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교씨의 보컬은요, 특징이 명확하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변화한 느낌이 다른 분들에 비해서는 되게 적을 수 있는 것 때문에 선택을 저는 안했어요. 그런데 그 보컬이 너무 마음에 들기 때문에 같이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상관없이 저와 연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음악 만들어 가지고, 가지고 오세요. 같이 들어보고 또 새로운 음악 같이 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 다 길이 열려 있으니까요."
서준교의 노래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개성도 분명하고 기술적으로도 상당히 완성되어 있다. 하지만 과연 멘토의 입장에서 서준교를 어디까지 성장시킬 수 있겠는가? 그것을 생방송 무대에서 얼마나 대중들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
50kg이 그 어느 멘토로부터도 선택받지 못하고 윤일상이 위로처럼 들려준 말도 같은 맥락이다.
"두 분이 그런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고 자기만의 앨범이나 자기만의 노래를 부르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어서, 오늘 이것과 상관없이 저는 두 분이 계속해서 음악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분명 그들의 무대는 즐거웠다. 그들 자신은 물론 멘토들과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까지 그들의 노래를, 춤을,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못해서가 아니다. 부족해서도 아니다. 단지 맞지 않는 것이다. 멘토들에게 멘티로써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 탓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위대한 탄생>은 가수가 되고자 하는 지망자들을 위한 오디션이 아니다. 그들을 멘토로써 가르치는 멘토 자신들의 오디션이기도 하다.
시즌1에서도 그랬다. 우승한 백청강과 준우승한 이태권의 뒤에는 항상 김태원이라는 멘토의 이름이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이 거둔 성적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들은 김태원을 찬양하며, 그에 도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김태원에게 모든 탓을 돌린다. 아무래도 아직 데뷔도 못한 아마추어에 비해 오랜동안 그 역량을 검증받은 베테랑에게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멘티가 거두는 성적은 곧 멘토간에 서로 비교하여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얼마나 주어진 시간 동안 멘티들에 대해 충분히 성장시키고 변화시켜 대중의 선택을 받도록 할 수 있는가? 그것은 멘토들의 음악인으로서의 재능을 발굴하는 눈과 그것을 계발하는 역량 모두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멘토 자신의 자존심과도 관계가 있다.
가능성이 있는 후배를 발굴하여 그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싶다. 그것은 이미 많은 것을 이루고 자신이 이룬 것들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이의 당연한 본능일 것이다. 하물며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비교당하게 된다. 순위가 매겨지고 그 순위가 멘토 자신을 판단하는 한 기준으로 여겨진다. 허투루 판단하여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잘한다. 잘할 것이다. 충분한 재능과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주위에서 떨어져도 결국 그들을 맡아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것은 멘토 자신이라는 것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그들이 음악인으로서 지금까지 이루어낸 성과들 만큼이나 그들의 음악인으로서의 자존심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역량과 판단을 믿고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과연 어느 누가 이선희를, 이승환을, 윤상을, 윤일상을, 박정현을 대신할 수 있을까?
아마 <나는 가수다>의 영향일 것이다. 아니 그전부터도 그랬다. 너무 쉽게 다른 사람에게 기대려 든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자신의 음악적 욕구나 취향을 강제하려 든다. 이런 노래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음악도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에서도 가수들은 전혀 자신의 개성이나 장점과는 상관없는 노래를 억지로 떠맡아 불러야 한다.
물론 좋다. 그러한 노래들조차도 자기식으로 훌륭히 소화해내는 것도 음악인으로서의 역량일 것이다. 그러나 음악은 설사 편곡을 잘못해서 망치더라도 음악 자체가 망가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원곡이 있고, 혹은 이후의 다른 누군가 그보다 더 훌륭하게 새로운 편곡을 통해 재탄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아니다. 사람은 한 번 길을 잘못들어 망가지면 다시 돌이키기 힘들다. 그 또한 프로듀서로서의 자신의 오점이기도 하다.
많은 재능이 그렇게 그들의 멘토를 잘못 만나 망가지고 있었다. 혹은 잘못된 가르침으로 인해 전혀 빛을 보지 못하던 재능이 새로운 멘토로 인해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도 했다. 후자의 경우는 매우 운이 좋은 것이다. 영영 다시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이들이 현실에는 너무나 많다. 그것을 과연 선배로서 함부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전혀 당사자의 개성이나 재능과 맞지 않는 멘토링은 오히려 그를 망칠 뿐이다.
한 번 뛰어난 재능과 가능성을 발굴해 가르쳐 보고 싶다고 하는 당연한 욕망과 그리고 멘티를 통해 멘토들이 간접적으로 경쟁하게 되는 시스템, 무엇보다 그 짧은 가르침이 자칫 멘티 자신의 평생을 결정할 수도 있다.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고, 선택했으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사실 기대했던 것만큼 많이 못 보여줘서 너무 아쉬워요. 그렇지만 기본기가 너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오늘 아쉬웠던 부분들, 갑자기 멘토로서 가르쳐주고 싶어요. 짚어주고 싶고. 그렇다면 멘토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시청자의 판단과 멘토의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청자는 단지 어떤 참가자가 잘하고 못하는가를 보지만, 멘토들은 자신이 그 참가자를 멘티로써 받아들이고 난 다음을 보게 된다. 재능과 실력이 뛰어나도 이후 멘토링 과정에서 그것을 제대로 드러내기 힘든 경우가 있고, 당장은 한참 못 미치지만 멘토링을 통해 새롭게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모두 음악인으로서의 그들의 자존과 경험과 역량 안에 들어 있다. 제 3자가 침범할 수 없는 음악인으로서의 그들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자기 이름을 걸고 자신의 멘토를 선택한다.
바로 그들 멘티가 멘토를 대신해 멘토의 가르침을 받아 생방송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시청자 누구가 아닌 멘토 자신의 판단에 의해 충분히 생방송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 같다 판단한 멘티가 멘토의 가르침을 받아 그들을 대신해 생방송 무대에서 심사위원과 시청자의 판단과 선택에 자신을 맡기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함께 음반작업을 해보자 제안하면서도 멘티로써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한 번 음악을 만들어 들고 오라, 함께 새로운 음악작업을 해보자 격려하면서도 굳이 멘티로써 선택하려 들지는 않는다. 그만큼 치열한 것이다. 다른 멘티와의 경쟁이, 그리고 음악인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그리고 멘티에 대한 책임감이. 바로 그런 것들까지 포함해 생방송무대에서는 멘티와 더불어 멘토를 판단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위대한 탄생>이다. 멘토제만의 장점이면서 어떻게 보면 한계일것이다.
어쨌거나 바로 그런 탓에 이번 멘토가 멘티를 선택하는 마지막 미션에서도 멘티를 선택하는데 있어 멘토들 사이의 눈치작전이 치열했다. 신예림의 차례에서 이승환이 멘토를 하겠다며 손을 번쩍 든 것은 윤일상이 먼저 손을 들고 난 다음이었다. 윤상 역시 구자명의 차례에서 윤일상과 이선희가 손을 들고 나서 마치 크게 인심이나 쓰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있었다. 하나같이 다른 멘토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은 탁월한 재능과 가능성의 소유자들이다. 그런 반면 다른 한 사람도 손을 들지 않은 참가자들에 대해서는 모두가 침묵 중이다.
실제 지난 시즌1에서도 김태원은 일찌감치 멘티 4명을 모두 선택해 버린 탓에 데이비드 오의 차례에서 자비로 멘토링할 것을 제안하고 있기도 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TOP밴드>에서도 코치 남궁연은 예선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밴드들을 일찌감치 여럿 확보한 탓에 이후 밴드를 선택하는데 곤란을 겪고 말았다. 지금 섣부른 선택을 했다가는 자칫 이후 나오게 될 더 뛰어난 재능과 가능성을 다른 멘토들에 빼앗길 수 있다.
무려 5개조 10개 그룹, 20개 팀이 최종미션을 치르고 난 뒤임에도 아직까지 각 멘토당 단 한 명씩의 멘티만이 선택되어 있는 이유일 것이다. 박정현만이 애슐리 윤과 장성재 두 사람의 멘티를 선택하고 있다. 아예 단 한 사람도 멘티로 선택되지 못한 조마저 있을 정도였다. 아직 무대에 서지 않은 조 가운데 배수정과 에릭남, 최정훈, 푸니타, 전은진 등의 뛰어난 재능과 매력, 가능성을 지닌 참가자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들 참가자들의 멘토가 모두 결정되고 난다면 이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하고 떨어진 참가자 가운데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선희가 위로하듯 건네는 말이 아니더라도 이미 모두는 여러 차례의 예선을 통해 충분히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인정받은 이들이었다. 모두에게 각각의 멘토와 멘티가 결정되고 아직 빈 자리가 남아 있다면 누가 그 자리에 들어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물론 아예 음반작업을 제의받은 서준교라면 그것은 반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확실히 닷새라는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니 무대들이 한결 낫다. 아니 닷새조차도 사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만에 가사와 멜로디까지 외워 편곡까지 마치고 무대에 올야 했던 이제까지의 위대한 캠프에 비하면 널럴하다 할 정도다. 그런 만큼 조급함도 어색함도 불편함도 없다. 가사를 틀리거나 멜로디가 잘못되는 경우도 드물다. 이것이 이들의 실력일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아직 무대가 익숙지는 않다.
김경주와 신예림의 무대는 또래답게 상큼하고 귀여웠다. 이승환의 말처럼 오로지 그들 또래에서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무대였다. 구자명의 목소리에는 진실된 호소력이 있다. 50kg과 장은정이 함께 한 '둘이 합쳐 100kg'은 그저 무대를 즐기게끔 만들어 주었다. 김태극은 과연 그 따박따박한 되바라짐에도 부족한 리듬감에도 끝까지 양민우와 더불어 '스윙베이비'라는 안무까지 포함된 노래를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었다. 아직 많이 부족했지만 함께 노력하는 자세만은 진짜다. 김태극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비호감마저 호감으로 바뀌고 마는 이유다. 패자부활을 통해 다시 살아날 것을 기대한다.
참가자만이 아닌 멘토 사이에서도 신경전이 치열하다. 얼마나 더 뛰어나고 가능성 있는 참가자를 멘티로써 맞아들이는가? 얼마나 즐겁게 자기가 하고픈 음악을 함께 할 수 있는 멘티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위대한 탄생>의 결과는 단지 멘티 자신의 성과이기 이전에 멘토들 자신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그 피튀기는 현장을 본다. 한결 여유를 가지고 만들어낸 참가자들의 듀엣무대는 부록이다. 위대한 캠프보다 훨씬 낫다.
정말 기대된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다음주 그야말로 우승후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실력자들이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악마의 편집을 닮은 듯 흥미를 잡아끄는 편집의 탓에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리려 한다. 물론 이번주 무대도 훌륭했다. 그러나 이번주 무대 또한 훌륭했던 탓에 다음주 무대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멋진 무대를 경험하고 싶다.
과연 아직 비어 있는 멘토들 뒤의 각각의 빈자리를 누가 채우게 될 것인가? 누구를 멘토로 맞고, 누구를 멘티로써 맞아들이겠는가? 물론 그러고 나서도 멘토스쿨과 생방송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멘토와 함께 헤쳐나가야 할 과정일 것이다. 그것을 결정하려 한다. 그것을 결정한다.
<위대한 탄생>이 전부는 아니다. 단지 예능일 뿐이다. 서준교가 이선희와 함께 내놓을 새로운 음반과 50kg이 마침내 세상에 선보이게 될 그들만의 개성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한민우가 무대에 선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다. 유희다. 항상 해주고픈 말이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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