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밴드

TOP밴드2 - 늦었지만 재미지다, 비로소 벼린 칼을 빼들다.

까칠부 2012. 6. 24. 09:12

참 재미있다.

 

더 더할 말이 없다. 재미있다. 어째서 전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던 것일까?

 

300초 미션곡 경연에 이은 또 한 번의 300초 자유곡 경연, 1라운드의 생존자들이 다시 2라운드에서 16강 진출을 건 진검승부를 펼친다. 승자는 올라가고 패자는 떨어진다. 승자는 살아남을 것이며 패자는 조용히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1라운드의 성적과 비교되고 합산되며 다양한 드라마를 만든다. 탈락위기까지 몰렸던 피아가 당당히 1위에 올라 명예회복에 성공하고 있었다. 그들은 피아였다.

 

그래서 아쉬운 것이다. 셋은 너무 길었다. 트리플토너먼트는 너무 길었다. 짧게 갔어야 했다. 짧게 가되 마지막 경연에서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고작 1차예선인데 일일이 출연팀들을 모두 보여주느라 정작 2차예선 2라운드에서는 각각의 팀들을 보여줄 시간조차 충분치 않다. 기왕에 300초경연을 2라운드로 나누어 진행할 생각이었다면 보여주는 것은 뒤로 미루고 앞에서는 참가팀들을 소개하며 빠르게 전개했어야 했다. 점차 참가팀과 그들의 음악에 대해 알아가며 서사가 더해지고 무대 또한 길어지고 알차진다. 비로소 참가팀들이 대중과 교감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렇게나 재미있는데. <TOP밴드> 자체가 재미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최소한 시즌1에서는 시즌2에서보다 시청률도 잘 나왔었다. 비록 시청률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는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러나 호응도와 화제성 면에서 시즌2가 만들어지고 상당한 광고가 따라불을 정도는 되어주고 있었다. 결국은 단지 좋은 소재와 주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제작진의 미숙함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참가팀들의 문제가 아닌 그것을 대중과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할 제작진의 서툶이 프로그램과 대중을 유리시키고 말았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너무할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벼르고 나왔다. 칼을 벼리고 나왔다. 베일 정도로 예리한 칼로 무대를, 심사위원을, 시청자를 베어넘기고 있었다. 어째서 그들이 네임드인가를. 어째서 그들이 한국의 밴드음악을 대표하고 있는가를. 배수진을 치고 죽을 기세로 달려든 그들에게 지금까지의 서운했던 평가란 지나가는 소나기에 불과했다. 역시 밴드는 자기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 자기 음악을 연주할 때 밴드는 가장 빛이 난다. 다만 역시 말했던 대로 제대로 무대를 보이지조차 못하고 사라져버린 많은 밴드들이 무척 서운하지 않은가. 특히 그 가운데는 정밴드 등 필자가 관심을 보이던 밴드도 적지 않았다.

 

구성의 문제였다. 포맷 자체도 문제가 없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대중에 보여주느냐 하는 문제였다. 반등하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이 무척 안타깝다. 처음에 너무 실망이 컸고, 사람들에게 재미없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말았다. 한 번 생긴 선입견을 바꾸기란 어지간한 파천황적인 상황이 나타나지 않고서는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오디션 프로그램 그운데 후반으로 시청률이 반등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다. 첫단추를 잘못 꿰어 그렇게 된 듯 보여 무척 안타까웠다.

 

"300초 경연에 맞추느라..."

 

해리빅버튼의 변명 아닌 변명에 어쩐지 웃음이 지어졌다. 원초적인 사운드였다. 거칠고 강렬하지만 그러나 그것을 억누르는 힘이 있었다. 한때 그런 것이 음악이라 생각했었다. 그런 것들만을 음악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다. 지난 시즌1에서 게이트플라워즈에 열광했던 이유였다. 그런데 변명조차도 비슷하다. 곡이 너무 길면 라디오에서 틀어주지 않는다. 방송에 출연하더라도 방송에 맞게 곡을 줄여서 불러야 한다. 300초가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해리빅버튼의 에너지를 담아내기에는 너무 짧다.

 

피아에 대해서는 판단을 뒤로 미룬다. 몽니 역시 찬가지다. 피터팬컴플렉스, 와이낫, 데이브레이크, 로맨틱펀치, 모두 예외가 아니다. 고래야도 감히 무어라 말을 더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감히 필자의 그릇으로 담아낼 수준을 넘어섰다. 그저 할 수 있는 말이란 '좋다'는 한 마디. 그것이 네임드인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그들의 음악적 성과와 역량에 대한 누적된 평가인 것이다. 단지 선호도에 있어 더 좋고 덜 좋은 음악이 있을 수는 있지만 감히 평가한다는 자체가 필자에게는 주제넘는다. 그것은 그들의 음악 자체에 대한 비평이 되어야 할 터였다.

 

4번출구의 음악은 차라리 감동이었다. 물론 기술적으로 본다면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중적으로도 과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종류의 그런 음악인가. 하지만 그 이전에 4번출구의 음악이었다. 앞이 안보인다고 하는 불편함에도 음악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았듯이,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한계 속에 행복을 찾고 즐거움을 찾는다. 고작 앞이 안 보이는 것 뿐이지 않은가. 그 낙천과 긍정에서 순수를 읽는다. 순수할 수 있는 강한 의지를 본다. 어쩌면 사람이란 이렇게나 아름다운가? 음악이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 아름다워서일 것이다.

 

블랙독은 많이 실망이었다. 모티브란 그런 뜻이 아니다. 최소한 전혀 다른 색깔의 음악을 연주하면서도 모티브로 삼는 누군가의 느낌이 묻어나야 그것을 모티브라 부르는 것이다. 비틀스의 음악이 레드제플린이 된다. 소녀시대의 음악에 레드제플린의 음악이 덧씌워진다. 동요를 연주하는데 레드제플린의 느낌이 난다. 그렇지 않고 단지 레드제플린의 음악을 레드제플린과 같이 연주하려 한다면 그것은 단지 오래전 유행했던 흔한 커버밴드에 불과할 뿐이다. 그 차이를 보르는 것일까?

 

참가밴드들도 도와주고 있었다. 물론 그만큼 절박하기도 할 것이다. 네임드는 네임드이기에. 무명의 밴드는 또 무명의 밴드라서. 흔치 않은 기회일 것이다. 그만큼 더 간절한 무대이기도 할 것이다. 비록 밤늦은 시간이지만 공중파에서 밴드들이 경연을 펼친다. 온전히 자신의 무대를 대중들에 들려줄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그래서 더 초조해지고, 그래서 더 절박해지고, 환호와 탄식에 진심이 묻어난다. 어느새 보고 있던 시청자마저 그에 동화되고 만다. 역시 <TOP밴드>의 주인공은 참가밴드 자신이었다.

 

오랜만에 밴드들의 음악을 찾아들었다. 덕분에 긴 밤을 꼴딱 새우고 말았다. 좋은 음악들이다. 한동안 잊었던 음악들이다. 제작진이 무심히 지나친 밴드들도 애써 찾아들었다. 프로그램도 재미있고 음악도 좋다. 사치스럽다. 참으로 사치스런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제작진의 분발을 촉구하는 이유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더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

 

다시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여름밤의 열기를 다시 잊어가기 시작했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열기가 더 뜨겁다. 밴드음악은 뜨거운 음익이다. 뜨거워 차라리 서늘한 음악이다. 여름이 시원해진다. 여름이 깊어지고 있다. 비로소 기대하기 시작한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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