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스를 지켜라 - 차지헌이 노은설과 헤어지려는 이유...

까칠부 2011. 9. 22. 09:20

차봉만 회장(박영규 분)은 아들 차지헌(지성 분)에게 노은설(최강희 분)과 헤어질 것을 종용하며 헤어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네 짝으로 노은설이 있으면 얼마나 더 우스워지겠니? 내가 최소한 너희들을 막아줄 수 있을 때나 가능했던 일이야."

 

그리고 그러한 차봉만 회장의 말에 차지헌은 헤어져주마고 긍정하듯 대답한다. 다 알았다는 듯 웃음마저 머금은 채.

 

그도 깨달은 것이다. 아무리 강한 척 해도 노은설은 여자라는 것을. 아니 여자이기 이전에 그가 머무는 세계에 함께 있기에는 너무나 약한 존재다. 그렇게 강한 척 하더니만 한 순간에 음모에 휘말려 궁지로 내몰리고 만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런 의지처가 되어 주지 못하고.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은 검찰조사며 언론의 취재경쟁이 그녀에게는 그리 두렵고 긴장된다.

 

차무원(김재중 분)의 말처럼 차지헌의 동네에서 노은설과 함께 하고자 한다면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설사 노은설의 동네로 가더라도 최소한 노은설이 다치지 않도록 그가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노은설의 약한 모습을 보았을 때 그는 비로소 자신의 숨겨진 남성을 깨닫는다. 이제까지처럼 일방적으로 의지하기보다 자신이 지켜주고 싶다. 그녀를 지켜주어야 하는 것은 아버지 차봉만 회장이 아니라 연인인 차지헌 자신이다.

 

차지헌이 처음 노은설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서운함이었고, 그 다음에는 자격지심이었다. 자신을 그리 믿지 못하는가. 그러나 믿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노은설을 지켜줄 수 있겠는가. 각성일까? 어느새 남자가 되어 버린 차지헌 앞에 그래서 노은설은 여자가 되어 버린다. 아이를 보살피는 엄마에서 눈물을 흘리며 떠나려는 그의 마음을 되돌리려는 여자의 모습이 된다.

 

전환점일 것이다. 보모 노은설에 상처받은 어린이 차지헌에서, 그 아이가 어느새 자라 보모 노은설을 감싸줄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토록 크고 강해 보이던 노은설이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었을 때 그녀를 지켜주고자 하는 남자의 모습이 되었다. 드디어 차지헌이 주인공으로서 이야기의 중심에 뛰어들려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형제이자 라이벌인 차무원과 아버지 차봉만, 큰어머니 신숙희(차화연 분), 그리고 속을 알 수 없는 황관장(김청 분), 이제까지의 주인공이 바로 이들이었다면 이제 주인공은 차지헌으로 바뀐다. 다만 차지헌의 성장과 더불어 노은설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가.

 

아직까지는 그 롤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제까지는 그 강함으로 전면에 나서서 몸으로 부딪히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지헌이 남자로써 강한 모습을 되찾게 된다면 그러한 노은설의 강함은 차지헌과 충돌하기 쉽다. 결국은 노은설에게도 어떤 계기가 있기 쉽다는 것인데. 그녀도 점차 바뀌게 될까?

 

아무튼 참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일 것이다. 서나윤(왕지혜 분)의 어머니인 황관장은. 서나윤의 그 엉뚱함이 황관장을 닮은 것일까? 의외로 허술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으 치밀하고 독하다. 노은설에게 매번 당해주는 그 어수룩함은 연기일까? 아니면 진심일까? 어수룩한 듯 보이다가도 이내 반전처럼 독하게 계략을 쓰는 것을 보면 재벌가 안주인이 괜한 자리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토록 순진하도록 허술하니.

 

과연 그녀는 악역일 것인가? 지금까지처엄 단지 주변만 건드리고 마는 조역일 것인가? 전적으로 악역으로 등장하기에는 서나윤이 걸리기는 하지만.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지금 악역이 필요하다. 더 강하게 등장인물들을 위기로 내몰 존재가 있어야 한다. 긴장이 높아지는 지금이면 더욱 요긴할 것이다. 그녀가 아니면 누가 그 역할을 맡을까?

 

자존심이라고는 없는 양 차무원에 매달리는 서나윤씨. 자존심이고 뭐고 간도 쓸개도 다 빼놓고 사는데 그 모습이 그리 당당하고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루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서나윤의 매력이랄까? 그만큼 솔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계산 없이 솔직한 진심 하나로 직구로 달려드는 때문이다. 알콩달콩한 차무원과의 관계가 유쾌하다. 결국 이 두 사람은 커플이 되고 말 것 같은데. 차무원의 철두철미한 냉정함과 허술한 진심이 어울린다.

 

조금은 코미디치고는 신파조가 강했다. 하지만 확실하게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박영규 이하, 양념처럼 주변에서 코믹을 대신하는 김재중과 왕지혜의 선전으로 코미디의 분위기는 잃지 않았다. 때로 이렇게 가라앉는 때도 있어야 맛이 아니던가.

 

결국 노은설이 내부고발자일 것이라는 오해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보다 근본저인 문제. 노은설은 그 세계의 사람이 아니다. 그 세계에 머물기에는 너무 약하다. 그녀를 지켜주기에는 차지헌은 아직은 너무 미약하다. 깔끔하면서도 선이 분명한 전개였다. 과연...

 

흥미롭다. 차지헌은 마침내 변신하게 될 것인가. 차지헌이 바뀌면 노은설도 바뀌어야 한다. 계기가 되어줄 것인가. 전환점이 될 것인가. 밑밥은 뿌려졌다.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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