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조정석과 김무열, 또 한 번의 엄격하고 가혹한 잣대에 대해서...

까칠부 2012. 6. 22. 18:30

군대 있을 때도 항상 생각했었다.


"어째서 저런 녀석들을 군대로 끌고오는가?"


물론 필자도 그다지 군대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거의 모든 입영대상자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빠지고 싶고, 될 수 있으면 짧게 편한 곳에서 복무하고 싶다. 그래서 이런저런 수단을 알아보고, 훈련소에서도 좋은 주특기를 받기 위해 열심히 눈치도 보고 노력도 기울인다. 결국 그래서 필자의 경우 자랑스런 기관총 주특기를 받았지만 말이다. 노력이 무의미했다.


그것이 군대다. 모두다 아다시피 군대란 무척 힘들다. 무엇보다 부자유스럽다. 무려 2년이 넘는 시간을 병영이라는 전혀 생소한 환경에서 세상과 격리되어 지내야 한다. 필자의 경우도 그 2년의 시간 동안 인생이 바뀌었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세상과 격리되어 원래의 일상과 단절된 채 보내야 한다면 그것이 달가운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래서 대개 입영을 앞두면 이것저것 알아보게 된다. 어떻게 그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 과연 그런 것들이 비난을 들을만큼 큰 잘못이었겠는가 하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에서 법을 만들면서 면제사유를 정한 것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필자가 서두에서 꺼낸 저 말 자체다. 괜히 되도 않는 녀석을 군대로 억지로 끌고가 봐야 주위에 폐나 끼치기 십상이다. 몸이 불편하면 훈련을 따라오기 힘들 테고, 마음이나 정신이 불편하면 병영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 테고, 다른 걱정이 있다면 군복무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결국 그로 인해 사고를 치는 경우마저 있다. 탈영과 자살, 혹은 각종 사건사고로 인해 군전투력만 저하되기 쉽다. 그것은 군의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한 셈이다.


그래서 혹시나 면제될 길이 있지 않을까 알아보았다. 그런 길이 있다고 했을 때 적극적으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시도도 해 보았다. 다행히 되었다. 되지 않았다면 그것도 안타까운 일이었을 테지만, 다행스럽게 그로한 시도가 성공했으므로 군대라는 부담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과정이 잘못되었다.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공무원이 법적용을 잘못한 탓에 뜻하지 않게 부당하게 면제를 받게 되었다. 비난을 들을 일이었을까?


하기는 조정석은 무려 10년 전의 일이다. 뮤지컬 배우로서 데뷔하기도 훨씬 전에 그는 면제를 받고 있었다. 호적상 자식은 조정석 한 사람 뿐이었다. 60세 넘은 노모가 조정석이 군대 가면 혼자 세상에 남겨져야 한다. 혹시 모르겠다. 그런 어머니의 걱정에도 나라를 위한 당연한 의무라며 기껍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지는. 그런 것이 바로 나라에 원망을 남기는 일이다. 그렇다고 굳이 10년이나 지나 이제 와서 군대 가라는 것은 얼마나 치졸한가? 과연 자신이라면 군대 다시 갈까?


김무열의 경우도 나름대로 그만한 자격요건이 된다고 봤으니 면제를 신청했다.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되지 않는 경우에도 일단 가능성이 있으면 신청을 하고 본다. 병역연기도 하나의 방법이다. 필자의 경우도 군대 있을 때 그런 식으로 30세까지 연기하다가 느즈막이 입대한 경우를 알고 있다. 당장에 자기 살기가 급한데 그럴만한 수단이 있는데 그것을 피한다는 것도 불합리한 것이다. 할 수 있으면 하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으면 쓰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이다. 나라를 위해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군대 일부러 힘들게 갔다 오는 국군의 날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말이다.


의무란 최소한이다. 계약 역시 최소한이다. 약속 또한 최소한이다. 최소한만 지키면 된다. 약속시간보다 10분 먼저 나올 수도 있지만 결국 약속시간보다 늦지만 않으면 약속을 어기지 않은 것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도 있지만 계약서상의 내용보다 더 적은 비용만 지불하지 않으면 된다. 나라에서 정한 최소한의 의무만 행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의무를 자발적으로 행해야 하는 경우란 없다. 더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을 일부러 더 내는 경우와 같다. 그런 경우 기부나 헌금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아직 밝혀진 바로는 그다지 비난을 들을 일이 아닌데 비난일색들이다. 오히려 군대 갔다온 사람이라면 이해할만한 부분이 아니던가. 그러려고 알아보기도 했고, 실제 그런 시도를 해 본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군대 왔을 때 얼마나 힘들어하고, 그것이 다시 또 주위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가도 보았었다.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단순한 착오였고, 그나마 착오조차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군대에 가야 하는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이것은 도덕적 엄격함이라기보다는 집단적 왕따에 가깝다. 연예인이니까. 유명인이니까. 돈 잘 버니까. 질투다. 질시다. 괜히 한 번 더 꼬투리를 잡고, 그 꼬투리를 바탕으로 비난을 퍼부으며 도덕적 우위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유명인에게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씌움으로써 자신은 안전한 곳에서 일방적인 비난만 퍼부으려 한다. 공인은 그런 때 아주 유용한 무기다.


더 힘든 사람도 있다. 더 어려운 처지에도 군대 가는 사람도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항상 느끼는 것이다. 세상에는 아직 어린 사람들이 많다. 아직 세상이 산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세상은 아직 더 발전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같은 불합리와 모순들이 현재하고 있기에. 그것이 김무열의 책임인가? 아니면 조정석의 탓인가?


병역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것들이다. 필자도 가기 싫었다. 대부분 가기 싫었다. 그래서 가지 않으려, 가더라도 편하게 짧게 가려 알아보고 노력도 한다. 그것은 누구나 같다. 단지 그것이 성공하고 성공하지 못하고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아니면 진정 군대를 자발적으로 가고 싶어지는 그런 곳으로 만들던가. 아직 군대는 그런 곳으로 여겨지고 있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군대 갔다온 사람들일수록 그같은 변화와 발전에 소극적이다.


쓸데없는 논란들이다. 이 땅의 평범한 젊은이들이다. 이 땅의 흔한 남성들이다. 군대문제로 고민하고, 그래서 일상을 허비하며 노력을 기울이며 찾아야 했던. 연예인이라고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권력을 동원하거나 편법을 통해 그리 한 것도 아니다. 물론 그런 정황이 밝혀진다면 그것은 별개다. 그러나 지금 순간 그들을 비난해야 하는가?


아무나 갈 수 있는 군대가 아니다. 군대란 창이다. 군대한 방패다. 허술한 창은 적을 무찌를 수 없다. 허술한 방패로는 적을 막을 수 없다. 전제해야 한다. 군대 가는 것은 바로 그 창과 방패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자원해도 안 받아주는 경우가 있다. 군대가 너무 쉽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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