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런 부분이 <위대한 탄생>만의 개성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단점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장점이다. 당장에 보이는 실력이나 완성도보다 그 가능성과 개성을 더 높이 본다. 마지막 생방송 무대에 서기 위해 멘토들의 조련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 민망했다. 노래의 거의 대부분을 가사를 몰라 "나나나~"로, 그것도 크게 히트쳤던 성시경의 "거리에서"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윤상이 선정한 미션곡 50곡 가운데 그나마 후렴부 멜로디가 익숙해서 선택한 노래였다. 그러나 가사를 외우기에도 시간은 너무 짧았고, 부족한 연습과 자신감에 무대는 너무 떨렸다. 마이크를 쥔 덜덜 떨고 있는 손이 그녀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가를 보여준다. 아니 당황했을 것이다. 망쳐버린 무대에 대해. 전은진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은진은 멘토들이 미션을 준 의도를 훌륭히 완수했다 할 수 있었다. 가사를 다 외우라는 것이 아니었다. 벌써부터 완성도 있는 무대를 보여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생방송 무대에 서기까지 멘토들의 조련이 가해진다. 완성은 그런 이후에 되어도 늦지 않다. 그보다는 어떤 개성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 자신이 가진 강점을 드러내고 그동안 드러난 단점을 보완한다. 성장가능성까지 보여준다. 이만하면 멘토가 맡아 가르치는 보람이 있겠다. 나아가 스타가 될 수 있겠다.
솔직히 놀랐다. 지역예선 당시 가요를 들려달라는 심사위원들의 요구에 전은진은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부른 적이 있었다. 그때 이선희의 평가는 "가리워진 길"과 같은 발라드는 전은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승환 역시 "가리워진 길"보다는 앞서 불렀던 "걸 위드 원 아이(Girl with one eye)"를 높이 평가하며 어둠의 마성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토록 청아한 목소리라니. 이선희의 말마따나 맑은 외모에 어울리는 맑은 목소리였다. 발라드를 부르기 위한 목소리였다. 멘토들이 "멘토토크"를 통해 요구했던 전은진의 다른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 또한 전은진이 "거리에서"를 선곡한 이유였다. 자신의 강점과 더불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떨어뜨릴 수 없는 것이다. 이제까지와 큰 차이가 없는데 가사를 잊어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어쩔 수 없다. 그것은 말 그대로 완성도가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새로운 개성과 가능성을 보이며 단지 시간이 부족하고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된 무대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그 다음을 기대하게 된다. 멘토들에게 새로운 기대를 심어줄 수 있었다는 것. 말했듯 생방송무대에 오르는 것은 한 번 멘토들의 손을 거친 다음인 것이다. 가르치는 보람이 있다. 생방송 무대에 세워 이겨나갈 가능성이 보인다. 멘토들이 바라는 바다.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바를 모두 보여준 것이 좋았다. 전은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아무튼 참으로 매혹적인 무대였다. 비록 가사는 들리지 않았지만 어차피 제대로 된 가사는 성시경의 노래로 따로 들어도 좋을 것이다. 그보다는 고음에서 들리는 고혹적인 가성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순수한 외모와 맑은 목소리,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 그 자체로 전은진은 하나의 캐릭터를 만든다. 피아노를 칠 때의 그녀는 마치 오랜 고성의 탑에 갇혀 있는 고독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직 다 듣지는 못했지만 "거리에서"를 부르는 보컬로써의 전은지는 사랑노래를 부를 줄 아는 아가씨였다. 외모도, 목소리도, 노래도 매력적이다. 어느새 필자 역시 윤상의 오른쪽에 앉은 "남성팬"들과 더불어 팬카페라도 만들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완성된 실력을 보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떨어진 참가자 가운데서도 지금 남아 있는 참가자보다 재능이나 실력에서 더 뛰어났던 이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장 이번에 탈락한 홍메이어 홍동균만 하더라도 무대 자체는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의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했고 오히려 한계만 노출했다. 만일 완성된 가수를 뽑으려 하는 것이라면 홍동균 쪽이 훨씬 유리했겠지만 <위대한 탄생>이 요구하는 것은 그같은 완성된 자기 스타일이 아니다. 완성해갈 수 있는 가능성이며 색깔이다.
그래서가 아니었을까? 전은진이 대부분의 가사를 잊고 "나나나~"로 대신했음에도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는 <위대한 탄생>이 요구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머리로 알고 있었든, 몸으로 알고 있었든, 알아서 그렇게 무대를 준비하고 소화해내고 있었다. 비록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출제자가 요구하는 답을 안다. 같이 가사를 잊었어도 현진주와 전은진의 운명이 갈린 이유였을 것이다. 그만큼 전은진이 잠깐 보여준 매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신예림이 돌아왔다. 물론 알고 있었다. 그것은 잠시의 실수였다. 또래 답게 어느새 들뜬 마음에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실수하고 만 것이었다. 실수란 다음에 더 분발하면 얼마든지 그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신예림은 그러한 기대가 무색하지 않게 모두가 지역 예선을 통해 보고 듣고 기대한 그 보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실망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역습이었을 것이다. 머리에 리본까지 스스로 요구해 달았던 그 의지와 야심이 그녀를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았다.
에릭 남은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 너무 잘났다. 배수정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남자와 여자가 주는 차이일 것이다. 여자가 잘나면 동경하게 된다. 남자가 잘나면 수컷으로서의 본능을 일깨우게 된다. 명문 보스톤대 출신에, 전문 금융컨설턴트, 더구나 노래마저 기가 막히게 잘 부른다. 프로가수마저 자기만의 생깔을 그만큼 선명하게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이미 프로나 다름없다. 거기에 무슨 말을 더 더하란 말인가. 너무 잘나도 문제다.
매건 리는 시즌 1에서부터 눈여겨보았다. 항상 밝고 적극적인 모습이 좋았다. 노래부르는 것이 좋다. 무대에 서는 것이 좋아 죽겠다. 그것이 보인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너무 나대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필자에게는 그야말로 전심전력으로 꿈을 쫓는 여자아이의 순수함으로만 보였다. 그리고 그 순수함은 한 번의 좌절을 딛고 한결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시즌 2를 통해 우리 앞에 나타났다. "마법의 성"은 그런 그녀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노래였을 것이다.더 순수하게 불렀으면 좋았을 것을.
최정훈의 "마법의 성"은 그런 점에서 너무 어울렸다. 너무 어울려서 약간의 어색함이 너무 크게 부각되어 들렸다. 자신이 넘쳤던 것일까? 아니면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 탓일까? 그럼에도 특유의 미성과 재능은 참가자 가운데 발군의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남성듀오 50kg의 진지하려는 시도는 윤상의 한 마디로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확실히 노래만으로 어떤 강렬한 개성을 느끼게 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들의 캐릭터는 그런 것이 아니다. 웃기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지 말고 강점으로 살려가면 어떨까?
아무튼 시즌1에서도 잠깐 시도했던 멘토토크를 중요하게 배치한 것이 주효했다는 생각이다. 멘토들의 참가자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볼 수 있었다. 어떤 점을 높이 평가하고 어떤 점을 개선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인지. 참가자들의 무대를 보고 평가하는데 크게 참고가 되었다. 어떤 이유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앞으로 더 위로 올라가자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 전은진 역시 그런 점에서 심사위원들이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잡아내고 있었다. 운이든 실력이든 그것이 바로 재능이다. 멘토들의 귀는 확실히 여느 일반인과는 다르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노래 중간에 박자를 놓친 김성진을 위해 열심히 박자를 맞춰주는 이선희를 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이승환이 함께 박자를 맞춰주고 있었다. 누구를 떨구느냐가 아니다. 누구를 뽑느냐다. 같지만 전혀 다르다. 떨구려 할 때는 단점을 보고, 뽑으려 할 때는 장점을 본다. 단점은 하나로도 족하고, 장점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오히려 장점을 다 보이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장차 자신의 멘티가 될 지도 모르는 참가자이기에, 아니 그보다는 음악을 하려는 장차의 후배들이기에 도움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돈을 주고도 들을 수 없는 귀한 조언들일 것이다. 수십년 음악인생의 경험이 담긴 정수다. 듣고 그것을 이해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면 성장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된다. 그러나 도태시키는 것이 그들의 일은 아니다. 당장에 오디션에서 탈락하더라도 계속 음악을 하며, 음악을 포기하더라도 일상을 영위할 것을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비록 몇몇 화제가 될만한 참가자들에게만 카메라를 비추고는 있지만, 사이사이 짧게나마 그들의 무대와 그에 대한 평가를 들려주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위대한 탄생>에 도전해 여기까지 올라온 그들을 배려한다. 어차피 스쳐지나가는 캐릭터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참가자일 텐데도. 화제가 되었던 참가자 가운데서도 여럿이 떨어지고 말았다. 다른 탈락자들과 섞여 그들의 모습도 보인다.
아예 멘토들의 심사평부터 나왔던 정지원의 무대도 인상에 남는다. 이번만 그냥 우연히 잘한 것이 아닌가. 그 만큼 정지원이 보여준 무대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가장 놀래킨 두 참가자였다. 반전이었으며 충격이었다. 과연 어디까지 가려는지. 이것이 기쁨일 터다. 재미있었다.
'예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대한 탄생 - 멘토의 오디션, 멘티쟁탈전이 치열하다! (0) | 2011.11.19 |
---|---|
무한도전 - 종편의 개국과 방송 무한경쟁시대의 개막... (0) | 2011.11.13 |
위대한 탄생 - 충격의 반전, 엄친딸 배수정 위대한 캠프서 탈락하다! (0) | 2011.10.29 |
위대한 탄생2 - 칼날 위를 선 긴장과 기분 좋은 따뜻함이 있다. (0) | 2011.10.22 |
라디오스타 - 카라편, 한 달만 먼저 방송되었어도... (0) | 2011.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