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위대한 탄생2 - 벌써 6개월, 참가자도 지치고 시청자도 지치다!

까칠부 2012. 3. 10. 08:07

지친다. <위대한 탄생> 시즌2의 첫방송이 2011년 9월 9일, 그로부터 정확히 2012년 3월 9일 생방송 5차 TOP5 경연까지 무려 25회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불과 한 달 먼저 시작했을 뿐인 경쟁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3는 이미 작년 11월 결승을 끝마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인가?

 

어지간한 프로가수들도 이렇게 길게는 활동하지 않는다. 아니 프로가수들이기에 더욱 대중에 노출되는 기간과 빈도를 엄격하게 조절한다. 대중들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이름을 알리기에는 유리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빨리 피로해진다. 익숙해지지만 그 만큼 지겨워진다. 친숙하지만 그 만큼 신선한 자극을 기대하는 대중에게 식상할 수 있다. 과거 이른바 히트곡 하나 내놓고 사라지는 반짝가수들이 많았던 것도 그만큼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때문이었다.

 

더구나 아마추어들이다. 아직 프로로서 데뷔조차 못한 이들이다. 한 해에만도 수도 없이 많은 신인들이 스타를 꿈꾸며 데뷔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 대중 앞에 얼굴이라도 내비칠 수 있는 경우란 아주 적은 수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다수는 잊혀진다. 몇 달이라는 시간을, 그것도 공중파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중들에 얼굴을 보이고 이름까지 불리워질 수 있는 것은 프로로서도 성공한 몇몇에게나 주어지는 특혜인 것이다. 그런 특혜를 누리는 이들을 두고 사람들은 스타라 부른다. 그런데 아직 데뷔조차 못한, 검증조차 되지 않은 아마추어들이 그런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들에게는 그러한 대단한 기회를 누리고 감당할 역량이 준비되어 있는가?

 

항상 감탄케 해야 한다. 항상 놀라게 해야 한다. 어느때든 새롭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위대한 탄생> 시즌2의 엄친딸 배수정이 그렇다. 그녀의 무대는 항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그리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 항상 새롭고 그래서 항상 감탄한다. 그래서 그녀의 무대에는 지루함이 엇다. 하지만 그러기란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프로조차도 그러기가 쉽지 않아 대중들에 노출되는 시간과 간격을 계산하고 조절하는데 아마추어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어느새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에 실망하게 되고,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에 익숙해지며 지겨워진다. 작은 실수가 모이고 쌓여 그에 대한 평가를 결정한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대단한 것도, 놀랄마한 것도 없다.

 

<위대한 탄생> 시즌2와 그 참가자들에 대한 여론의 낮은 평가는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하나같이 대단하던 참가자들이었다. 처음 예선에서 모습을 비췄을 때 차라리 충격이기까지 한 참가자도 적지 않았었다. 놀라고 감탄하고 그래서 기대까지 갖게 되었다. 이들은 특별하다. 다른 오디션과 비교하며 그들의 재능과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일찌감치 팬이 만들어진 참가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남는 것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부정적인 평가 뿐이다. 과연 그들이 그동안 보여준 재능과 가능성들이 단지 거품에 불과했던 것일까? 아니면 지나치게 대중들에 노출된 결과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도록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하긴 무엇보다 참가자들 자신들도 지쳤을 것이다. 방송은 9월부터였지만 예선은 그보다 일찍 7월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벌써 8개월이다. 시청자는 단지 때되면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TV앞에 앉아 지켜보기만 하면 되지만 참가자들은 그 동안에도 꾸준히 멈추지 않고 자신을 갈고닦지 않으면 안된다. 몸도 피곤하지만 마음도 피곤하다. 생방송이 시작되고도 컨디션 난조를 호소하는 참가자가 적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몸이 지치고 마음까지 지치니 더 이상 전과 같은 집중력을 보이지 못한다. 집중력을 잃으면서 무대 역시 베스트에서 멀어진다. 그런데 생방송이 시작되면서 매주 주어지는 미션이 더욱 그들을 타이트하게 몰아가고 있으니. 그것이 그들의 실력이 된다.

 

오디션이 범람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미션을 주면 그것을 바로 받아 수행하는 모습만 보다 보니 어느새 그런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마치 자동판매기에서 파는 인스턴트 커피처럼 버튼만 누르면 바로 뽑아 마실 수 있다. 노래를 고르고, 그것을 다시 자기에 맞게 편곡하고, 연습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다시 맞게 수정하고, 그렇게 노래와 무대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과 노력들을 깡그리 무시한다. 도대체 어느 프로가수가 일주일만에 모든 준비와 연습을 마치고 신곡을 내놓는가? 더구나 오디션이 길어지면서 체력과 집중력은 저하되는데 매주 새로운 무대를 준비해 경연에 임해야 하는 부담은 갈수록 커져만간다. 오히려 예선에서 부른 노래들은 참가자들이 평소 즐겨 부르던 익숙한 노래이기 쉽다. 실력이야 오디션을 치르는 동안 발전했어도 무대까지 발전했을까? 그러나 그런 고려 없이 전보다 못한 무대만을 보고 실망하고 판단하고 평가한다. 

 

갈수록 <위대한 탄생> 시즌2의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다른 오디션의 영향도 있다. 아무래도 새로운 자극과 충격에 사람들은 이끌리기 마련이다. 이미 익숙해진 재능이나 실력보다는 새롭게 보이는 가능성과 매력에 더 시선이 간다. 처음에는 <위대한 탄생>도 그랬다. 시즌1에서도 <위대한 탄생>은 모두의 큰 기대 속에 출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디션은 너무 길었고 처음의 신선함이나 놀라움은 이내 익숙함과 지겨움으로 바뀌고 말았다. 너무 길다. 참가자 자신도 지치지만 지켜보는 시청자 역시 지치고 만다. 6개월이란 아마추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지쳐버린 시청자가 떠나고 난 자리에는 추락한 시청률만 남게 된다.

 

확실히 이번주도 그래서 길고 타이트한 오디션의 일정이 버거운 무대들이 보이고 있었다. 항상 안정감 넘치던 배수정마저 흔들리고 있었다. 에릭남의 목소리는 아예 반주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전은진 역시 마성의 목소리를 되찾았지만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구자명은 원래부터가 아마추어였다. 정확히는 초보였다. 홀로 배운 설익은 실력 위에 비로소 오디션에 참가하며 제대로 노래를 배우고 부를 기회가 주어졌다. 안정감을 말하기에는 그는 지금도 배우고 익히며 발전하는 과정이다.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힘있는 목소리와 무대가 아니었을까? 너무 정직해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에는 그가 노래를 본격적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50kg은 그런 점에서 경악스러울 정도다. 전공자답게 기초가 가장 탄탄하다. 어지간한 퍼포먼스에도 그들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랩과 노래를 서로 번갈하하며 퍼포먼스와 노래 양자를 모두 훌륭하게 충족시킨다. 그에 비하면 유쾌한 퍼포먼스와는 별개로 그들 자신의 매력이 부족한 것이 아쉬움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있지만 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그것이 약간의 어설픔과 아쉬움을 남긴다. 아마 이번 무대에서도 가장 아쉬웠던 점이 그것 아니었을까.

 

손해보는 미션이었을 것이다. 배수정이 멘토 박정현의 노래를 부담스러워했듯 이승환의 노래 또한 아직 설익은 아마추어인 그들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비교되고 만다. 그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완성한 노래이고 무대이기도 했기에 일주일간의 짧은 시간과 노력만으로는 따라잡기가 영 불가능하다. 차라리 멘토의 노래가 아니었으면 좋았을 것을. 모든 악조건이 더해지며 무대에 대한 아쉬움을 더한다.

 

실망이 아닌 아쉬움인 것은 그들이 이보다 더 좋은 무대를 만들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한 믿음을 그들은 보여왔다. 결국 가장 아쉬운 무대를 보여주었던 에릭남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변이라면 이변일 것이다. 그만큼 남은 참가자들의 실력차이는 그다지 없다. 배수정이 가장 앞서가고는 있지만 누가 우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그들을 믿는다. 기대한다.

 

아무튼 너무 길었다. 6개월이라니. 아직도 TOP4에서 결승까지 3주나 더 남아 있다. 그것도 어떻게 될 지 모른다. 그것을 더 참고 기다려 봐야 한다. 어지간히 좋아하는 가수더라도 지겨워지기 쉬운 시간이다. 이선희의 멘티만 두 명 남았다. 시즌1의 김태원 시즌2에는 이선희다. 아직은 본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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