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빛과 그림자 - 돌아온 강기태, 엇갈렸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다.

까칠부 2012. 3. 28. 09:34

복수극이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온갖 오욕속에 비참하게 떠나야 했던 이가 다시 힘을 키워 복수를 위해 돌아온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래 일반화된 하나의 전형적인 플롯일 것이다. 과연 누명까지 쓰고 쫓기듯 한국으로 떠나야 했던 강기태(안재욱 분)가 4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에게 보이는 것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이란 없겠는가?


하기는 도대체 송미진(이휘향 분)은 무엇을 보고 강기태에게 쇼브라더스와의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 부탁하고 있었겠는가 말이다. 그 자체가 하나의 스포일러다. 복선이라기에는 그녀 자신도 아직 강기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강기태가 지난 4년 동안 일본에서 무슨 일을 했었는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그녀는 일방적으로 강기태에게 부탁부터 하고 본다. 강기태 자신도 지난 4년간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음을 말하고 있다. 


하필 그 무렵 중앙정보부장이던 김재욱(김병기 분)이 재일교포 사업가 김풍길의 대리인으로서 차수혁(이필모 분)과 장철환(전광렬 분) 앞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김병기의 열연 덕분에 김재욱의 운명도 바뀌고 말았다. 원래는 김재규의 길을 따라갔어야 했을 테지만 워낙 시청자의 호응이 좋았던 탓에 어느새 운좋은 김형욱이 되고 말았다. 김형욱 역시 그렇게 의문의 실종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박정희의 치세가 끝나고 그와 같이 멋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김재욱이 차수혁과 장철환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한 편에서는 강기태가 조태수(김뢰하 분)와 함께 조명국(이종원 분)이 보낸 깡패들 앞에 나타난다. 마지막 남은 송미진의 자금줄이던 빅토리아를 고사키키려 조명국이 사주한 것이었다. 송미진을 위기에서 구한다. 과연 우연이었을까? 다만 김풍길이라는 이름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던 것과는 달리 이정혜(남상미 분)와는 성이 다름을 알 수 있겠다. 어려서 고아가 되면서 이정혜가 성을 바꾼 것일까? 김풍길이 이정혜의 아버지라기에는 이정혜 또한 강기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전혀 별개의 인물이었으리라. 이정혜와의 인연이 아닌 강기태의 능력이기 쉽다. 하기는 이정혜의 아버지였다면 도움을 주겠다고 했어도 강기태의 성격으로 보아 거절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괜히 꼴통이 아니다.


결국 강기태가 돌아오고 그동안 침체해 있던 신정구(성지루 분)의 빛나라 기획 또한 원래의 사장을 맞아 힘차게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그동안 조명국에게 당한 것이 있기에 노상택 또한 강기태와 같은 편에 서게 될 듯하다. 빈몸은 아니었던 듯 돌아오자마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이혜빈(나르샤 분)과 홍수봉(손진영 분)의 새앨범작업을 의욕차게 추진한다. 이것이 시작이다. 최성원(이세창 분)과 지금은 해외에 나가 있는 유채영(손담비 분), 그리고 송미진의 나이트클럽과 영화사업, 조명국이 어쩌면 그 첫상대가 되지 않을까? 조명국과 정확하게 겹치며 정면으로 맞서게 된다.


장철환과 차수혁의 관계가 흥미롭다. 어느새 역전된 입장을 받아들여 한없이 비굴하기까지 한 공손함을 보이는 장철환에게 소름이 돋는다.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원래의 그의 자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다시 찾으려 한다. 조명국은 방관자다. 차라리 조명국에게는 장철환이 더 편할 수 있다. 장철환은 차수혁과는 달리 생각이 많지 않다. 윗사람이 생각이 많으면 아랫사람이 피곤하다. 과연 장철환은 다시 한 번 차수혁에게 받은 것을 되갚아주고 원래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래야 재미있어진다. 장철환이 마지막에 버텨주어야 강기태의 복수극도 한결 의미있어진다. 차수혁과의 관계는 이미 이정혜로 인해 치정극이 되어 있다.


참으로 어정쩡하다. 차라리 장철환처럼 이정혜의 몸만을 탐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어차피 거래로 시작된 관계 굳이 마음까지 얻고자 욕심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거래란 머리로 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감정이며 충동이다. 그러나 거래란 이성과 계산으로 한다. 모든 것을 갖고자 하면서도 차수혁은 이정혜에게 거래를 제안했고, 모든 것을 주고자 하지만 이정혜 또한 그 거래를 받아들였다. 그것은 족쇄다. 계약이란 굴레다. 차라리 이정혜가 온전히 차수혁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하지만 이정혜의 마음은 서로간의 약속을 넘어서지 못한다. 차수혁에게도 비극이지만 이정혜에게도 비극이다. 지금 다시 강기태가 그녀 앞에 나타난다고 그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정혜의 캐릭터가 발목을 잡는다. 그녀는 유채영과는 다르다. 그녀는 매우 전통적인 미덕을 갖춘 흔치 않은 여주인공이다. 과거 이정혜와 같은 타입의 여주인공들은 그럼에도 사랑보다는 의리를 쫓았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그동안의 인연과 연민을 쫓았다. 차수혁이 몰락한다면 더욱 이정혜는 그를 떠나지 못할 것이다. 이도저도 아닌 것이 그래서 비련이 된다. 그래서 이정혜의 표정은 항상 우울하다. 강기태는 그런 그녀를 지켜봐야 한다. 마지막에 강기태의 옆에 서 있는 것은 유채영일까? 이정혜일까? 혹은 제 3의 인물일까?


일방적으로 흘러갈 것 같다. 이미 김재욱의 등장부터가 모두 계산되어 있을 것이다. 김재욱이 나타나고, 강기태와 조태수가 나타나고, 강기태가 마치 계획되었던 일인 양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그런 가운데 이미 권력을 손에 쥔 차수혁은 방심하고 있다. 차수혁과 장철환의 사이에 균열이 보인다. 조명국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통쾌한 복수극이 될까?


어쨌거나 너무 멀리 온 것은 사실이다. 무려 30회가 넘게 이야기를 진행하고서도 그 모두를 묻어버린 채 다시 돌아온 복수의 화신이라니. 물론 복수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10회 남짓 남은 분량 가운데 무엇을 더 담을 수 있을 것인가. 차수혁과 장철환을 쓰러뜨리기에도 버거운 시간이다. 중간에 너무 많은 분량을 낭비했다. 아쉽다. 그래도 재미는 있다.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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