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란 뭐냐면 한 마디로 금기다. 하지 마라.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하면 죽는다. 그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어겼을 때 제제를 가할 수 있는 폭력이야 말로 권력인 것이다.
"이 사슴은 말입니다."
그러면 사슴은 말인 것이다. 거기에 대고 사슴이라 하면 죽는다. 그래서 말하면 안 된다.
어딜 감히 대통령을 욕하고. 어딜 감히 정부를 비판하고. 어딜 감히 작당을 지어서. 그러니까 하지 마라. 잡혀가서 고문당하고 심지어 죽기까지 하고, 대신 하지 말란 짓 않으면 잘 살 수 있다.
"즈그들끼리 난리였지 나같은 사람은 잘 살았다니까?"
일제강점기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조선인 모두가 억압받으며 불행하게 살았을까? 순응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보상이 돌아간다. 안 건드린다. 폭력에 의해 제제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은 상대적인 안도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래도 괜찮다.
얼마나 억압적인 사회인가? 그것은 얼마나 금기가 적은가와도 통한다. 아주 특별한 수준의 범죄가 아니고서는 다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문제삼을 수 있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금기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최소한 금기를 먼저 염두에 두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기준은 어디까지나 자기 양심. 자유로운 사회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떨까? 뭐 그리 해서는 안 되는 게 많은 것인지. 그래왔었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군사독재시절, 단 한 번도 스스로 자유를 쟁취해서 누려 본 적이 없기에 금기에 익숙하다. 부모도 자식을 그렇게 기르고 선생도 학생을 그렇게 가르친다. 금기를 어기면 가차없는 제제가 가해진다.
이를테면 미성년 임신에 대한 태도가 그렇다. 임신이 죄인가? 미성년자가 임신한 것이 죄인가? 그러나 당연하다는 듯이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사회로부터 배제당한다. 철저히 학습권조차 부정당한 채 또래의 커뮤니티에서도 축출당한다. 순결이라는 금기를 어겼기 때문이다.
하긴 대부분의 도덕적인 문제나 법적인 문제도 바로 이 금기로 통한다.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도덕적이거나 법적인 규범인 것이지 강제적인 금기는 아니다. 그것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그 만큼만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개떼처럼 달려들며 물어뜯고. 결국 타블로의 경우도 외국국적자가 한국에 와서 사는 금기와 군대라는 금기, 나아가 명문대 출신이 딴따라 한다는 금기가 맞물린 사건이었다. 그럴 리 없다.
자유란 바로 그러한 금기에 대한 도전이다. 그래서 자유란 다른 말로 불손함이고 불경함이다. 무례함이다. 하지 말라는 짓을 한다. 대신 이유를 댈 수 있어야 한다. 예전 카우치라는 인디밴드가 공중파에서 성기를 드러내는 사고를 저지르고서 신해철이 한 말이 그것이다.
"어떠한 의도가 있어서 스스로 떳떳할 수 없다면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책임을 지거나 아니면 설명을 하거나. 그 역시 자기가 감당할 몫이지 다른 사람이 알아서 챙겨줄 몫이 아니다. 과연 도덕은 무엇으로 지켜지는가? 자발적 의지다. 양심이다. 타인의 강제가 아니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사회가 자유로운 사회다. 일벌백계를 이야기하고 통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건 권위적인 사회다. 하물며 그것이 금기에 대한 것이라면.
네티즌의 권력화를 우려하는 것이 그래서다. 어느 사이엔가 인터넷에 금기가 많아졌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충분히 논의해 볼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바로 선이 그어진다.
"이건 금지야!"
당장 <나는 가수다> 논란만 하더라도 그렇다. <나는 가수다>는 이런 프로그램이다. 단정짓는다. 그리고 그 정의 아래 금기를 만든다. 이런 가수는 여기 출연하면 안돼. 옥주현이 욕먹은 이유다. 지금 <나는 가수다>와 제작진이 욕을 먹고 있는 이유다. 금기를 어겼다.
그래도 통하니까. 너무 풀어줬다. 아니 너무 거대하고 실체가 없다 보니 손을 대지 못했다. 그랬더니 아주 잘난 줄 알고 미친 개가 되어 버렸다. 멋대로 금기를 세우고 그 금기를 어기면 폭력을 행사하고. 그것은 정의다. 더 이상의 이유를 듣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은 없다. 일방적이다.
그렇게 길러졌으니까. 그렇게 배웠다. 그러고 보면 군대 문제로 예민한 이유가 있다. 군대가 그런 곳이니까. 군대는 대화하는 곳이 아니다. 명령을 내리고 명령을 듣는 곳이다. 금기가 통하는 곳이다. 그것이 군대가 사람 만든다는 뜻이다. 금기에 익숙해진다. 꼭 군대를 이유로 욕하고 다니는 놈들이 그렇게 인터넷에서 금기가 많고 정의감이 강하다. 폭력적이다. 군대가 갖는 폐해다. 안 가는 게 그래서 정신건강에도 좋다.
아무튼 내가 결국 네티즌이라 불리우는 불특정다수의 집단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것일 터다. 나는 금기를 그리 싫어한다. 이른바 반골일 것이다. 하지 말라면 하고 싶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다. 나를 명령할 수 있는 것을 나 자신. 결국 그것이 지금 이 모양이 되었지만.
금기가 많은 사회와 금기에 대한 도전이 허용되는 사회... 한 번도 스스로 자유를 쟁취하지도 누려보지도 못한 사회에서의 자유란 스스로 금기를 만드는 것 뿐. 아, 이거 어디서 써먹어야겠다. 자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유란 자유롭게 금기를 세울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이다. 그것이 한국사회에서의 자유다. 그 대중에 속하지 않는 연예인은 그래서 그 희생양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괴물들을 보는 것 같아 때로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나도 참 속편하게 좋은 소리 듣는 글만 쓰면 좋을 텐데.그렇게 신경줄이 굵지 못해서 심한 리플 보면 상처도 받는다. 그렇다고 옳지 않은 건 옳지 않은 거니까. 중요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이미 오래전에 대화는 포기했다.
군대에 가라. 연예인도 군대 가라. 다 군대 가라. 이유를 안다. 군대 갔다 오면 말했듯 익숙해지니까. 금기를 세우고 금기에 복종하고. 금기를 어겨서는 안 되는 것을 안다. 한국사회는 과연 자유로운가? 나는 저들이 정부를 욕하는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한다. 억압하고 강제하고 통제하는 것은 오히려 더하다.
그냥 답답해서 쓰기 시작한 것인데 꽤 괜찮은 말들이 많이 나왔다. 정리해서 한 번 제대로 써봐야겠다. 한국사회는 과연 자유로운가? 항상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명제다. 자유롭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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