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퍼렇던 신분사회인 조선에서도 민중들은 제한적이나마 왕과 양반을 비웃고 욕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왕이란, 그리고 사대부란 백성을 바르게 이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에, 백성이 억울한 일이 있고 화나는 일이 있으면 그것을 그렇게라도 들어주는 것이 또한 도리인 때문이다.
사실 연예인도 그런 점 때문에 대중들에 과도하게 비난을 듣고 조롱을 당하는 바가 있다. 그만큼 대중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노출도 많이 되면서 영향력도 크다. 알게모르게 연예인이 하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연예인들은 대중의 관심과 지지에 힘입어 그같은 영향력을 갖고 부와 명예를 누린다. 어느 정도는 그 댓가로 보면 된다. 때로 그조차 연예인으로서 당연히 대중에 돌려주어야 할 그들의 의무로 여겨지기도 한다. 대중의 클레임을 판매자로써 책임진다.
하물며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이 갖는 부와 지위와 권력은 누구로부터 나오는가? 국민 자신을 위해 국회로 나가 무어라도 하라고 국민들은 투표를 하고 그를 뽑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공인이라는 것이다. 공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사적인 개인보다 공적인 개인의 역할이 더 강하다. 그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는 국민 개개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관심이 크고 따라서 분노하거나 실망할 경우 그것을 표출하려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구입한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판매자를 찾아가 따져묻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정식으로 항의하거나, 조목조목 문제를 지적해 묻거나, 아니면 비웃고 조롱하거나. 과격한 사람은 그것을 바닥에 던져 부숨으로써 보다 강력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국회의원하라고 표를 주었으면 국회의원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한 마디 할 수 있는 것 아니던가. 그조차 못하면 그것이 어찌 민주화된 사회라 할 수 있을까. 바로 그런 부분까지도 고려하여 국회의원에게 국민은 권력과 지위와 명예를 주는 것이다. 그런 것까지도 감수하라고. 그런 것들까지도 국회의원의 업무의 한 부분인 것이다.
없는 데서는 나랏님도 욕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앞에서 대통령도 욕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대통령 한 개인이 아닌 대통령이라고 하는 공적인 개인일 경우는 당연한 것이다. 인신공격은 모욕이지만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공격은 권리다. 당연히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있어서도 개인을 욕하지는 못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자신에 대한 비판과 조롱은 그의 직무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최효종은 강용석이나 다른 국회의원들에 대해 사적인 개인에 대해 모욕을 주었는가?
물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 나라의 국회의원 쯤 되고, 많이 배워 변호사까지 되었는데 그것을 몰랐을 리 없다. 단지 자신이 이전에 아나운서라는 특정한 직업군을 모욕한 것에 대해 '집단모욕죄' 재판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한 적극적인 반박으로서 한 개그맨을 희생양으로 삼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아나운서와 국회의원은 같은가? 아니 그렇더라도 아나운서의 공적인 부분에 대해 비웃고 조롱했다면 그것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을 것이다. 명확한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을 아나운서 전체로 일반화시켰다.
아나운서는 공인이 아니다. 화면에 모습을 보이는 순간 그러나 아나운서도 공적인 성격을 갖는다. 그렇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 무어라 말하면 된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과연 보편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보이고 하는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기능하며 문제가 있는가. 그러나 반면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이라는 그 자체로써 공적인 성격을 갖는가?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만일 이 일로 인해 최효종에게 유죄판결이라도 나오게 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크나큰 후퇴가 되고 말 것이다. 재판부의 양식을 믿는다. 검찰의 상식을 믿는다. 그리고 그것을 존재로 어느새 전국민적인 명성을 얻게 된 최효종을 부러워한다. 한 국회의원의 경솔함으로 인해 최효종은 현실정치에 대해 불만을 갖는 많은 국민들의 영웅이 되어 버렸다. 최효종이 국회의원들을 비웃으며 한 말들도 인구에 회자된다.
한 바탕의 헤프닝일 것이다. 논리도 정의도 뭣도 없다. 단순한 화풀이이고 개인적인 물타기였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한 사람은 진짜 바보가 되어 버렸고, 한 사람은 전국구적인 명성을 얻었다. 코미디보다 더 우스운 것이 현실이라. 그래서 한국사회에서는 코미디가 인기가 없다.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이와 같은 코미디는 만들지 못한다.
연예인이 공인이 아닌 이유일 것이다. 저 하기 싫으면 그만두면 된다. 대중 역시 그가 싫으면 그냥 외면하고 보지 않으면 된다. 억지로 볼 일도 없고, 억지로 보라 하지도 못한다. 정히 그렇게 비난을 듣고 조롱을 당하는 것이 싫다면 쿨하게 그만두어도 좋지 않겠는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까지 국회의원으로써 책임을 다하지 못할 것이라면 그만두어 공인에서 사인으로 돌아가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사인으로 돌아간 강용석 의원을 비난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공인이라는 것이다.
공인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국회의원도 개인이니 유권자인 국민이 그를 모욕하는 것은 불가하다. 그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누리는 모든 것이 전적으로 국회의원 자신의 개인적 소유라는 뜻이 된다. 과연 그러한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국회의원 강용석이 생각하는 국회의원인가? 웃지도 못하겠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09
'문화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서인, 조이라이더 - 머리만 있는 괴물... (0) | 2011.12.31 |
---|---|
뿌리깊은 나무 - 김구라의 욕설헤프닝과 세종대왕의 위대함... (0) | 2011.12.24 |
타블로와 한국사회의 위험성... (0) | 2011.11.08 |
'나가수' 스타일과 김수현 논란 - 대중권력과 획일화에 대해... (0) | 2011.11.01 |
지드래곤과 대마초, 그러나 검찰은 처벌까지 할 일은 아니라 판단했다! (0) | 2011.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