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일(아역 임시완)의 아버지 이용배(이원종 분)는 비록 남들처럼 능력은 없지만 아버지로서는 좋은 아버지였을 것이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 그의 아들을 향한 마음은 올곧도록 순수한 진심이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죽인다.
처음에는 이용배 또한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 김경필(이대연 분)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가장먼저 구급차를 부를 생각부터 했다. 모든 것을 덮자는 진노식(김영철 분)의 제안에도 고개를 저이며 거부의 뜻을 드러냈다. 하지만 설득되었다. 설득된 것을 넘어 아직 살아있던 김경필의 마지막 숨을 자신의 손으로 끊는다.
아들을 위해서였다. 여기서 김경필이 죽으면 아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간다. 눈 한 번만 딱 감으면. 자기 손만 더럽힐 수 있으면. 그러면 아들은 자기와 달리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럴수만 있다면 사람 한둘쯤 죽이지 못할 것이 무얼까? 악해서라기보다는 약해서일 것이다. 양심을 지키기에는 그는 너무 무력하고 가진 것이 없다. 아들을 위해서 다만 작은 한 가지라도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아버지와 아버지가 있다. 아들의 생일에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죽어가면서까지 미안해하던 아버지였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숨을 끊은 것도 아버지였다. 누구의 잘못인가? 아들을 위해 시한부생명인 것을 알고 친아버지를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 한 그 아버지와 아들을 위해 그 아버지를 죽인 아버지가 있다. 그렇게 사람은 슬프다. 선량해서도 사람은 죄를 짓는다.
화가 날 정도다. 고작 자살로 위장하겠다고 유서를 조작하는데 독수리타법이다. 어눌하게 집게손가락만으로 자판을 하나씩 눌러 문장을 써가는데 보는 사람이 다 답답할 정도다. 알아서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해결하라 했더니만 무작정 남의 집에 숨어들어가 문제가 된 종이부터 찾아 불태운다. 우연히라도 집주인인 김선우(아역 이현우)와 마주칠 것이란 생각은 못한 것일까? 그런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 사람은 그렇게도 쉽게 사람을 죽이고 죽임을 당한다.
어쨌거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을 것이다. 아직은 아이다. 아이라 생각한다. 아버지란 세상을 이루는 울타리다. 세상을 가려주는 그늘이다. 그 세상이 사라졌다. 이장일이 아버지에게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두려움이다. 불안이다. 그리고 증오다. 아버지를 괴롭힌 사채업자들에게 아버지가 당한 만큼 그대로 돌려주겠다. 그를 위해 힘을 갖겠다. 아니면 무서우니까. 불안하니까.
너무 일찍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알아 버렸다. 세상의 더러운 부분을 마음에 담아 버렸다. 아버지가 없으면 안된다. 그는 아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던 아버지의 빈자리를 김선우는 감당하기 버거워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김선우를 걱정한 아버지의 마음처럼, 그리고 그의 목숨을 끊던 이용배의 결심처럼. 그렇게 아직 어린 그들이 딛고 선 세상은 불안하다.
아마 최광춘(이재용 분)이 김선우더러 이장일과 어울리지 말라 말한 이유였을 것이다. 그는 눈치가 빠르니까. 사람 보는 눈이 좋다. 그래서 사이비 박수로도 제법 용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먹고 산다. 이장일이 간직한 그늘을 그는 본다. 우연찮게 목격한 살인의 진실로 인해 그같은 그의 판단은 더욱 확고하다. 김경필의 죽음을 목격한 그의 증언이 이후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짐짓 밝게 웃어 보이지만 한지원(아역 경수진)에게 찾아온 비극과 애써 당당한 척 고개를 치켜들어 보지만 항상 위축되어 있는 최수미(아역 박세영)의 절망, 그리고 아버지를 잃은 김선우의 슬픔과 이장일을 기대리는 불길한 비밀들. 과연 김선우는 이장일을 위해 최악의 선택을 할 것인가. 그들은 또다른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운명은 잔인하다.
비극이 쌓여 간다. 아버지라는 이유로 이용배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것은 이용배 자신과 아들 이장일에게도 깊은 상처를 입힌다. 누구보다 큰 상철르 입은 것은 김선우다. 더 큰 비극이 그를 기다린다. 시련은 끝나지 않는다. 이장일 자신에게도.
재미있다. 음울하다. 답답하다. 진노식의 선명한 악의와 이용배의 어리석음,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을 걱정한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아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시련은 계속된다. 복수는 어른이 된 이후에 한다. 인간은 슬프다. 비극인 이유다. 악의조차 되지 못한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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