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도 꽃 - 차봉선, 치유되다!

까칠부 2011. 12. 22. 09:10

치유되고 있다. 차봉선(이지아 분)이. 아마도 서재희(윤시윤 분)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유일하게 그녀를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녀의 원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며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단 한 사람. 위로를 받는다.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 나는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이혼하며 어머니(김지숙 분)가 집을 나갈 때는 홀로 남은 아버지(길용우 분)이 걱정되어 따라가지 않았다. 아버지가 다른 사람과 재혼했을 때에는 다시 어머니가 혹시 돌아올까봐 그를 기다리려 아버지를 따라가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 혼자 남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채.

 

어쩌면 그것이 더 크지 않았을까? 그녀는 딸로써 항상 아버지를, 그리고 어머니를 위했었다. 항상 곁에 있어 주고자 했고, 혹시나 돌아올까봐 돌아올 자리를 마련해주려 했었다. 하지만 결극은 방치와 방기. 그녀의 노력은 전혀 의미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가치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것이 그녀를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것이다. 누구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가치가 없다. 자기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 말이나 행동에 절제가 없다. 오히려 위악하여 욕을 듣고 비난을 듣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사실은 순찰을 돌며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가 자기를 기다려 말벗을 하려는 모습에 기뻐하고 있으면서도. 하지만 그조차도 그녀는 의미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차봉선 앞에 서재희가 나타난 것이다. 그녀보다 더 상처입고 더 너덜거리는 모습으로. 그리고 나타나 말한다. 필요하다고. 자기에게는 차봉선이 누구보다 소중하다고. 그녀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가치가 있다. 의미가 있다. 존중받고 있다. 무엇보다 서재희를 위해서라도 헤어지고자 하는 자신의 결심을 순순히 받아들여주고 있다. 비로소 서재희를 위해 무언가 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제서야 차봉선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 놓을 수 있다. 상황이 그렇기도 했었다. 며칠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과로하면서 몸과 마음은 약해져 있고, 갑작스레 들이닥친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와 어머니의 의붓딸 김달(서효림 분)이 곤란한 지경에 놓였다. 하지만 진작부터 아버지에게 해 주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투정이었을 것이다. 김달을 대하는 차봉선의 표정과 말투가 전과 같지 않다. 한층 여유로워지고 다정해졌다.

 

아마 그 영향일 것이다. 솔직해져버린 차봉선의 영향인지 김달 역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려 한다. 그녀에게는 형제가 없다. 차봉선은 단지 자신을 길러준 어머니의 딸에 불과하다. 아니 언니라 여기면서도 차봉선이 짐짓 그어 놓은 선으로 인해 그녀를 언니로써 받아들이지 못한다.

 

차봉선을 언니라 여기지 않았다면 자신이 차봉선의 동생임을 알고 서재희로부터 차봉선을 떼어 놓기 위해 그 사실을 이용한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가 그리 분노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순순히 차봉선이 시키는대로 집을 나가고, 그렇다고 더 이상 박화영(한고은 분)의 계획에 동조하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철없지만 박태화(조민기 분)에게 마냥 의지하려는 그녀의 모습은 야단맞은 어린아이의 그것이었다. 그런데 차봉선의 솔직한 고백이 그녀를 언니로서 느끼게 만들었다.

 

아니 어쩌면 드라마의 조기종영설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빨리빨리 이야기를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김달의 솔직함이 그녀의 허영과 만나며 다시 그녀로 하여금 박태화를 찾아가도록 만든다. 독신에, 정신과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에, 돈도 많다. 서재희에 그렇게 뒤질 것 없는 조건이다. 무엇보다 김달의 어리광을 잘 받아준다.

 

다만 문제라면 서재희일 것이다. 서재희는 차봉선과는 다르다. 그는 항상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들에 필요한 존재였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해 불려지고 쓰여지는 존재였다. 세상이란 그래서 그에게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기댈 수 있는 품이 필요했다. 마음껏 응석부리고 마음껏 말썽을 피울 수 있는 부모같은 존재가. 차봉선이 그런 존재였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서재희에게 다시금 다른 이들을 위해 필요한 존재를 연기하라 강요한다. 어른이 되어 오히려 다른 이들을 지키도록 그를 떠미는 것이다. 그래서 박화영을 대신해서 모든 책임을 떠안고, 차봉선과도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그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그가 모든 것을 정리하려는 데에는 그러한 그의 피로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편해지고 싶다. 홀가분해지고 싶다. 마치 아이처럼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부담도 갖지 않으면서. 하지만 또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에게는 차봉선이 필요한데. 그녀만이 그를 온전히 받아들여주고 그로 하여금 기댈 수 있도록 해 줄 텐데.

 

하지만 강적이 나타나 버렸다. 의외로 맞선상대가 강적이다. 차봉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다. 그리고 오히려 그것을 칭찬해 주기도 한다. 솔직하다고. 당당하다고. 하지만 어쩐지 잘난 듯 뵈는 모습이 차봉선을 필요로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리 비중이 없어 보이는 이유다.

 

아무튼 드라마 외적으로 여러가지로 집중하게 만드는 드라마일 것이다. 문득 떠올린다. 올 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지아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들을. 하필 서씨다. 부자다. 사회적 명사다. 아마 당시 이지아의 처지가 지금의 차봉선과 다를 바 없이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보통의 아가씨였을 것이다. 과연 당시의 이지아에게 대한민국 굴지의 톱스타와의 비밀스런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차봉선이 서재희에게 느끼는 부담과 같은 것일까? 끝내 감당할 자신이 없어 물러나고 마는 차봉선의 모습과 당시의 이지아는 얼마나 유사점이 있을까?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전면에서 활동을 이어가려 한다. 아마 작가 역시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캐스팅하고 대본도 썼으리라.

 

물론 어디까지 일치하는가는 당사자만이 알 뿐이다. 하지만 단지 구경꾼의 입장에서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서태지는 그만큼 대단했고, 서재희는 극중에서도 상당히 대단하다. 당시의 이지아와 극중 차봉선은 그래서 그와 비교가 된다.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 다만 서재희만은 아직 많이 불안하다. 아직 위태로운 구석이 있다. 그런데 차봉선은 그것을 몰라준다. 서재희는 그런 희생과 양보에 너무 익숙하다. 이제 서재희의 차례일 것이다. 서재희가, 그리고 박화영이, 모두행복해진다. 드라마를 보는 이유일 것이다. 재미있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