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의 - 미숙한 어수선함, 엉성하고 산만하다.

까칠부 2012. 8. 15. 09:39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너무 튄다. 너무 감정들이 극단을 오간다. 낯선 사람에게 납치당하듯 낯선 곳으로 끌려와 낯선 사람들 속에 수술까지 해야 했던 사람치고 유은수(김희선 분)는 너무 활기차다. 겁먹거나 주눅드는 일 없이 너무나도 적극적이다. 자포자기였을까?

 

고려무사의 자존심을 입에 달고 있지만 최영(이민호 분)의 행동 또한 지나치게 돌발적이고 충동적이다.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유은수를 왕명을 쫓아 돌려세우고, 다시 유은수가 겨눈 칼에 자신을 내던지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도 고뇌도 읽히지 않는다. 하기는 원래 최영은 단지 유은수의 솜씨를 보기 위해 멀쩡한 사람의 목에 칼질을 하던 캐릭터였을 것이다.

 

과연 신의에 대한 전설이 고려사회에서 그렇게까지 일반적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는 사실이었을까? 아니 설사 신의에 대한 전설이 고려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믿어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유은수가 신의라는 사실을 누가 증명해 주겠는가? 야심에 비해 공민왕(류덕환 분)의 판단 역시 너무 성급하다. 공민왕의 노국공주(박세영 분)에 대한 감정 역시 앞뒤를 모두 잘라내어 뜬금없기만 하다. 무언가 심각하기는 한데 전혀 와닿는 것이 없다.

 

불친절하거나. 아니면 생각이 없거나. 정작 다른 세계에서 온 유은수 만큼이나 그들 역시 자신의 세계에서 동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상이 없어서다. 일상의 모습이 없다. 평면 뿐이다. 캐리거쳐조차 아닌 실루엣만이 보인다. 하기는 세트를 벗어나지 못하는 행동범위마저 그들의 존재를 제한하고 만다. 여러가지로 많이 어렵다. 과연 24부를 끝낼 수 있겠는가?

 

역시 가장 아쉬운 것은 싸움장면의 연출일 것이다. 무협의 기본은 지킨다. 원래 무협에서 이야기가 막히면 주인공은 항상 객점부터 들른다. 어디론가 떠나고 자리를 비운 사이 단서를 얻고, 단서를 얻는 그 순간 사건은 벌어지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 나타나는 것은 주인공의 특권이다. 하지만 싸움장면의 연출 자체가 느슨하게 풀어져 있으니. 80년대 무협드라마도 이런 식으로는 연출하지 않았다. 고작 사람을 죽이려는 자객이 칼을 꺼내들고서는 다시 동작을 크게 가져갈 것이 무엇인가? 기왕에 내공까지 등장하는데 너무 허술하다.

 

아무튼 정신이 다 없었다. 일관된 스토리도, 정리된 설정도, 그렇다고 캐릭터의 존재감마저 아직은 희박하다. 이민호와 김희선 두 배우의 책임이 크다. 주인공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주인공들이 중심을 잡아주어야 나머지도 자연스럽게 자기 자리를 잡게 된다. 하필 주인공을 대신할만한 무게있는 중견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중심없이 정신없게 내달리기만 할 것인가?

 

허구일수록 그 이면에는 꽉 짜여진 치밀함이 필요하다. 그 치밀함 속에 뻔한 거짓말마저 어느새 잊고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다. 아직가지는 뻔한 거짓말 뿐이다. 그 거짓말을 꾸미려는 시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지 나아지려는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하긴 사실 처음부터 그다지 크게 기대를 걸고 있던 드라마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하다.

 

조금 더 드라마의 중심을 확실하게 가다듬기 바란다. 단지 지금처럼 보여주기식으로 나열하듯 흩어놓기만 해서는 더 이상 시청자를 설득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소재의 특이함과 배우의 매력에 힘입어 시청률은 그럭저럭 나오고 있다. 기회는 있다. 아쉽다. 많이 아깝다.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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