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제법 FSS빠다. 국내 정식 수입되기 전부터 뉴타입을 직접 사서 읽었던 이들 가운데 하나다. 메카닉에 있어 나가노 마모루는 오오카와 쿠니오와 더불어 신이었고, FSS는 하나의 경전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게 11권 이후로는 도저히 진도가 안나가네. 읽기가 싫다. 솔직히.
일단 설정이 무너졌다. 1권 이후 각 권 후미에 주석처럼 달아놓았던 설정들이 어느 순간 굉장히 당황스러운 것들이 되고 말았다. 이건 또 뭔가? 더구나 그림체가...
나가노 마모루의 강점은 허술한 듯 하면서 특징을 정확히 캐치해 그려내는 미형의 캐릭터였다. 정돈되지 않은 거칠지만 날렵하고 섬세한 선으로 개성을 정확히 묘사해 그려내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이게 뭔놈의 상황인가?
쓸데없이 힘이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이전까지 거칠지만 담백하던 그림에 쓸데없는 기교가 들어가고 있다. 잘 쓰지도 않던 스크린톤이 남발되고. 뭐랄까... 된장국에 캐비어, 푸아그라, 토뤼프를 잔뜩 넣어 끓인 맛? 안심에 등심에 잔뜩 풀어 끓인 된장찌개인가 보다. 아니 그건 좋다. 메카닉까지 그러면 어쩌자는 것인가?
분명 이전까지 나가노 마모루의 메카닉은 정교하지만 각 메카닉의 개성만을 간결하게 강조해 보여주는 스타일을 보여주었었다. 그런데 12권에서의 메카닉들이란 뭐 이리 정신사나운가? 더 화려해지기는 했지만 이전의 쥬논이나, 레드 미라쥬가 보여주었던 정돈된 미학이 없다. 이래서야 그냥 장난감이지.
아무튼 기술적으로는 발전한 것 같은데, 만화적으로는 크게 퇴보한 - 퇴보했다기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완전히 상실한 듯 보이는 요즘이었다. 이러고서도 또 이런저런 이유로 연재조차 성실히 하지 않는다니.
이제 FSS에 대한 미련은 접어야 하려나 보다. 초심을 잃은 - 그래서 자기만의 강점을 잃은 아티스트란 그냥 테크니션에 불과하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인간들이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클램프와 하라 히데노리에 이어 아픔이 크다. 이런 식으로 또 하나를 보내는구나.
그나저나 12권, 이거 그냥 갖다 버릴까? 진짜 읽기 싫네. 버려야겠다. 16권까지 모아놓은 X도 흉물스러운데.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는 10권까지만 기억에 남겨야겠다. 미완이라고. 그쪽이 정신건강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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