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밴드

TOP밴드 - 몰려드는 밴드의 네임드, 오디션이 아닌 페스티벌이다!

까칠부 2012. 3. 14. 19:06

벌써부터 <TOP밴드>와 관련한 이슈로 온통 뜨겁다. 작년과는 다르다. 물론 작년 제작진과 참가밴드들이 보여준 진솔한 밴드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만한 네임드들의 연이은 참가가 가장 크지 않았을까.


놀랐다. '내 귀에 도청장치'라니. '시베리안 허스키'도 참가한다고 했다. '몽니'는 시즌1에서 심사위원을 했었다. '네미시스', '네바다51', '타카피', '슈퍼키드', 이루 다 이름을 댈 수 없을 만큼 홍대 인디씬을 대표하는 전설의 고수들이 도전장을 냈다. 이건 오디션이 아니다. 도대체 누가 이들을 심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신대철도 김도균도 이들보다 음악적으로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누구도 그렇게 자신하며 말할 수 없는 밴드들이다.


프로그램의 제목을 바꿔야 한다. <TOP밴드 페스티벌>로. 대한민국 안에 있는 모든 밴드들이 출전해 진검승부를 겨루는 한 바탕의 축제다. 물론 누가 이기고 지고와 그들의 음악적 성과와는 크게 상관이 없을 것이다. 어차피 그들의 음악은 그들 자신과 그들 자신의 팬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들 자신과 그들 자신의 팬들에게 있어 그들의 음악은 말할 것 없이 최고다. 단지 승부의 결과가 그렇게 났을 뿐이다. 음악적 평가와 대중적 인기가 항상 비례하여 나타나던가.


덕분에 제작진만 골치아파지게 생겼다. 말 그대로다. 누가 심사를 하는가? 코치는 언감생심이다. 앨범도 몇 장이나 내고 확실한 고정팬층까지 있는 이들에게 누가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조언할 것인가? 심사도 더욱 어려워졌다. 과연 이미 대한민국의 밴드음악을 짊어지고 있는 이들 대표밴드들에 대해 말 한 마디가 그렇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심사위원의 명성은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권위를 부여한다. 분명 누군가는 그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자칫 대한민국의 밴드음악을 이끌어가는 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힐 수 있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다. 발상을 뒤집어보자. 과연 지금에 있어 대한민국 대중음악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음악적 성취도를 높이는 것인가? 연주를 더 잘하고, 노래를 더 잘하고, 곡을 더 잘 쓰고, 가사를 더 잘 쓰고, 하지만 이미 네임드라 불리울 정도라면 어느 정도는 자신들의 음악적 성과에 대해 팬들과 평단으로부터 인정받은 경우들이라는 것일 게다. 말했듯 그들은 대한민국 밴드음악의 커다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음악적 성과도 검증되었다. 그러면 무언가?


바로 대중이다. 대중에 대한 접근성이다. 음악은 좋다. 연주도 노래도 훌륭하다. 하지만 대중이 들어주지 않는다. 아예 관심조차 없다. 심지어 지난 시즌1에서는 국제밴드대회에서 우승한 팀도 있었고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한 전력이 있는 팀들도 있었지만 거의가 아는 이조차 거의 없는 무명밴드로써 오디션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놀랐다. 그들이 들려주는 놀라운 깊이와 완성도에.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무명으로 남아 있었다.


대중들에 보다 다가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즌1에서 신대철조에게 주어졌던 중간미션 '초등학생들을 감동시켜라'는 매우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 있다. 초등학생이라면 장차 대중음악의 주된 수요자로 자라날 장래의 고객일 것이다. 그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익숙해지게 한다. 거리감을 없애고 친숙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무엇보다 그들이 즐겨 들을만한 음악이 밴드음악에도 있다. 어쩌면 이번 시즌2의 경연에서도 그런 점들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중학생들을 감동시켜라. 대학초년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라. 연인들의 마음을 움직여라. 현실의 문제에 대해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라. 현재 대중음악을 소비하고 있는 주수요층에게 밴드음악을 들려준다. 그것은 대중들에게 밴드음악을 알리는 동시에 어째서 밴드음악이 대중과 멀어져 있는가 스스로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다지 밴드음악에 관심이 없는 대중이기에 오히려 그 평가는 솔직하고 신랄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만큼 음악적인 평가에서 밴드에게 돌아갈 충격 역시 줄일 수 있다. 저변을 넓히고 발전의 기회로 삼고 더불어 경연에서 혹시 패할 경우 감수해야 할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좋지 않을까?


이미 전문적인 심사평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의 밴드라서 하는 말이다. 더구나 자칫 잘못하면 심사평으로 인해 그들의 음악적 성과나 그동안의 노력들이 폄하당할 수 있다. 어차피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성공해서 밴드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TV앞에 모이도록 할 수 있다면 <TOP밴드 페스티벌>은 대성공일 것이다. 지난 시즌1으로도 저변이 상당히 넓어졌는데 이름이 쟁쟁한 밴드들이 출연한 만큼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


아쉽다면 덕분에 작년과 같은 아마추어 특유의 신선함이나 독특함을 볼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일 텐데. 과연 프로들의 경연에 '블루오션'이나 'S1', '라떼라떼', 'WMA'같은 아마추어밴드들이 설 자리가 있을까? 아마 이들을 위해서라도 코치는 필요할지 모르겠다. 경연은 따로 진행한다. 프로밴드와 아마추어밴드. 아마추어밴드는 코치와 함께 한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아마추어밴드의 경연은 프로의 경연이 끝난 다음에 시즌1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난 시즌1 이후 기다림이 너무 길었다.


벌써부터 흥분된다. 심야음악프로그램이나 되어야 볼 수 있는 밴드들이었다. EBS나 기타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시간대의 프로그램들을 통해 아주 가끔 그리울만하면 보게 되는 얼굴들이었다. 물론 홍대가면 항상 볼 수 있다. 그래도 공중파로 본다는 즐거움은 언제나 남다르다.


누가 우승할까? 모른다. 누가 우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누가 탈락하더라도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모두가 숨은 고수들이다. 깊은 내공과 일격필살의 초식을 가지고 있다. 오로지 누구에게 운이 더 따르는가. 심사위원의 성향이 승부를 가르리라.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오디션이다. 세상 일이라는 게 항상 공평하지만은 않다. 실력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검증되었다.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만이 심사위원을 한다는 것도 어쩌면 편견이고 고정관념이다. 청중평가단과는 다르다. 그들은 한 사람의 대중으로서 직접적으로 음악인과 마주하고 자신의 솔직한 감상을 이야기할 것이다. 대중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들과 대중과의 사이에 거리를 만드는가? 그리고 이해한다. 서로 다가간다.


토요일에는 오로지 <TOP밴드>! 다행히 드라마 시간대를 비껴나 시청률에서도 기대할만한 부분이 있다. 출전한 밴드들의 면면과 그들의 실력 또한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시청률 두 자리수 가능할까? 술약속을 줄이고 오로지 그 날만을 기다린다. 행복한 기다림이다. 좋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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