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적이 있다. 누군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 의심하여 감시하며 쫓고 있다. 바로 손에 닿는 곳까지 쫓아와 있다. 누구인가? 그러나 과연 그가 쫓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하나하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 내가 범인일까? 그러나 나는 범인이 아니다. 다행히 박기영(최다니엘 분)은 김우현(소지섭 분)이 아니었다. 분리를 시도한다.
"나는 박기영이에요!"
권혁주(곽도원 분)와 박기영이 손잡을 수 있는 이유였다. 자신이 쫓는 대상과 분리한다. 김우현은 자신이 아니다. 자신 또한 김우현이 아니다. 자신이 김우현을 쫓고 있다.
만일 김우현과 박기영 사이에서 여전히 방황하고 있을 뿐이라면 권혁주는 김우현과 더불어 박기영까지 쫓게 된다. 그러나 박기영이 스스로 김우현과 자신을 분리했다.
김우현은 이미 죽었다. 권혁주가 쫓던 김우현은 이미 죽고 세상에 없다. 지금 권혁주의 앞에 있는 것은 김우현이 아닌 박기영이다. 그리고 담판을 짓는다. 김우현인가? 박기영인가?
박기영은 타인이다. 이방인이다. 그러나 김우현은 권혁주의 동료다. 김우현을 의심해서 한영수(권해효 분) 형사와 남상원 모두 네가 죽였느냐고 묻던 권혁주가, 그러나 박기영이 정작 김우현이 남상원이 죽던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자 그것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김우현은 그럴 사람 아니야!"
당연한 반응이다. 의심하지만 믿는다. 믿지만 의심한다. 권혁주가 김우현을 쫓던 이유이며, 박기영이 김우현을 쫓던 이유다. 믿기에 사실을 밝히고 싶고, 의심하기에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그 모순이 공존하는 공간이 바로 '나', 그리고 '우리'다.
박기영과 김우현이 서로 얼굴을 바꾼 이유다. 박기영은 김우현이다. 그러면서도 김우현이 아니다. 김우현의 이름과 겉모습 안에 박기영이 존재한다. 과연 그를 김우현이라 불러야 할까? 박기영이라 불러야 할까? 최소한 지금 사람들이 부르는 김우현이란 박기영 자신일 것이다. 그는 박기영이면서도 김우현이다. 김우현이 아니면서도 김우현이다.
권혁주가 김우현을 쫓는다. 그런데 권혁주의 눈이 박기영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 변명할 수 없다. 그러자면 김우현이 아닌 박기영이 되어야 한다. 물론 그렇게 했다. 대신 담판을 지었다. 박기영 자신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끝가지 김우현을 쫓을 것인가? 그러나 그 전까지 박기영 자신도 김우현을 쫓고 있었음에도 역시 권혁주에게 쫓기는 처지가 되어야 했었다. 권혁주에게 쫓기던 박기영이 자신이 아닌 김우현의 일로 그의 죄를 뒤집어쓰고 그의 죄를 쫓아야 했었다. 쫓고 있는 동안에는 박기영이었지만 쫓기는 순간에는 김우현이었다. 자신이 김우현을 쫓듯 김우현이 된 자신을 쫓고 있다.
어느날 문득 거울을 본다. 낯선 자신이 있다. 자기의 얼굴인데도 무척 낯설다. 누구인가? 자신이 자신을 쫓는다. 자신을 모르는 자신이 또다른 자신을 쫓는다. 자신은 또다른 알지 못하는 자신을 쫓는다. 그것이 박기영이고 또한 김우현이었다. 그리고 다시 권혁주이고 알지 못하는 경찰내 배신자였다. 박기영이며 김우현인 자신이 '나'라면 권혁주와 미지의 배신자는 '우리'일 터다.
그래서 스릴러로서는 특이하게도 일찍부터 살인사건의 범인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죽였는가까지 상세하게 다 밝혀져 있다. 범인도 알고, 그 범행방법도 알고, 동기까지 이제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스릴러란 미지다. 미지가 가져오는 혼란과 불안이야 말로 스릴러에서 느끼는 긴장과 공포의 정체인 것이다. 그런데 감추어진 것 없이 이제 모든 사실들이 시청자의 앞에 파헤쳐져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스릴러로써 무엇을 쫓고 무엇을 밝히겠다는 것인가?
결국 김우현인 것이다. 박기영이 김우현을 쫓는다. 의심하면서. 그리고 믿으면서. 권혁주도 김우현을 쫓는다. 의심하면서. 그리고 믿으면서. 이제 김우현도 누군가를 쫓아야 한다. 박기영이 김우현이 된다. 권혁주가 그것을 받아들인다. 김우현이 아니라 김우현으 쫓고 있는 박기영이다. 권혁주 역시 김우현을 쫓고 있다. 그 너머에 조현민(엄기준 분)이 보인다. 그는 의심의 대상이다. 타인이다. 그 사이에 한 사람이 더 필요하다. 의혹과 믿음이 공존하는 스릴러의 미지로써. 배신자의 존재다.
다행히 한영수는 배신자가 아니었다. 절묘한 트릭에 넘어갔다.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도록 교묘하게 유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배신자의 정체는 더욱 선명하게 도드라진다. 하필 한영수의 전화를 받던 그 순간 한 자리에 모여 있던 네 사람 모두 동료로써 깊이 신뢰하고 있던 사이였다. 전혀 의심하지 않았기에 너무나 쉽게 사실을 털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한영수를 죽였다. 신뢰가 배신으로 돌아온다. 의심하기에는 동료이며 믿기에는 배신자다.
무의식일 것이다. 사춘기 시절 흔히 꾸는 무언가에 쫓기는 꿈일 것이다. 미지의 대상이 자신을 쫓는다. 쫓기는 저 앞에는 막다른 낭떠러지가 있다. 그것은 성장기에 보다 예민하게 느끼는 외부의 불안일 것이다. 그러면서 또한 자신의 불안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서게 될 세상이란 어떤 세상인가? 나는 박기영인가? 아니면 김우현인가? 내가 쫓고 있는 것은, 그리고 나를 쫓고 있는 그것은 무엇인가? 다만 박기영과 김우현이 분리됨으로써 나를 쫓고 있던 권혁주는 박기영과 하나가 된다. 이제 박기영이 김우현을 쫓듯 권혁주와 함께 쫓아야 할 대상이 있다. 그 앞에 조현민이 있다. 조현민의 너머에 세강그룹의 총수 조경신(명계남 분) 회장이 있다. 그의 죄악이 있다.
다른 이름을 대신해도 좋다. 굳이 박기영과 김우현이 별개의 인물일 필요도 없다. 권혁주와 미지의 배신자,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대신해도 좋다. 페이스오프의 이유다. 때에 따라서는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인격이나 기억만 바뀌게 되는 경우도 있다. 타자로서의 자신이 자신의 몸에 들어온다. 그런 자신을 누군가는 쫓고, 자신 역시 누군가를 쫓게 된다.
더욱 드라마에 긴장하며 몰입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자기가 자기가 아니게 되고, 그런 자기를 누군가는 쫓고, 그런 자기가 누군가를 쫓으려 하고, 바로 그런 과정이 아니겠는가.
물론 드라마의 핵심은 사이버수사팀이 과연 어떻게 조현민의 음모를 파헤쳐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잡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무엇을 전하고 싶은 것인가. 진정 재미있는 것은 무엇인가. 스릴러로서의 공포와 긴장이란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해지는가.
우화일 것이다. 멧돼지가 바로 등뒤에서 거칠게 달려온다. 그러나 앞에 있는 것은 깎아지른 벼랑이다. 쫓기는 자신에 쫓긴다. 쫓기는 자신을 쫓는다. 권혁주와 박기영이 한 편에 섰다. 세상에 없는 김우현을 쫓아 조현민을 추적해 나서게 된다. 그 사이에 도사린 누군가를 찾아 나서게 된다.
조현민의 죄는 별개다. 그가 악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그 이유들, 그리고 악인으로써 그가 저지른 죄와 방법들에 대해서도. 그 끝에 박기영은, 그리고 김우현과 권혁주, 유강미(이연희 분)는 조현민을 만나게 된다. 아직 그들이 맞서싸우는 것은 조현민이 아니다. 자신이다. 김우현이 된 박기영 자신과 권혁주와 김우현, 유강미의 경찰 자신이다. 그것은 이제까지의 투쟁과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써 마침내 동굴의 끝에서 마주치게 될 마왕이었을 것이다. 대마왕도 있다.
깜빡 속았다. 진짜 한영수가 조현민과 내통한 배신자라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함정이었다. 하지만 배신자는 있었다. 과연 한 사람 뿐일까? 비로소 그 배신자로 인해 조현민과 사이버수사대는 직접 마주하고 겨루게 된다. 이번은 조현민의 승리다.
재미있다. 무엇보다 권혁주에게 쫓기며 다시 김우현을 쫓는 박기영의 입장이 되어 보니 그 맛이 무척 짜릿하다. 김우현을 쫓는 너머로 미지의 그림자가 있다. 섬뜩한 악이 그곳에 도사리고 있다. 경찰서 내부에서 증거를 탈취당하고 증인마저 죽임을 당하고 만다. 이제 곧 맞서게 되리라.
엄기준의 연기가 대단하다. 너무나 선량했다. 그래서 악이 되어서도 순수하다. 앞도 뒤도 주위도 전혀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 목적은 집요하고 행동은 치밀하다. 양심의 가책따위 느끼지 않는다. 그만큼 그의 복수는 절박한 의지로 이루어져 있다. 어떻게 자기의 지시로 죽은 사람의 장례식장을 찾아가 신세를 졌다 말할 수 있겠는가. 경찰서까지 찾아가 경찰과 대치하며 증거의 회수와 증인의 말살을 지시하는 모습이 섬뜩하기도 하다. 그야말로 순수한 악 그 자체라 할 것이다. 신효정을 죽일 때도 그는 무척 태연했었다. 깊은 슬픔이 악취마저 시리게 섬뜩하다.
아무튼 이번에는 졌다. 증거도 빼았겼다. 증인도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배신자의 단서를 잡았다. 다음에는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지 않으리라. 다음주를 위한 여지를 남겼다. 기대한다. 흥분된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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