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드라마다. 모든 것이 직구다. 보이는 모든 것이 직선이다. 돌아가거나 숨어가는 법이 없다. 그래서 간결하다. 그리고 그래서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커진다.
원래는 길다란(이민정 분)과 서윤재(공유 분)가 된 강경준(신원호 분) 사이의 혼란과 갈등만으로도 충분히 한 편의 드라마를 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윤재가 된 강경준 자신도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없고, 서윤재의 모습과 강경준의 내면 사이에서도 길다란 또한 이렇다 할 갈등이 없었다. 강경준일 뿐이라 선언했고, 이제는 바로 강경준에게 설레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인가?
그래서 강경준의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이다. 필경 강경준과 서윤재 두 사람의 영혼이 바뀌게 된 이유와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서윤재의 아버지 서인욱과 어머니 안혜정(김서라 분)과도 관계되어 있다. 서윤재 자신도 강경준의 존재를 오래전부터 찾아왔었다. 어쩌면 서윤재가 길다란과의 결혼을 앞두고 고민하던 것이 바로 그와 관련해서가 아니었을까? 강경준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며 길다란 역시 강경준과 함께 본격적으로 그같은 사연들과 얽히게 된다. 이세영(장희진 분)이 누구보다 먼저 강경준의 존재를 눈치채게 되었으니 드라마는 더욱 점입가경의 혼란으로 빠져들게 되리라.
서윤재가 된 강경준이 미국으로 떠나기까지 드라마는 사고 이전의 서윤재에 대해 쫓고 있었다. 길다란과의 결혼을 앞두고 보인 서윤재의 의문스런 모습에 대해 어떤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미국에서 강경준이 돌아오고 나서는 본격적인 정체성의 혼란과 더불어 길다란과 강경준의 결혼으로 상황을 몰아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로맨스물에서 결혼이란 사랑의 시작이거나 혹은 끝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이하게도 드라마에서 결혼은 단지 중간과정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서윤재와 강경준 사이의 혼란과 갈등을 정리하는 계기로서 배치한 듯한 인상이다. 그렇게 일단락짓고 겉과 속이 다른 어린 애인과 바보같을 정도로 직구인 길다란이 그 모든 과정들을 함께 헤쳐나간다. 사랑은 무르익을까? 아니면 허무함으로 끝나게 될까?
아무튼 상징적일 것이다. 상자에 고이 넣어두었던 서윤재의 사진을 꺼낸다. 서윤재로부터 받은 휴대용카세트도 꺼내 놓는다. 고장난 그것을 고치는 것은 다름아닌 서윤재의 모습을 한 강경준이다. 일단 서윤재와의 관계는 과거의 추억이다. 과거의 추억을 다시 끄집어내려 한다. 끄집어 낼 뿐만 아니라 오래댄 휴대용카세트를 고쳐서 다시 작동하도록 한다. 길다란이 강경준을 기다린다. 문제라면 과연 원래의 강경준의 모습을 한 그 강경준이겠는가. 착각하는 것일수도 있다. 그래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은 원래의 서윤재다.
확자한 헤프닝이 재미있다. 매순간 놓치지 않고 웃음을 준다. 그러면서도 강경준의 출생의 비밀과 관련해 긴장이 고조된다. 헤실헤실 풀리기 시작하는 것은 길다란과 강경준을 보면서다. 강경준은 어리고, 길다란은 어수룩하다. 묘한 재미가 있다. 산만한 듯 어수선한데 마치 여백처럼 길다란과 강경준이 그것을 모두 흡수한다. 역시 배우 이민정과 공유가 갖는 매력의 힘일 것이다. 텅 비어 있는 듯 그 부분만 무척 여유롭다. 그래서 더 긴장되고, 그래서 더 웃을 수 있다.
또 하나의 파트가 끝났다. 물론 끝은 아니다. 서윤재가 다시 돌아오고 나서 시작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그 과정에서 풀어가야 할 숙제가 있다. 그러나 이미 함께 된 연인들의 도저히 풀 수 없는 숙제도 있다. 감추어진 진실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놓고 보았을 때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주단위로 방영되는 미니시리즈다. 판단도 주단위로 이루어진다. 잘 만들었다기보다 독특한 매력이 있다. 재미있다.
비밀을 기대해 본다. 분명 비밀을 알게 된 이세영의 개입이 있을 것이다. 헤프닝을 넘어 사건을 만들어간다.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드라마는 고조되는 맛이다. 지켜본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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