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광의 재인 - 서인철, 가슴 속에 흉폭한 짐승을 기르다!

까칠부 2011. 10. 27. 09:51

쉽게 자신을 낮추는 이는 경계해야 한다. 진정 스스로를 하찮게 여겨 그러는 것이라면 그는 경솔하여 사소하게 큰 사고를 치기 쉬울 것이다. 그렇지 않고 스스로를 여전히 귀하게 여기고 있다면 그는 분명 속에 감추고 노리는 바가 있을 것이다.

 

서인철(박성웅 분)에 대해 어쩌면 마음놓고 함부로 대하고 있는 서재명(손창민 분)에 비해 어딘가 그를 경계하는 듯한 그의 아내 임정옥(김선경 분)이 보이는 눈빛이 그것을 의미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삼촌이고 조카인데, 더구나 서인우(이장우 분)는 그의 사촌동생이다. 그런데 몸을 날려 커다란 항아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신 맞아줄 수 있을까?

 

그의 증오와 원한이 깊다. 그 만큼이나 노리는 바도 크다. 속에 짐승을 한 마리 기르고 있을 것이다. 더없이 사납고 흉폭한, 그리고 탐욕스러운. 더구나 그것을 충분히 감추고 드러내지 않을 수 있을 만큼 교활하며 인내심까지 강하다. 다만 아쉽다면 그렇다기에는 서인철의 표정에서 그런 것들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보이고 있다는 것. 그것을 알아챈 임정옥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몰라서이든 아니면 일부러이든 무시하고 있는 서재명이 더 대단할 것이다.

 

하기는 그렇게까지 하는데 불만이 없다면 그것도 문제일 것이다. 아예 아무런 내색이 없다면 그게 더 무섭다.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위에서 찍어누른다. 불만을 속에 품고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짐승은 마침내 자신을 삼키고 주위를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아마도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캐릭터일 것이다. 이제 충분히 그가 짐승이 되고 괴물이 될 개연성은 주어졌다.

 

흥미롭다. 지루했던 가운데 유일하게 필자의 흥미를 끈 부분이었다. 무표정 가운데 살짝살짝 드러나 보이는 격정과 냉정해 보이는 모습 가운데 어느새 감추지 못하고 드러나는 흉폭함. 어디까지 그려내질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간다. 박성웅의 연기력을 기대한다. 충분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디테일만 더한다면 그가 드라마의 주인공일 것이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뻔한 구성이었다. 오로지 평생 야구만 하다가 느닷없이 가장이 되어 사회로 내던져진 김영광(천정명 분)의 좌절과 아버지의 뜻에 휘둘려 좋아하는 야구를 그만두게 된 서인우의 절망, 그리고 그런 가운데서도 여전히 활기찬 윤재인(박민영 분)에게 마침내 찾아온 위기. 확실히 서인우와 김영광은 친구 맞다. 김영광은 어떨지 몰라도 서인우에게 김영광이란 유일하게 솔직하게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 뵐 수 있는 친구다. 그렇게까지 야구를 그만두네 하는 순간에조차 시비를 걸고 싸움을 하는가? 어지간하면 그렇게 싸우면 다시 보지 않지 매번 싸우지는 않는다.

 

남편이 밖에서 낳아 온 자식이라 오해하면서도 끝내 윤재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박군자(최명길 분)의 마음도 짠하다. 아무리 돈이 급하기로서니 남편이 외도해서 낳아 온 자식을 받아들이고 싶은 여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더구나 남편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컸다면 그에 따른 배신감도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죽고 남편의 딱 오해하라고 내뱉은 유언은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다. 당장에라도 머리채를 붙잡고 돈과 함께 내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차마 죽은 사람의 마지막 뜻이라 생각하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물론 오해일 테지만.

 

이것도 재미있기는 하다. 전혀 오해다. 윤재인과 김영광 가족과는 전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다. 그러나 가족이 되어야 한다. 오해로 인해 윤재인은 김영광과 배다른 남매가 되어야 하고, 김영광의 가족과도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오해로 비롯된 허구의 관계다. 아마도 그 끝은 역시나 가족이라는 것일 테지만, 모든 진실을 아는 입장에서는 오해로 인한 증오와 원망이 오해 가운데 풀어지며 허구의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이 꽤 흥미로울 것 같기는 하다. 다만 허구로부터 비롯된 관계인 만큼 얼마나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래도 꿋꿋하게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고, 아르바이트자리도 찾아보고, 그런 캐릭터이기는 하다. 그래서 변화가 없다. 그래서 주인공임에도 아직 이렇다 할 비중이나 분량이 없다. 인상도 없다. 결국 그녀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이 그녀를 끌어들인다. 지금대로라면 윤재인의 캐릭터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나마 김영광에게는 서인우라는 파트너라도 있다. 윤재인의 캐릭터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 그것을 다양하게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다른 관계가 필요하다. 아쉬운 부분이다.

 

윤재인의 어머니 여은주(장영남 분)도 마침내 정신을 차리려 하고, 무언가 몰아치려는 분위기다. 다만 그럴만한 분위기가 성숙되어 있는가. 허영도(이문식 분)의 속셈도 아직 드러나 있지 않다. 과연 이대로 진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변화가 가해질 것인가? 아직은 지켜본다. 흥미롭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