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제 겨우 시즌2를 치르고 있을 뿐이다. 일반화해서 말하기에는 아직 성급할 수 있다. 그러나 시즌1에서나 시즌2에서나 하나같이 <위대한 탄생>만의 고유한 '멘토스쿨'까지가 가장 시청률에 있어서나 시청자의 평가에 있어 좋았다는 것은 참고해 볼 만한 여지가 있지 않을까?
어쩌면 가장 <위대한 탄생>다운 부분일 것이다. 이미 대중적으로나 혹은 음악적으로 검증받은 스타멘토가 있다. 그들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가수의 꿈을 가진 아마추어 참가자들이 있다. 스승과 제자가 되어 만난다. 가르치고 배우는 가운데 끈끈한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오디션이기에 헤어짐을 예감할 수밖에 없는 한시적인 관계에 불과하다.
어느 순간 멘토는 스승으로서 자신의 제자가 된 멘티 가운데 일부에게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음을 선언해야 한다. 최소한 이번의 기회에 있어 더 이상 그에게 기회가 없음을 자신의 입으로 직접 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떤 드라마가 이보다 더 잔인할까? 마지막 순간 탈락한 멘티와 자신의 입으로 직접 탈락을 전한 멘토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릴 때 시청자도 그 가운데 이입하게 된다. 그래서 더욱 멘토스쿨의 경연은 따뜻하면서도 비정한 느낌을 갖게 된다. 아름다우면서도 치열하다.
더구나 멘티들이 가장 훌륭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도 다름아닌 '멘토스쿨'을 통해서일 것이다. 생방송 무댁 시작되면 오히려 시청자들이 실망하는 반응을 보이게 되는 이유다. '멘토스쿨'을 통해 잔뜩 기대를 높여 놓았는데 생방송에서는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무대가 이어진다. 물론 그 가운데는 생방송에서 더 훌륭한 무대를 보여주는 발전이 눈에 띄는 멘티들도 있다. 하지만 역시 실시간으로 수백만의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무대를 선보인다는 부담과 긴장이란 어지간한 프로가수들조차 결코 쉽지 않은 너무나 버거운 것이다. <나는 가수다>의 무대에 선 선배가수들 또한 경연이라는 중압감에 손을 떨고 있었다. 그에 반해 '멘토스쿨'에서는 선생님과 선생님이 초대한 심사위원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만 고민하면 된다. 한결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아직 휴식없이 이어지는 방송출연과 계속된 트레이닝에 몸과 마음이 지치기 전이다.
이미 지난주에도 말한 바 있다. 프로그램이 길어지면 출연자 역시 지치게 되지만 시청자 또한 함께 지쳐버릴 수밖에 없다고. 고작 한 달의 간격을 두고 시작된 다른 방송사의 경쟁프로그램은 이미 몇 달 전에 마지막 결승까지 치르고 막을 내렸는데 <위대한 탄생2>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에도 봤고 이번주에도 봤고 다음주에도 봐야 한다. 그렇다고 매번 새로운 자극을 주기에는 아마추어로서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는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비슷한 수준의 무대만 되어도 어느새 높아진 기대에는 실망스럽게 보이기 일쑤다. 무엇보다 <위대한탄생2>라고 하는 자체가 지겹다.
바로 갈수록 낮아지는 시청률과 시청자의 이탈 속에 <위대한 탄생2>가 고민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어째서 시즌1에서도 그랬지만 시즌2에서도 오히려 생방송무대가 시작되며 기대가 더 높아져야 함에도 시청률과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계속해서 떨어지기만 하는가? 차라리 '멘토스쿨'에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나 평가가 정점을 찍는다면 바로 여기에 해답이 있지 않겠는가. 보다 편안하게 그러면서도 어쩌면 가장 잔혹한 드라마로써 <위대한 탄생>스러운 경연을 펼쳐 보인다. 어차피 <위대한 탄생>의 차별점은 직접 참가자를 멘티로 삼아 가르치는 멘토들에 있을 터였다.
프로그램이 더 이상 길어지지 않도록 분량을 조절한다. 뿐만 아니라 '멘토스쿨'에서 나타난 <위대한 탄생>만의 강점을 최대한 살린다. 답은 역시 '멘토스쿨'에 있다. 각자 멘토들이 멘티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그 가운데 오로지 한 사람의 멘티를 뽑는 역설적이게도 잔혹한 드라마를 강조한다. 멘티들이 멘토에 의해 성장하는 모습과 더불어 그럼에도 멘토 자신에 의해 한 사람 한 사람 떨어져나가야 하는 잔인한 드라마를 통해 오디션이 갖는 치열함과 절박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 멘토가 뽑은 한 사람이 생방송 무대에서 짧은 승부를 벌인다.
굳이 문자투표를 통해 돈벌이를 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면 오히려 그다지 생방송이라는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생방송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치열함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절박함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것이 없었다. 이미 생방송무대에 서기까지가 한 바탕 처절한 경쟁이었다. 생방송무대에 서기 위해 멘토스쿨을 거치며 다른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그들과의 경쟁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새삼 경연을 더해봐야 한 사람씩 탈락시키는 경쟁은 벌써 멘토스쿨을 통해 충분히 보여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멘토스쿨이 지금의 생방송의 경연방식을 모두 흡수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다른 방식의 경연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위대한 탄생>만의 '멘토스쿨'과 생방송의 치열함을 연결지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그리고 그것은 또한 그 전에 언급한 바 있는 평가하기를 좋아하는 대중의 취향과도 맞아떨어진다. 단 한 팀만 생방송에 올린다. 멘토와 함께 할 단 한 팀만을 멘토스쿨을 통해 걸러낸 뒤 멘토와 멘티간의 진검승부를 펼친다. 멘티가 멘토가 되고 멘토가 멘티가 된다. 누구를 최종적으로 선택해 생방송에 올리느냐에 멘토의 역량이 걸린다. 마지막 선택한 단 한 사람의 멘티의 성적이 곧 멘토 자신의 보는 눈이 되고 음악적으로 가르치고 이끄는 역량이 된다.
실제 경연을 치르는 것은 멘티지만 멘토 또한 그들이 뒤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멘티가 받는 점수는 또한 멘토의 가르침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멘티 자신만이 아닌 기왕에 캐스팅한 멘토의 이름 또한 경연을 통해 끊임없이 언급되며 관심을 끌어모은다. 멘티들의 무대를 심사하는 심사위원이 아닌 오히려 멘티와 함께 심사를 당하는 입장이 되어 평가하기 좋아하는 대중들에게 좋은 먹이감이 되어주는 것이다. 멘티와 멘티가 겨루는 가운데 멘토들 또한 서로의 음악적 역량을 건 자존심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멘티끼리의 승부는 물론 멘토간의 자존심대결로도 드라마는 만들어진다.
생방송무대도 길게 가져갈 필요 없다. 한 번은 짧고 세 번 정도 리그전으로 치르면 좋을 것이다. 한 사람씩 떨어뜨리는 것도 너무 길다. 아니면 멘토를 한 사람 줄여 넷으로 만든 뒤 토너먼트로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각각의 미션을 얻은 점수를 종합해서 최종순위를 결정하는, 즉 각각의 무대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순위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역전의 가능성이 생긴다. 멘토와 함께 함으로써 그 기대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괜찮지 않을까?
역시 멘토스쿨까지 무척 만족스럽게 보았던 필자이기에 할 수 있는 조언일 것이다. 지난 시즌1에서도 아마 비슷한 조언을 한 바 있을 것이다. 굳이 멘토를 캐스팅해서 심사위원으로 소비하고 마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기왕에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되었다면 경연에서도 그것을 강조해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올해는 더욱 경연이 길었다. 지루했고 한계를 보이게 되었다. 짧고 보다 자극적인 경연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물론 이것이 정답은 아니다. 하나의 가능성은 될 수 있다.
아무튼 여전히 훌륭한 무대였다. 이미 여기까지 올라왔다면 그 가능성은 입증된 것이나 다름없다. 필자가 멘토스쿨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대중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검증이 끝난 멘토들이다. 감히 누가 그들의 음악적 견해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말할 수 있을까? 차라리 그들의 보는 눈을 믿고 멘토스쿨까지는 맡긴다. 과연 그들은 어떤 멘티에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함께 생방송무대에 서려 하는가. 그러고 난 다음에는 일부러 하나하나 떨어뜨리며 멘티들을 평가하기보다는 각자 멘토의 보는 눈을 비교하여 최종적인 순위만을 결정한다. 어차피 멘토들 정도라면 누가 가능성이 있고 누가 부족한가 충분히 판단할 능력이 될 것이다. 나머지 대중성에 대한 부분만 생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맡긴다. 그만큼 무대의 퀄리티는 높여야 할 것이다.
과연 50kg은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었다. 안정적인 노래와 랩, 그리고 50kg에게 기대하게 되면 퍼포먼스까지, 그러나 그루브란 타고서 올라가는 것일 텐데 타고서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외롭고 우울한 마음을 담은 가사지만 노래는 어깨춤이 절로 나야 했다. 그런데 노래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다. 퍼포먼스까지 따로 놀고 있었다. 급하게 준비한 무대라는 생각 말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잘했지만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반드시 잘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전은진은 반대로 불안불안했다. 하지만 음색이 깡패라고 음색 하나만으로도 오히려 그런 불안함마저 매력으로 바꾸어 버리고 말았다. 물론 전은진 자신이 노래에 대한 집중력을 잃으면서 듣고 있던 자신 역시 집중력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귀기울여 듣게 만드는 매력이 그녀의 목소리에는 있었다. 어차피 기술적인 부분은 앞으로 채워나가면 된다고 했을 때 아직 어린 나이까지 포함해 가장 기대가 되는 참가자 중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어느새 가수로서 완성되어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또한 얼마나 매력적일까? 그녀의 목소리는 마성이라는 말에 딱 어울린다.
배수정은 말이 필요 없다. 물론 역시 지적한대로 성량이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부족한 성량을 억지로 끌어모으다 보니 이제까지 그녀의 장점으로 여겨졌던 안정된 음정까지 흔들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을 가진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훌륭하게 소화시킨 것은 다름아닌 배수정의 역량이 아니겠는가. 자기에 맞는 노래를 부를 때 가수는 자신의 장점을 모두 발휘할 수 있다. 단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데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잘했다.
구자명은 고음에서 성량이 부족하지 않은가 싶었다. 이승환의 말처럼 귀엽다. 고음에서 뻗어나가지 못하고 둥글게 마무리되는 것이 역시 나이에 어울리게 귀엽게 느껴진다. 미성이 아닌데 미성으로 들린 이유였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 듣고 있으니 결국 도입부에서 너무 강하게 부른 것이 정작 터뜨려야 하는 후렴부에서 힘을 상쇄시킨 것이 아닌가. 강약의 조절을 주어 후렴부에서 터뜨릴 때 보다 확실하게 들리도록 했어야 했는게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같은 넘치는 자신감과 당당함이야 말로 지금의 구자명이 아니겠는가. 한때 좌절도 있었지만 끝내 <위대한 탄생>이라는 도전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구자명'이라는 자신의 꽃이다. 구자명에게 주어진 골든티켓은 그러한 그에 대한 격려이고 응원일 것이다. 아름답다.
멘토와의 합동공연은 오히려 경연보다 더 훌륭했다. 앞서도 말했듯 생방송에서의 경연이라는 부담과 긴장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때문일 것이다. 점수에 대한 고민 없이 할 수 있는 바를 최대한 발휘하여 보여준다. 윤상의 베이스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치는 있었다. 윤상의 베이스와 윤일상의 피아노, 그리고 마치 정련된 쇠의 그것과도 같은 단단한 투명함을 갖는 이선희의 목소리까지. 구자명과 배수정 두 멘티와 멘토 이선희와의 어우러짐은 단연 최고였다. 감동적인 무대였다.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어차피 오디션프로그램도 많은데 굳이 남들이 한다고 그대로 따라야 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위대한 탄생>에는 <위대한 탄생>만의 길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멘토가 그 길이다. 멘토스쿨이 그 답을 보여준다. 멘토스쿨은 항상 재미있었다. 드라마가 있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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