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이윤석의 기적, 게으른 김태원에게서 위로받다.

까칠부 2012. 3. 19. 07:00

김태원을 눈여겨 보았다. 이윤석은 포기했다. 그는 지나치게 성실하다.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 굳이 나 자신까지 식스팩을 만들려 애쓸 필요는 없다.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던가. 처음 식스팩 미션을 시작하기 전 체력테스트를 하면서 무려 3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21번의 팔굽혀펴기를 했을 때 과연 나는 가능한가? 물론 실제 해보니까 그보다는 조금은 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기였다. 설마 국민시체 김태원만도 못하다는 말일까?


오히려 국민약골을 넘어선 국민시체라는 그의 캐릭터가 보고 있는 시청자 자신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 우습기보다는 오히려 걱정스러울 정도로 저질체력이라 국민시체가 되었는데 그런데 어쩌면 그런 김태원이 나보다 더 나을 수 있다. 설마 그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만일 식스팩미션을 통해 김태원마저 식스팩을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그 압박은 상당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말 다행이었다. 역시나 김태원도 필자 만큼이나 게을렀다. 굳이 식스팩을 만들려 도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핑계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전현무 역시 마찬가지다. 굶어서 빼느라 체지방과 더불어 근육까지 빠졌다. 필자 역시 자주 범하는 실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실패와 이웃하며 좌절과 체념과 그리고 합리화 속에 살아간다.


하기는 그래서 리얼버라이어티일 것이다. 식스팩 만든다고 모두 식스팩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그것이 리얼일까? 끝끝내 지방을 빼고 근육을 늘리는 것은 성공했어도 이경규나 양준혁이나 모두 복부의 지방을 모두 빼는데는 실패하고 있었다. 고작 몇 달 운동하고서 그 몇 배의 시간동안 천천히 축적되어 이제는 자신의 일부가 되어 버린 지방을 모두 뺄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언리얼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처음 보기 흉할 정도로 나잇살까지 더해 피하지방으로 늘어져 있던 몸이 탄탄한 근육질로 바뀌어 있는 것은 언리얼은 아니더라도 미라클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적이다. 인간이 기적을 만든다.


결국 방송에 나온 그대로 운동을 게을리하고 식이요법만을 한 탓에 근육과 지방이 함께 빠져버린 전현무와 그조차도 하지 않아 단지 숨을 들이쉰 채 사진을 찍은 김태원, 그럼에도 김태원조차 몸이 많이 나아졌다. 요즘 필자도 운동을 시작한 탓에 몸이 많이 좋아진 것을 느낀다. 이 정도면 되었다. 리얼 아닌가? 거기서 더 나빠지기도 한다. 그나마 현상유지라도 하면 좋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더 좋아질 수 있다면 그것은 기적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일상은 번거롭고 아직까지 그럴만한 충분한 동기를 부여받지 못한 탓이다. 이대로도 좋다. 정작 열심히 미션에 임하지 않아 실패한 멤버들을 보면서도 그래서 오히려 동질감을 느낀다. 식스팩은 애저녁에 글렀다.


이윤석은 확실히 리얼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의 주인공이라 할 것이다. 물론 메인MC는 이경규다. 에이스라면 김태원과 김국진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윤석은 멤버 가운데서도 안웃기는 멤버로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다. 소심하고 위축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윤석에게서 어느새 약한 나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럼에도 항상 어떤 미션에서든 최선을 다하며 어느 순간 전혀 달라진 모습이 되어 나타난 그의 모습에서 부러움과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말했다. 처음부터 이윤석은 제외했다고. 김태원이라면 변명거리가 되지만 이윤석은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이번에도 그는 성실할 것이다. 최선을 다할 것이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변명거리를 찾았다. 그는 주인공이다. 만화속 주인공처럼 그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성실함이 만들어내는 기적이다. 이경규와는 다른 소외되었지만 좌절하지 않는 의지가 만들어내는 기적이다. 설마 이윤석이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렇게까지 멋진 몸을 만들어낼 줄이야.


그럼에도 놀라고 말았다. 감탄하고 감동했다. 감격했다. 그 노력이 보이는 듯하다. 살이 붙기 쉽지 않은 체질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더구나 예전에 있었던 교통사고로 인해 손몸마저 남들보다 한참 불편하다. 기본적으로 운동을 하던 사람이나 기초체력이 받쳐주는 사람이라면 그런 정도쯤 얼마든지 문제될 것이 없었겠지만, 근육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뼈만 앙상한 몸에 그와 같은 근육을 붙이려 한다면 어지간한 노력과 의지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마 많이들 놀랐을 것이다. 설마 이윤석이... 그래서 스스로 다시 납득하고 말았다. 이윤석이니까. 그는 나와는 다르다. 특별한 사람이다. 이제까지 <남자의 자격>에서 보여준 모습이 그랬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성실했고, 특별하지는 못했지만 열심이었다. 마치 소소한 자신을 보는 것 같다. 내가 조금만 더 성실하고 의지가 강했다면 저리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는 평범하기에 그래서 더 특별한 사람이다. 그는 다시금 소소하게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남자다.


김국진의 몸은 아름다울 정도였다. 물론 체격적인 조건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작고 말랐다. 근육이 붙었어도 그다지 압도적인 남성미까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근육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당장에라도 날아오를 듯한 실전에 쓰이기 위한 근육과 같은 모습이다. 아마 무술가나 무용가의 몸이 이럴 것이다.


윤형빈은 정말 그대한 그대로였다. 가장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가장 완벽했다. 스케일과 더불어 디테일까지 알차게 채워진 근육들은 '식스팩'이라는 미션 한 가지만 놓고 보았을 때 그야말로 주인공이며 마지막 승자가 아니겠는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제자리로 돌려놓은 듯 근육들이 너무나 잘 어울리고 있었다. 김국진과 더불어 표지모델은 당연한 것이었다. 역시 노력이 보인다. 그가 강연에서 청춘들에게 했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에 충실하다.


만일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면 이윤석을 목표로 할 것이다. 그래도 이윤석보다는 나아지고 싶다. 그 의지와 성실함에서 이윤석을 닮고 그보다 나아지고 싶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나아가려 한다면 한참 나이도 위임에도 오히려 젊은 멤버들보다 더 열심히 더 멋진 몸을 만들어낸 이경규일 것이다. 물론 이경규처럼 피하지방을 쌓아 놓지는 않을 것이다. 식스팩까지는 아니더라도 더 이상 몸을 학대하지는 말자는 뜻에서 나름대로 운동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전현무와 김태원을 통해 위로를 삼는다. 윤형빈이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꼴찌인 이유, 그의 근육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김국진이라면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겠다.


예상한 결과였다. 결국 윤형빈과 김국진, 이경규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이윤석이 다크호스였다. 역시나 기대한 대로였지만 출발부터 다른 한계란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마이페이스로 미션따위 무슨 상관이냐는 듯한 진정한 리얼 김태원까지. 결코 쉽지 않다.


짧은 기간이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했다. 그 가운데 누군가는 선택받아 원래 목표했던 표지모델까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변명거리를 찾아 위로받는 필자가 있다. 그래도 열심히 미션에 임한 멤버들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아직은 번거롭지만 하지만.


의미있는 미션이었다고 생각한다. 근육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충실한 정보와 그 과정에서의 리얼한 모습들을 담아내 보여주었다. 실패한 사람까지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는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준비해야 할 나이대를 위해서. 멤버들 자신이었다. 시청자 자신이었다.


재미있었다. 왁자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은 이것이 예능임을 알게 한다. 아니 원래 일상이란 유쾌한 것이다. 미션에 주눅들지 않는다. 웃자고 일상을 영위한다. 식스팩이라고 다르지 않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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