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것이라 생각했다. 자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믿었다. 서재희(윤시윤 분)의 방황은 이대로 계속 방치해 두어도 좋지 않을까 박화영(한고은 분) 그녀를 안심케 만들었다.
그런데 상대가 나타났다. 서재희도 어느새 진심이 되어 버렸다. 이제껏 자기 것이라 여겼던 것이 품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가려 한다. 자신의 품에서 영원히 그렇게 있을 것이라 여겼던 서재희가 전혀 모르는 타인과 전혀 모르는 모습을 하고 어디론가 떠나가려 한다.
박화영의 속내는 아마 박화영 자신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과연 서재희에 대한 사랑인가? 단지 집착인가? 그렇지 않으면 증오인가? 그녀는 진심으로 서재희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랑이라 착각할 만큼 그를 증오하여 집착하는 것일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어찌되었거나 서재희를 채가려 하는 차봉선(이지아 분)만큼은 용서하지 못하겠다.
굳이 차봉선과 함께 사는 그녀의 동생 김달(서효림 분)을 이용해 서재희와 그녀의 관계를 끊어놓으려 계획하는 이유일 것이다. 김달이 서재희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따위는 그녀에게 전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장차 김달과 서재희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되어 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서재희로 하여금 진심이 되도록 만든 차봉선만 그에게서 떼어 놓을 수 있으면 된다. 자신의 품에서 날아가려는 서재희의 날개만 꺾어 놓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차봉선에 비해 김달은 박화영 그녀가 충분히 통재할 수 있는 속물이라 그 수단으로 매우 적당하다.
차봉선이 알도록 서재희의 정체를 드러내고, 사실 서재희를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었다. 그녀의 목적은 단 한 사람이었다. 차봉선. 차봉선이라면 분명 상처입을 것이다. 서재희의 정체에 상처입고 그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서재희에게도 상처가 된다. 상처입은 서재희는 다시 자기에게로 돌아온다. 마치 새장에 갇힌 새처럼. 서재희는 그래야 하는 존재다. 그녀의 불안정한 증오처럼 서재희는 그녀의 품 안에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흥미롭다. 아마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일 것이다. 사랑이든 아니면 미움이든 어찌되었거나 박화영의 존재가 있음으로써 이미 서로에 대한 감정을 인정해 버린 서재희와 차봉선 두 사람 사이에 사건이 일어나고 감정이 요동친다.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하기는 서재희나 차봉선이나 둘 다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니까. 그대로 내버려두면 언제까지나 그대로일 두 사람에게 있어 외부의 사건은 드라마에 매우 중요하다. 박화영이 없이 드라마가 성립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박화영은 매우 복잡한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로 존재하는 것일 테고.
차봉선과 서재희의 감정 역시 과연 사랑인가 하기에는 어색한 점이 있다. 최소한 차봉선이 서재희에게 이끌렸던 것은 어떤 동류의식이었다. 자신을 필요로 한다. 서재희에게는 차봉선이 필요했고, 차봉선에게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서재희가 필요했다. 그런데 서재희가 자신의 존재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부자였다. 그동안 서재희를 위해 마음쓴 것이 바보처럼 여겨질 정도다. 서재희에게 차봉선은 그대로인데, 차봉선에게 서재희가 바뀌었다.
과연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서재희임을 알면서도 차봉선의 사랑은 이어질 것인가? 하지만 서재희에게 여전히 차봉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희망이 있다. 이미 어려서 세상에 지쳐버린 서재희에게 있어 서툴지만 진지한 차봉선이란 마음놓고 쉴 수 있는 누이의 품과도 같다. 박화영은 그를 방치한다. 서재희가 그를 간절히 원한다면 차봉선도 그런 서재희를 간절히 필요로 한다. 나은 것은 박화영과 김달을 포함한 주위의 인물들 뿐. 얽히고 섥힌 관계에서 두 사람의 진심이 드러난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헤어지고 만나고, 러브스토리의 기본이다. 만남에서 시작하고 헤어짐에서 끝나며 만남으로 다시 이어진다. 과연 어떻게. 드라마의 성격을 정의하는 단어일 것이다. 흥미를 더한다. 상당히 색다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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