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도 꽃 - 조기종영을 위한 수순, 더 이상 드라마라고 할 수 없다.

까칠부 2011. 12. 23. 09:21

이래서 그토록 드라마의 사전제작을 바라게 되는 것이다. 도무지 이제까지의 감상이나 판단은 전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런저런 궁리도 하고, 또한 자신을 이입하며 상상의 나래도 펴보고,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조기종영이라는 한 마디에 의미없이 되어 버린다.

 

템포가 다르다. 도대체 박화영(한고은 분)이 굳이 김달(서효림 분)을 이용해 차봉선(이지아 분)과 서재희(윤시윤 분)을 떼어놓으려 시도한 까닭이 무언가 알 수 없을 정도다. 결국 김달이 뜻대로 따르지 않자 박화영을 김달을 전속모델에서 해고하고, 김달은 그에 대한 앙갚음으로 서재희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그리고 박화영의 눈물과 반성. 반성이 그리 쉬운 일이었던가?

 

차봉선이 갑작스레 건물 옥상에 갇히게 되는 상황도 그렇다. 누가 보기에도 한 번에 서재희와의 오해와 갈등을 풀기 위한 급조된 설정임이 그대로 보인다. 차봉선은 그렇게 위험에 빠지고, 서재희는 그런 차봉선을 구하려 하고, 이제까지의 뒤틀리고 일그러진 정교한 감정선따위 없이 우악스럽게 통속적 스토리로 모든 것을 풀어내려 한다. 하기는 박화영의 눈물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해는 한다. 남편이 죽었다. 그런데 그런 남편을 죽인 서재희를 어떻게든 용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좋았던 시절을 떠올린다. 서재희를 용서해야 하는 이유를 떠올리게 된다. 그랬더니 서재희가 자신을 좋아하던 좋은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그러기 위해서는 앞과 뒤고, 그리고 그 사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없다. 그것이 전부다.

 

마치 아슬하게 보여줄 듯 보여줄 듯 감질맛나게 하던 스트리퍼가 퇴근 시간 되었다고 훌러덩 다 벗어버리고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 할 것이다. 굳이 비싼 돈 내고 스트립을 보려 하는 것은 단지 여자의 알몸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굳이 사람들이 비싼 자기시간을 들여 드라마를 보려는 것은 결론을 보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풀어가는가도 결론만큼이나 크고 깊게 남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단 한 마디로 요약되어 버렸다.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아 이 참에 조기종영합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보아 왔던 것일까? 무엇을 보고 무엇을 써 왔던 것일까? 내가 보았던 것은? 아니 당장 보고 있는 저것도 더 이상 드라마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단지 일찌감치 끝맺기 위해 금조된 기술적 마무리일 뿐.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는 기대할 수 없다.

 

허무하다. 하기는 어제부터 벌써 상당히 빨라져 있었을 것이다. 서두르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흐트러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더 심하다. 바로 뒤에 종방을 알리는 크래딧이 뜨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냥 끝을 향해 내달리려고만 하고 있다.

 

재미를 이야기할 것도 없다. 재미란 기대다. 기대란 궁리다. 보면서 이런저런 궁리도 하고 맞거나 그것을 뒤집거나 벗어나는 과정에서 흥분과 긴장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 드라마조차 아니다. 그냥 수순일 뿐. 이제 끝내려 한다.

 

관심사는 과연 이제 다음에 방영할 드라마는 얼마나 재미있을 것인가? 드라마라는 것이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재미있을 수는 없다. 과연 내게는 재미있을까? 마지막회는 보지 않는다. 나는 드라마만을 본다. 드라마가 아니다. 드라마는 끝났다. 실망이 크다.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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