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간을 뛰어넘었다. 강기태(안재욱 분)는 차수혁(이필모 분)과 김재욱(김병기 분)에 의해 조태수(김뢰하 분)와 함께 일본으로 떠나고, 남은 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자신들의 시간을 살아간다. 1980년 한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며 그들의 시간이 다시 만나기 시작한다.
오히려 차수혁은 더 큰 거물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보다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은 원한이 더 큰 법일까? 원래는 강기태가 복수해야 할 궁극적 대상이었을 것이다. 강기태는 바로 장철환(전광렬 분)에게 복수를 하려 했었다. 그가 주이고 차수혁과 조명국(이종원 분)은 종이다. 그런데 이제 입장이 바뀌어 장철환보다 차수혁이 더 큰 거물이 되어 버렸다. 차수혁을 쓰러뜨리고 장철환마저 거꾸러뜨릴 것인가? 아니면 장철환을 먼저 거꾸러뜨리고 차수혁을 쓰러뜨릴 것인가?
신군부의 모든 정책이 차수혁의 머릿속에서 나온다. 장철환은 그저 돈을 받고 폭력과 협박을 일삼는 잡범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의 뒤에는 한빛회의 신군부가 있지만 그래봐야 하는 짓이란 조직폭력배의 그것에 불과하다. 차수혁이 신군부의 브레인으로 있는 동안 그가 다시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되기는 거의 불가능할 듯하다. 한낱 권력의 주변에 기생하는 조무라기에 불과하다. 그에 비하면 장철환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더 높이 비상한 차수혁은 전보다 더 버거운 상대다.
조명국도 컸다. 송미진(이휘향 분)을 사정없이 궁지로 몰아넣는다. 김재욱마저 외국으로 뜨고 난 공백에 송미진에게도 위기가 찾아온다. 노상택(안길강 분)과 신정구(성지루 분)에게도 고난의 시간은 이어진다. 불의한 권력은 더 큰 힘을 얻고 권력을 등에 업지 못한 이들은 한없이 작아진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여전히 장철환에게 법이란 곧 권력이다. 권력을 등에 업은 자신이다. 밤늦게 이정혜(남상미 분)를 찾는 차수혁의 모습에서 톱스타로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그녀 또한 평탄한 삶을 살고 있지는 못함을 보여준다. 강기태가 돌아오려 한다. 돌아와야 한다. 엇갈리고 일그러진 시간들이 그렇게 새로운 만남을 준비한다.
아무튼 차수혁과 장철환의 입장역전에서 드라마가 너무 멀리 간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된다. 장철환이 더 큰 거물이 되어 있어야 한다. 차수혁을 쓰러뜨리고 장철환을 쓰러뜨려야 한다. 장철환이야 말로 이 모든 일들의 원흉이다. 그러나 이제 장철환 다음에 차수혁이 있다. 차수혁이 더 큰 거물이 되어 강기태를 기다린다. 아마 그는 장철환보다 더 큰 악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과연 차수혁이 지금의 장철환의 악의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강명희(신다은 분)의 차수혁에 대한 일편단심이 애처롭다. 그녀의 올곧은 사랑은 아마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최성원(이세창 분)의 위기는 곧 강기태에게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그는 그 동안에도 송미진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 오고 있었다. 최성원의 곁에는 어느새 그를 완전히 휘어잡은 이혜빈(나르샤 분)이 있다. 대마초파동에 이은 가요정화운동으로 초토화되어버린 당시의 대한민국 대중음악이 홍수봉(손진영 분)을 통해 보여진다. 가수로서 무대에 서도 생활비조차 벌지 못한다. 많은 음악인들이 생활고로 인해 음악에 대한 꿈을 저버렸다. 그들 역시 강기태를 기다린다. 강기태가 돌아와야 하는 이유다. 어쩌면 김재욱 또한 머지않은 시기에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
오랜만에 듣는 손진영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구성지다. 윤수일이 부른 '사랑만은 않겠어요'였는데, 원래는 손진영 역시 강기태의 곁에서 가수로서 성장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작 중요한 빛나라쇼단 - 이제는 빛나라 기획이 완전히 소외되고 말았다. 지난 건너뛴 시간 가운데 빛나라 기획은 없었다. 여전히 비루하고 초라한 모습이다. 원래의 70년대의 쇼비즈니스를 보여주겠다던 기획의도 역시 그렇게 건너뛴 70년대와 함께 사라져 버린다. 이제 와서 강기태가 돌아온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강기태의 일인활극일 뿐. 단순한 권력과의 투쟁이며 복수극일 뿐이다. 한국드라마의 가장 안 좋은 부분이다. 관계에 집착하다 보니 모든 것이 한 개인에 수렴하게 된다.
과연 수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강기태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인가? 어떤 모습이 되어 무엇을 목적으로 행동하게 될 것인가? 그것만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그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그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건너뛰었을 뿐 멈추어 있던 시간이 그래서 강기태가 돌아옴으로써 흐르기 시작한다. 드라마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앞으로를 기대하게 한다.
비극을 예감한다. 강기태와 이정혜, 이정혜와 차수혁, 차수혁과 강명희, 그리고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유채영(손담비 분), 장철환도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제 남은 분량으로는 시대를 담기에 버거운 점이 있다.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불안하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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