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내 오만석을 응원하며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하고 싶었던 행동이었다. 필자 자신이 하고 있던 생각이었다.
확실히 남자와 여자란 같은 별에 사는 외계인이라 했던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동안 보아오고 들어온 것이 있다. 그래도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굳이 파티를 한다는데 음식이며 장식이며 더구나 사진까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그것이 당연하단다.
여심팀은 그나마 나았다. 스포츠란 보편적인 것이니까. 여성축구도 있다. 여성축구팬도 상당하다. 그러나 여성끼리 즐기는 파티란 남성들에게 너무나 생소하다. 배려란 없다. 여성들 자신은 익숙한데 남성들 입장에서는 보는 것만도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다른 세계 이야기같다.
아마도 이번 <우리들의 일밤>의 새코너 <남심여심>이 추구하는 바일 것이다. 너무나 다른 남성과 여성이기에 서로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이해를 높여보자.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다. 생전 처음 해보는 축구에 실수를 연발하면서도 재미있어하는 여심팀의 모습이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여성들만의 파티문화에 당혹해하며 어쩔 수 없이 끌려다녀야 하는 남심팀의 모습이다. 이제까지 없던 모습이기에 더욱 신선하고 즐겁다.
다만 문제라면 이미 필자가 이와 같은 주제의 글을 경쟁방송사의 다른 프로그램을 보며 한 차례 이상 쓴 적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남자의 자격>이다. <남자의 자격> 미션 가운데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적지 않았다. 자칫 아류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남자의 자격>은 시작한지 벌써 3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무한도전>의 아류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지 않아도 일요예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들의 일밤>이다.
물론 오히려 그보다는 이제는 폐지된 <오늘을 즐겨라>가 <남심여심>과는 더 가까울 것이다. 팀을 나누고 각자가 미션을 수행한다. 그것을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로 몰아간다. <오늘을 즐겨라>도 시작할 당시에는 상당히 기대할만한 예능이었었다. 그러나 결국 성역할을 대신하며 이해를 구한다고 하는 자체가 <남자의 자격>에서 이미 선점하고 있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의 논란은 피할 수 있다. 후발주자이기에 그것은 어쩌면 때로 치명적이기까지 할 것이다. 차별화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재미있다. 일단 정준하와 정선희 두 메인MC의 롤이 분명하다. 정준하는 약간 뒤에서, 정선희는 가장 앞에서 예능초보자까지 포함된 멤버들을 이끈다. 남자의 솔직한 느낌과 생각을 가감없이 보여준 오만석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굳이 전면에 나서려 하기보다 뒤로 물러서 받쳐주는데 주력한 정준하의 역할이 컸다. 정선희 역시 오랜만의 예능MC라는 것이 무색하게 남심팀과 여심팀 사이에서도 조율자 역할을 충실히 잘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앞에서 웃길 줄 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신봉선은 그녀의 오른팔이다.
어느새 캐릭터마저 잡혔다. 예능초보답게 뻘쭘히 굳어 있는 강동호나 실속없이 나서기 좋아하는 브라이언, 가장 남자다운 오만석, 정준하는 여기서도 당하는 역할에 어울린다. 멤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커주어야 한다. 새침한 윤정희와 활달한 은지, 웃음을 책임지는 신봉선, 아직은 미지수인 최송현, 맏언니로서 이들은 책임지고 정선희가 이끈다. 벌써부터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축구와 파티라고 하는 소재가 멤버들 사이에서 웃음으로 완성된다.
당분간 어느 정도의 기복은 피할 수 없다. 리얼버라이어티라는 것이 그렇다. 멤버들 사이의 화학결합이 중요하다. 안정기가 오기까지 아직 익숙지 않은 멤버들과 서로에 대한 어색함으로 인해 소재를 타는 경우가 생기게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들의 일밤>에서 시도한 리얼버라이어티들이 하나같이 실패하고 만 이유였다. 진득하게 기다리기보다 서둘렀다. 기본적인 소재가 좋으니 보다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믿고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최소한 석 달의 유예는 필요하다고 본다. 시청률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보는 시기다. 다행히 포맷이 재미있을 것 같은 포맷이다.
<나는 가수다>를 제외하고 어쩌면 정말 오랜만에 기대하며 볼만한 예능이 만들어지려는 모양이다. <뜨거운 형제들>도 많은 기대 속에 시작되었다가 기다리는 성의가 부족해 막을 내리고 말았다. 같은 실수는 두 번 저지르지 말기 바란다. <뜨거운 형제들>이나 <오늘을 즐겨라>나 어느 순간을 지나며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알 수 없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가장 큰 불안요인은 역시 <우리들의 일밤>이라는 것, 그러나 포맨 자체가 흥미를 유발시키는 포맷이다. 대리만족의 짜릿함마저 있다. 아마 많은 남성이 필자처럼 오만석에게 이입하며 통쾌함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그것이 재미다. 나머지는 제작진의 뚝심에 달렸다. 재미있다.
정선희의 MC복귀를 축하한다. 깨알같은 센스가 무척 좋다. 은지는 운동을 잘한다. 윤정희는 의외의 허당에 웃기기도 한다. 오만석은 솔직하다. 솔직해서 재미있다. 강동호는 뻘쭘한 채로도 좋다. 조금씩 바뀔 필요는 있다. 정준하의 MC에 대한 시험장이기도 할 터다. 기대할만한 프로그램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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