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무한도전 - 종편의 개국과 방송 무한경쟁시대의 개막...

까칠부 2011. 11. 13. 09:17

드디어 종편채널의 개국이 임박했다. 기존의 4개 공중파 채널에 다시 4개의 케이블 종편채널이 더해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바야흐로 방송의 무한경쟁시대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아마 그것을 이야기하고자 했을 것이다. 각각 두 개씩 한 시간 분량을 촬영할 수 있는 테이프를 나누어 받은 것은 한정된 시장을 의미한다. 방송의 시장이란 노출의 시장이다. 얼마나 많은 대중들에 노출될 것인가? 노출되는 만큼 찍게 되고, 그리고 찍는 만큼 노출된다. 8개나 되는 채널이니 그 가운데서는 더 이상 방송을 만드는 자체가 의미없어지면서 도태되는 채널도 몇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장은 다른 방송국이 나눠갖는다.

 

다만 아쉽다면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쟁은 경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일 게다. 방송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경쟁한다. 하다못해 동네 구멍가게와 편의점도 경쟁을 한다. 쓰레기통을 뒤지면서도 길고양이들도 경쟁을 한다. 방송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방송이라고 하는 특수성을 따로 강조하지 않는 이상 경쟁이란 그같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다. 바로 박명수, 노홍철, 길처럼.

 

흔히 보게 되는 모습이다. 자기딴에는 영리하다고 생각한다. 처세에 밝다고 자부하기까지 한다. 위험할 것 같은 곳은 아예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항상 위험과는 거리를 두고 가장 확실한 안전한 기회만을 노려 행동한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 얼핏 위험한 곳은 미리 알아서 피하는 모습이 그의 생각처럼 현명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자부하고 여긴다.

 

그러나 정작 보았듯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바로 가장 위험한 그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걸음 떨어진 만큼 그만큼 정보에 늦다. 두 걸음 떨어지면 더욱 늦어진다. 자기가 직접 보고 듣고 확인한 것이 아니기에 오류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현재 남아 있는 유재석, 길, 하하, 정준하, 박명수, 길 가운데 그래서 오로지 가장 안전한 곳에 머물던 박명수만이 각각의 인물관계도에 대해 전혀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 바로 옆에 그를 잡으려 하는 하하가 대기하고 있건만 전혀 하하를 의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노홍철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박명수의 영리함이 비겁한 영리함이라면 노홍철의 영리함은 적극적인 영리함이다. 그는 자기가 영리한 것을 안다. 누구보다 능숙하게 상대를 속일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것을 자신하며 자기 정체성으로 여긴다. 이미 출발단계에서 노홍철은 그러한 확신 속에 정준하의 존재에 대해 완전히 간과해 버리고 있었다. 오로지 자신의 목표인 하하를 속여 목적을 달성하는 한 가지만을 생각했지, 뒤에서 정준하가 노리고 있으리라는 가능성은 전혀 염두에도 두지 않았었다. 그가 <무한도전> 일곱 멤버들 가운데 가장 먼저 탈락한 것은 바로 그러한 방심의 결과였다.

 

길은 보고 있는 필자가 다 민망할 정도로 가혹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다. 현재 <무한도전>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고, <무한도전>의 시청률까지 결정한다고 할 수 있는 유재석으로 하여금 방송을 내리도록 하는 미션을 부여받은 것이다. 어느 시민의 말처럼 차라리 길이 자신의 카메라맨을 내주고 자폭하는 것이 낫지 길이 유재석을 탈락시키는 것은 누구도 바라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길은 현재 <무한도전> 멤버 가운데 가장 비호감인 멤버다.

 

사실 현실에서도 그와 같은 난감한 경우는 적지 않다. 이를테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블리자드사의 롤플레잉게임 <디아블로3>에 대해 국내의 게임개발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들어보면 좋을 것이다. 과연 <디아블로3>가 출시됨으로써 기존의 게임시장의 파이를 잠식할 것이라 부정적으로 보고 있겠는가? 그래서 <디아블로3>의 출시를 막고, 어떻게 해서든 적극적으로 <디아블로3>가 한국의 게임시장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겠는가? 오히려 현재 <디아블로3>가 출시되기를 더욱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 국내 게임개발자들일 것이다.

 

PC방은 게임개발자들에게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개인컴퓨터가 아무리 좋아져봐야 오로지 인터넷과 게임만을 위해 특화된 PC방이라고 하는 공간에서 하는 것과 집에서 혼자 즐기는 것과는 그 느낌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문제라면 어떻게 사람들로 하여금 PC방으로 향하도록 할 수 있겠는가? PC방에 게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있기에 PC방에 간다. 사람들로 하여금 PC방에 함께 가자고 말할 수 있을 게임이 필요하다. 이른바 킬러타이틀이다. 비로소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아는 그런 게임이 있음으로써 자연스럽게 PC방에 가자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그런데 그런 <디아블로3>가 망하면 어찌하겠는가?

 

얼마전 끝난 <TOP밴드>에서도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브로큰발렌타인의 조기탈락은 시청자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주었었다. 준결승에서 게이트플라워즈마저 탈락하며 정작 결승이었음에도 시청자의 관심이나 흥미가 전만 못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최소한 브로큰발렌타인 정도 되는 팀이 4강까지는 올라가주었으면 좋겠다. 게이트플라워즈가 결승에서 톡식과 우승을 다툰다면 재미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무명의 팀이 그들을 꺾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팀이 우승후보인 게이트플라워즈를 탈락시키면 그들이 대신 우승후보가 될 수 있을까?

 

신라면은 라면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뛰어넘고 싶은 벽이지만, 동시에 라면시장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신라면이 팔리면 라면도 팔린다. 신라면이 팔리지 않으면 라면도 팔리지 않는다. 만일 누군가 신라면을 이기게 된다면 신라면보다 더 뛰어난 맛과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그 지위까지 대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길이 유재석의 방송을 끝내는 대신 과연 길 혼자서 유재석의 몫을 대신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생각이 너무 많다. 그동안의 많은 비난과 비판들이 그를 주눅들게 만든 때문일 것이다. 유재석을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 유재석을 잡으면 승자는 되겠지만 프로그램 전반에 타격이 있다. 유재석을 잡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유재석이 잡히고 유재석이 더 이상 방송에 나오지 않으면 누가 그의 역할을 대신할 것인가? 그렇다고 또 그냥 죽어줄 수도 없는 게임이라는 것이 그에게 딜레마가 된다. 어찌할 것인가? 게임이니 당연히 이겨야 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큰 댓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겨서는 안 된다.

 

비슷한 고민은 하하에게로 닥친다. 박명수가 너무 경계심이 없다. 처음이라면 그것으로도 좋았을 테지만 이제는 분량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박명수가 어느 정도 경계도 하고 반항도 해야 그림이 나온다. 그러느니 차라리 자기가 정형돈을 잡음으로써 박명수를 잡아야 하는 처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시처자가 보는 앞에서 농락하는 것만 못하다. 바로 잡았다면 그것도 분량이지만 이왕 이러헥 된 것 지켜본다. 박명수를 잡는 것이 손바닥 뒤집듯 뻔하다 할지라도 그보다 더 큰 고민이 그에게는 있다. 이기는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다. 이김으로써 오히려 비난을 듣는 상황이 벌어진다. 고민이 필요하다.

 

전혀 게임의 룰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정준하까지도. 경쟁에서 도태되었음에도 아직 그들은 링 위에 있다. 아마 앞서 지적한 방송이라고 하는 특수성에 대한 답일 것이다. 완전히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그들은 여전히 링 위에 있다. 스폰서의 횡포라든가, 자본의 이합집산. 역시 일반론적인 경쟁이지만 방송이 그 안에 있다.

이런 점이 <무한도전>의 매력이다. 박명수는 확실히 그렇게 안전하게 뒤로 도망쳐야 박명수답다. 노홍철은 사기를 쳐야 하고, 정준하는 우직하게 자신이 목표한 바를 밀고 나가야 한다. 길이 유재석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난감한 표정을 지은 것은 비단 길만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잘 짜여진 드라마와도 같다. 거스르는 것 없이 자연스럽다. 납득된다.

 

오랜만의 추격전이다. 추격전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머리싸움이야 말로 <무한도전>만의 개성이며 강점일 것이다. <런밍맨>이 많이 닮은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아무리 유재석과 하하가 그곳에 있다고 하더라도 <무한도전>은 <무한도전>일 수밖에 없다. 재미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다 보여주지도 못했다. 어쩌면 진짜 주제는 다음주 나오게 되려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좋다. 오랜만에 흥미로웠다. <무한도전>이었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