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남 연애 지켜보는 것일 게다. 그리고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연애하는 것 지켜보며 훈수두는 것이다. 제 머리도 못 깎는 중생들이 훈수할 때는 카사노바 돈 후안이 따로 없다. 한때 <뜨거운 형제들>의 아바타 소개팅이 크게 화제를 불러모으며 인기를 끌었던 것이 그래서였다. 입이 근질거리며 엉덩이가 들썩인다.
이제는 옹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양준혁을 일컫는 별명 가운데 독거노인이라는 것이 있다. 홀로 사는 노인. 양준혁을 아끼는 팬들의 우려반 놀림반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슬슬 짝을 찾아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는데. 야구도 은퇴하고 외롭지 않게 일상을 지켜줄 파트너가 있었으면 좋겠다. 남자나 여자나 자기의 반쪽을 찾으려는 것은 생명으로 태어난 본능일 테니까.
그래서 양준혁이었다. 미혼인 멤버 네 사람 가운데 윤형빈에게는 이미 국민요정 정경미가 있고, 전현무는 아직 한창 나이이며, 김국진은 한 번 갔다 온 전력이 있다. 아무래도 한 번의 아픈 경험이 있었기에 김국진의 경우 접근하기가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에 비하면 마흔셋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와 양신이라 불리울 정도의 국민적 인지도, 더구나 이제 곧 우리나이로 한 살 더 먹게 되는 연말이 다가온다. 의미가 있다. 적당히 예능스럽게 놀려먹기에도,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양준혁의 짝지를 걱정하기에도 매우 적당하다.
더구나 작년의 이정진과 김성민에 비해 올해는 양준혁 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에 비해 한 사람인 쪽이 훨씬 집중하기도 쉽다. 직접 소개팅 상대를 물색하고, 양준혁을 직접 기습적으로 찾아가 준비를 갖추고, 경락마사지며 패션이며 준비과정부터가 상당히 체계적이다. 어느새 점차적으로 준비를 갖추며 시청자 역시 양준혁의 소개팅에 이입되어 간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양준혁의 소개팅은 작년의 이정진과 김성민 딱 한가운데였다. 보통의 남자의 소개팅이었다. 그다지 능숙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아주 서툴지도 않은 딱 그런 정도?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너무 서툴기만 하면 작년의 이정진이 그러했듯 시청자 역시 어색하고 지루했을 것이다. 김성민처럼 너무 능숙했다면 그것 역시 예능스런 짓궂은 기대를 충족하는데 거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당히 능숙했다. 적당히 서툴렀다. 놀려먹기 좋은 정도로 서툴렀으며, 그러면서도 데이트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능숙했다. 오랜만에 양준혁 한 사람으로 하루치 분량이 모두 뽑아져 나왔다. 아마 소개팅하면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구경하는 재미도 더 있는 것이다. 나중에 보고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양준혁이 소개팅하는 것을 모니터링하는 나머지 멤버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거기서는 그랬어야지. 여기서는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이래라. 저래라.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적당히 간식거리까지 챙겨 놓고, 들리지도 않는 훈수를 두느라 입이며 몸이 분주하다. 여자의 반응도 살피며. 혹시나 호감이 있을가. 양준혁을 안 좋게 보지는 않을까. 양준혁을 놀리는 것 반, 양준혁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반일 것이다. 대개가 그럴 것이다. 마치 자기일처럼. 그러나 남의 일이기에. 자기 일처럼 진심이 되었다가, 남의 일이기에 장난이 반이 된다.
과연 소개팅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는가? 애매하다. 역시 방송이다. 방송인 탓에 솔직하게 속내를 전하기가 꺼려진다. 어느 정도 방송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배려가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혹시나 잘 된 것은 아닌가 기대도 갖게 되고. 역시 지나치게 몰입해 버렸다. 어느새 필자 역시 양준혁의 소개팅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잘 되면 좋을 텐데. 내년에는 좋은 소식으로 리마인드웨딩이 아닌 결혼 미션을 한 번 수행해보자. 노총각 결혼하기.
거의 연례행사가 되어 버렸다. 작년에는 이정진과 김성민, 올해는 양준혁. 내년은 전현무일까? 김국진은 101번째 미션으로 예약해 놓았다. 마지막 101번째가 김국진 결혼, 그리고 100번째가 김국진 보스톤 마라톤 출전, 올해 하기로 한 5대 기획도 다 마치지 못했는데, 너무 기대가 거창하다. 김국진도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덕구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
어느새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해진 양준혁의 일상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사람은 그렇게 길들여진다. 그래서 때로 주위에서 억지로 떠미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가까운 사람이니 그리 억지로라도 자리를 마련해주지 모르는 사람이 누가 굳이 그런 수고까지 하겠는가? 놀리고, 장난치고, 그러면서도 걱정하고, 기대도 갖고. 일상의 관계처럼.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
오랜만에 <남자의 자격>다웠다.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원래 이런 맛이었다. 쉴 새 없이 떠드는 가운데 때로 서로 놀리기도 하고, 또 서로 걱정도 해주면서, 그렇게 사랑방 이야기처럼 오가는 마음과 정이 있다. 그런 다정함이 좋았다. 원래 남자들은 모여서 그렇게 논다. 그런 끈끈함과 따뜻함이야 말로 <남자의 자격>만의 매력이었을 터다.
그러고 보니 벌써 연말이다. <남자의 자격>에는 연말이면 연례행사가 있다. 첫해에는 단지 일일찻집이었고, 작년부터 송년회가 이어지고 있다. 한 해 쌓인 인연이 송년회를 통해 다시 모이게 된다. 보고 싶은 얼굴들, 반가운 모습들. 양준혁에게도 파트너가 생겨서 함께 자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말을 떠올리게 한다. 어쩐지 부럽기도 한 미션이었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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