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과 전쟁2 - 남편의 두살림과 아내의 불륜, 흔치않은 막장을 달리다.

까칠부 2012. 7. 7. 09:05

참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설득력도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설렘을 기대며 산다. 설레고싶어한다. 더 이상 부부사이에 설렘이 없다. 설렘을 찾아 떠돌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그러려 했던 것이 아니라 어느새 찾아온 설렘에 무방비로 흔들리고 만다.

 

그러나 겨우 찾아온 새로운 사랑으로만 여기고 있던 그것이 사실은 누군가의 음모였다고 한다. 남편이 자기의 새로운 사랑을 알아차렸다. 당연히 부딪혔다. 그리고 깨져나갔다. 하지만 남편의 관용과 용서가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있었다. 다시 시작하자.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과는 다르게 새로운 다짐과 각오로. 새로운 마음으로. 그런데 정작 바로 그 남편에게 이미 오래전부터 자식까지 낳고 살아온 다른 여자가 있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그 여자의 음모라고.

 

하기는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 상식밖의 일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곤 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언론사 가십란만 뒤져보아도 이보다 더한 사건들도 얼마든지 많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너무 막장스럽지 않은가? 처가의 재산을 노리고 사귀던 여자마저 저버린 채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고서도 사귀던 여자와 아이까지 낳고 다른 살림을 차리고, 그 여자가 아내와의 이혼을 노리고 음모를 꾸민다. 아내에게 그 사실을 들켜 모든 것이 파국에 이르렀을 때 아내는 누구의 아이인지 모를 아이를 임신한 채 그에게 아버지기 될 것을 강요한다. 분명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닐 것이다. 원래 <사랑과 전쟁>이란 어딘가 분명 있을 법한 일들을 드라마로 재구성하여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던 프로그램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제는 드라마에서조차 보기 힘들어진 극단적인 상황들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극단에서 분노하고, 그래서 극단에서 비난을 퍼붓고, 이번주도 마찬가지다. 배우자 가운데 어느 한 쪽의 불륜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옛사랑을 못잊어서. 혹은 그녀가 낳은 아이에 대한 미련 때문에. 이미 화석이 되어 말라 부서져가는 결혼생활에 자기를 위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이유가 있다면 결과가 있고, 원인이 있다면 해법이 있다. 어지간히 상식의 범위 안에 있어야지 이런 식으로 극단적인 상황을 전제한 뒤 법적인 문제나 윤리적인 문제를 조언하듯 들려준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저 막장의 극단을 다룬 드라마의 한 부분으로나 여겨질 뿐이다.

 

워낙에 모든 것이 자극적인 때문일까? 드라마도, 예능도, 현실도, 모두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보니 어느새 마비되어 버렸다. 느끼기 위해서는 더 큰 자극이 필요한 악순환에 들어가 버렸다. <사랑과 전쟁2>도 그같은 함정에 빠져들어 버렸다. 사람들이 보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이 볼 만한 드라마를 만든다. 논란이야 있더라도 아예 무관심해서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것조다는 낫다.

 

덕분에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단편드라마가 바로 <사랑과 전쟁2>다. 적당히 막장스런 극단의 설정과 전개, 그리고 무언가 있어 보이는 주제의식까지. 막장스런 내용조차 전문가가 등장해 상담을 하는 부분에서 매우 진지한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한다. 고민한다. 실제의 상황인가? 실제의 상황인 것처럼 여기며 동의가 일어난다. 역시 드라마는 재미있다.

 

결론이 흥미롭다. 여자는 끝내 남자의 이중성과 현실의 모멸감을 이기지 못하고 아이와 함께 떠난다. 남자의 약점을 잡은 아내는 남편에게 불륜으로 임신했을지도 모르는 아이의 아빠가 되기를 강요한다. 그러고 보면 불륜으로 임신했거나, 아니면 남편의 성폭행으로 임신한 아이였을 것이다. 아이의 신세도 기구하다. 아내의 불륜에 대해서까지 관대하던 남편이 아내의 임신에 돌연 이혼을 요구한다. 누가 아버지이든 어머니는 분명하다. 당신은 내 아이의 아버지로 선택되었다. 참 멋진 대사인데 상황이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 많이 어색하다. 아내의 부정은 용서해도 자기 아이가 아닌 아이에게 아버지라 불릴 수는 없다. 상당히 특이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캐릭터다.

 

조금은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을 것이다. 굳이 경우도 희박한 드라마적인 상황을 추구하기보다. 그러나 시청률만 놓고 본다면 지금이 최고다. 가장 재미있다. 가장 자극적인 맛이 있다.

 

주제가 살짝 비껴갔다. 어째서 불륜을 저지르는가? 가정이 있는데 어째서 또다른 애인을 두려하는가? 두 여자의 남자를 둘러싼 치정싸움만 훑고 지나갔다. 이제는 남자와 치정싸움을 하고 있다. 역시 <사랑과 전쟁2>의 변신이 아까운 이유일 것이다. 드라마는 역시 욕하며 보는 맛이다. 아깝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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