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부활 vs 이승철 - 비와 당신의 이야기...

까칠부 2011. 6. 5. 19:52

김태원의 록발라드는 한국 록발라드의 전범이나 다름없다.

 

애절한 버스, 고조되는 브릿지, 그리고 폭발하는 사비...

 

고음이 곧 감정표현이다. 처절한 내지름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감정전달의 수단이다.

 

그 시초가 되는 음악이 바로 비와 당신의 이야기. 나는 록발라드라 전혀 생각지 않지만.

 

이승철을 비롯한 다른 버전과 부활의 버전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바로 후렴의 "사랑해" 부분.

 

김태원이의 다른 노래에서도 그렇지만 부활의 노래에서의 내지름은 독백이다.

 

분명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이야기다. 하지만 정작 들어야 할 사람은 없다.

 

내가 가끔 부활의 노래를 소개하면서 일본 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말하는 게 그래서다.

 

울룰루에서 홀로 외치는 마츠모토 사쿠타로의 외침에서 바로 부활의 노래를 들었기 때문.

 

드라마도 참 재미있었는데. 야마다 타카유키라는 배우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아무튼 그거다. 들을 수 없는 곳에 그가 있기에 그가 들을 수 있도록 힘껏 외쳐 부른다.

 

전혀 내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에 있기에 닿도록 목청껏 외쳐 부르는 것이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의 "사랑해"도 그것. 안녕에서의 "안녕"도 그런 것. 고백이지만 독백이다.

 

그에 비하면 이승철의 버전은 뭐랄까 바로 옆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일까?

 

성시경이 CF에서 부른 것도, 윤상현이 부른 버전도,

 

아마 남자들의 마음을 긁는 것은 그 고독이 매혹적이어서겠지.

 

문득 떠오른 추억을 더듬다가 북받친 감정에 들어주는 이 없는 고함을 질러댄다.

 

전혀 들어줄 사람도 없는데 들어주리라. 들리도록.

 

아직도 부활 1집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사랑해"로 넘어가기 직전 애절하게 떨리는 "기억하네"를 두 번 반복하는 부분이 포인트다.

 

"기억하네~"

"기억하네~~~"

 

그리고 이어지는 "사랑해!"

 

그것을 독백으로 들으면 부활 1집이 좋은 것이고,

 

그것을 고백으로 들으면 이승철 버전이 좋은 것이고,

 

그리고 나는 고독을 사랑하는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의 노래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사랑할 줄 아는 남자. 남자에게는 상처가 필요하다.

 

문득 <나는 가수다>에서 BMK가 부른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나서.

 

어제의 TOP밴드에서 연주한 "미인"과 "비와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블랙홀의 "깊은 밤의 서정곡".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다. 기타소리가 아름다운 노래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어쩌면 BMK와 가장 잘 어울리는 선곡인지도. 샤우팅이 곧 감정표현이다.

 

확실하게 내지르도록. 남은 것 없이 저 심연의 바닥까지 끌어올려 토해내는 거다.

 

좋은 노래다. 항상 들으며 감동받는다. 가장 처절하면서 아름다운 "사랑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