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참 재미있다. 예쁘면 예쁜 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는 거지 뭣하러 꼭 니뽄삘 운운하는 것일까? 구하라 이야기다. 하여튼 어딜 가나 들리는 이야기가.
비약해서 이야기해볼까? 그러면 니뽄삘인 구하라를 국내 아이돌 가운데 넘버원 비주얼로 여기는 나는 일본인인가? 거꾸로 국내에서보다 더 인기가 많은 배용준이나 최지우도 니뽄삘이겠네? 맞나?
일본인이지만 기무라 타쿠야나 다케노우치 유타카는 정말 잘생겼다. 다케우치 유코, 이토 미사키도 예쁘고. 료는 이나영과 비슷한 느낌인데 그보다 묘하게 화려한 섹시함이 있다. 참고로 원빈과 윤상현은 기무라 타쿠야 닮은 것으로 언플하고 했었다. 그러면 원빈과 윤상현도 니뽄삘?
기본적으로 미의 기준이라는 것은 글로벌화된 현대세계에서 국경이 다르다고 크게 달라지거나 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예쁘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예쁘다. 우리나라에서 예쁘면 중국에서도 예쁘고. 어느 정도의 문화적인 차이나 취향상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 일본 연예인도 자기네 나라에서 잘생겼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잘생겼다 쳐주고, 중국 연예인들도 마찬가지고.
니뽄삘이라 일본 가면 인기가 많겠다... 이 얼마나 듣기 어처구니 없는 소리인가. 사실 이건 인종적인 편견이기도 하다. 일본인이니까 이러이러하게 생겼을 것이다... 아니 이러이러하게 생겼으니까 일본 닮았다. 19세기 유행하던 골상학도 아니고. 일본인과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말했듯 일본에서 미인이면 대개 우리나라에서도 미인이다. 우리나라에서 미인이면 일본에서도 미인이고. 다시 말해 그건 어느 나라 스타일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미인이라서다. 예뻐서. 아름다워서. 귀여워서. 이영애가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최고의 미인으로 추앙받듯. 거기 무슨 국적이 있는가?
물론 그건 있다. 내가 가장 적합한 표현이라 생각한 것인데,
"아이돌스럽다."
사실 아이돌이라는 게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거든. 우리나라의 아이돌이란 거의 일본 아이돌 벤치마킹이다. 소년대를 따라한 소방차에서부터, 소녀대를 대놓고 카피한 세또래, 이후 SM과 DSP로 대표되는 국내 아이돌 대표라인은 이들 일본 아이돌의 스타일에 큰 영향을 받았다. 나도 소녀시대 처음 보았을 때 일본 아이돌이 국내 진출했는가 여겼을 정도로 일본이야 말로 아이돌의 발상지이자 최첨단에 있는 나라다. 그리고 국내 아이돌은 그 영향 아래에 있다.
일본에서 살다 온 지인이 그러더라.
"한국 아이돌이라는 게 바로 일본스타일 아냐?"
역시 그 지인도 바로 그런 점에서 오해하고 있는 것인데,
물론 일본 아이돌이라면 그건 있다. 카와이~. 도무지 우리나라 말로는 번역이 안되는 단어. 흔히 귀엽다고 번역하곤 하는데, 분명한 건 그 귀엽다는 말에는 우리나라 말에는 있는 예쁘다라는 개념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내가 일본 아이돌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도 그래서다. 걔들 카와이~라 하는 기준을 도무지 모르겠어서.
그러나 그런 것을 제외하고 일단 키레~ 예쁘다라는 기준에서 본다면 일본 아이돌과 우리나라 아이돌이 추구하는 바가 같다. 청순, 발랄, 깜찍... 여성성이 배제된 이를테면 로리타?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이돌에게 섹시코드란 거의 막장을 뜻했었다. 지금도 티아라의 보핍보핍이 그런 코드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애프터스쿨은 아이돌이라기에는 그냥 걸그룹. 아마 티아라의 처음처럼을 애프터스쿨이 불렀다면 더 히트쳤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노래도 물론 좋지만.
아무튼 딱 그거다. 아이돌스타일. 어딘가 귀엽고, 청순하고, 발랄하고, 여기에 묘하게 화려하기까지 한. 그런데 이런 타입이 이제까지 아이돌 가운데서도 잘 없었다는 거다. 다들 예쁘고 귀엽고 청순하고 매력적이기는 한데, 구하라는 그 가운데서도 상당히 이질적인 - 비현실적인 외모를 지녔다. 그러다 보니 생각하는 거다.
"아, 이건 우리나라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갖다붙이기.
"이건 일본 아이돌 스타일이다."
물론 여기에는 구하라를 굳이 일본의 아무로 나미에에 갖다 붙인 소속사의 언론플레이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사실 아무로 나미에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릴 내용이지만, 그러나 어느샌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렇게 박혀 버렸다.
구하라 = 아무로 나미에
그렇지 않아도 이질적인 느낌에 그리 정의까지 내려 놓으니. 그래서 좋아하면 좋아하는대로 싫어하면 싫어하는대로 그리 갖다 붙이고 마는 거다.
"구하라는 니뽄삘이다."
"구하라는 일본 스타일이다."
개인적으로 카라가 일본에 진출하면 인기있을 것 같은 멤버로 니콜을 꼽는다. 구하라에 비해 굉장히 여성스럽거든. 귀엽고. 오히려 일본인들이 말하는 카와이~에 가장 가까운 이미지일 것이다. 예쁘지는 않지만 그러나 매우 귀엽고 사랑스러운, 더구나 애교까지 많은 스타일. 몸매도 훌륭하다. 춤도 잘 추고. 한승연도 있기는 하지만 아이돌로서는 좀 나이가 많은 편이라 그건 좀 애매하고. 구하라는 글쎄...
내가 생각하기에 구하라는 한복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순수국산이다. 메이크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민낯 기준으로 그렇다. 의외로 무척 수수한 편이라. 한복 입은 것 보고 진짜 놀랐다. 저렇게까지 한복의 선이 잘 나오는구나... 무슨 중학생 초등학생 한복 입혀놓은 줄 알았을 정도로 너무 어려보이더라는 것이 에러라면 에러랄까? 아마 기모노 입혀놓아도 그렇게 잘 어울릴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어쨌거나 사람 얼굴 가지고 국적 부여하는 거 그리 좋은 습관 아니다. 인종주의는 바로 거기에서 출발한다. 아예 확연히 구분되는 생김이라면 모를까 그리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 외모 가지고. 심지어 그것을 가지고 비난하거나 조롱하는데 쓰는 건 더욱이나. 사실 그게 더 신경에 거슬렸다. 니뽄삘이네 중국삘이네....
미인은 어디 가나 미인이다. 잘생기면 어딜 가나 잘생겼다. 글로벌화된 세계라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하다. 서로의 얼굴을 보다 자주 보게 되면서 공통으로 예쁘다 잘생겼다 여기는 기준이 점차 일치해가는 때문이다. 그런 시절에 얼굴 보고 국적이라... 웃기는 거다. 이런 쓸데없는 글이 나오는 이유다.
그리고 추가하자면 국내 아이돌 가운데 일본 가면 가장 성공할 수 있는 팀으로 나는 소녀시대를 꼽는다. 외모면 외모, 실력이면 실력, 특히 SM의 기획력까지 더해지면 더욱. 아마 지금도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국내 아이돌이라면 소녀시대일 걸? 카라야 의외성으로 화제를 끄는 것 뿐이고. 아이돌의 기준도 얼추 같다는 거다.
다시 말하지만 인종주의란 다른 민족이나 인종에 대해 선험적으로 판단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정말 쓸데없는 이런 글이 나오게 되는 이유다. 하지 마라. 그런 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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