이상 들을 생각이 없다. 오히려 민족주의자가 더 역사에 대해 무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때로 정말 놀란다. 민족주의자를 자처한다. 내내 이야기하는 것이 민족의 우수성, 민족의 역사... 그러나 정작 그의 지식이란 단편적인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왜냐면 그것으로 끝이니까.
"닥치고!"
"그런 어려운 말 모르고!"
"아무튼!"
여유가 없는 것이다. 여유가 없다기보다는 생각하기가 귀찮은 것이다. 일일이 알고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 그래서 믿고 있는 바 그대로 머물고.
그래서 글은 길어지고, 괜한 리플에도 상대를 않게 된다. 인터넷 토론을 끊은 것도 그래서 꽤 되었는데. 아직까지는 그래도 정의감이라는 게 남아 있어서.
아무튼 블로그질을 하려면 넘어야 하는 고개다. 읽지도 않고 리플 달기. 아예 듣지도 않고 일단 윽박지르기부터 하기. 블로그라는 게 더구나 참 만만하기도 하거든.
팬덤은 그런 까닭에 어지간하면 여기 안 왔으면 좋겠다. 좋은 리플도 그런 식으로 달리면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다. 주의란 근대를 여는데 필수적인 것이지만 이제는 개인을 억압하는 성가신 것일 뿐.
어차피 읽을 생각도 없으면서 뭣하러 남의 블로그에 와서 리플씩이나 달고 하는 것일까? 피곤한 것이다. 그래도 이 짓 하는 자체가 내가 웃기는 놈이라는 것일 테고. 웃는다.
'문화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기와 자유... (0) | 2011.06.09 |
---|---|
악플에도 종류가 있다... (0) | 2011.06.07 |
역지사지... (0) | 2011.06.03 |
빅뱅 대성의 교통사고를 보면서... (0) | 2011.06.03 |
타블로 1년 - 옥주현과 구애정, 비호감과 정보화사회의 폐해... (0) | 2011.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