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프로젝트가 갖는 한계일 것이다. 시청자는 드라마를 원한다. 드라마란 기승전결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도입이 있으면 결론이 있다. 드라마도 그래서 수십회 방영분 가운데 주단위로 단락을 나눈다. 그런데 리얼버라이어티에는 그것이 없다. 리얼리티인 때문이다.
무언가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그나마 나을 것이다. 처음에는 서툴렀는데 어느 순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성장 그 자체가 드라마가 된다. '남격합창단'이 장기미션이었음에도 오히려 <남자의 자격>을 보지 않던 시청자들로부터까지 크게 호평을 들은 이유가 그것이었다. 갈등과 긴장, 좌절, 그리고 성장과 성취, 최고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철인 3종경기는 경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감독부터가 송일국이다. 아무리 철인 3종경기에 대해 아마추어로서 조예가 깊다고 해도 아마추어는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일 뿐이다. 프로의 권위가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멤버들을 확실하게 휘어잡지 못하고 있다. 멤버들을 이끌고 가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멤버들에게 휘둘리는 모습마저 보여준다. 그런데다 너무 난이도 높은 종목이다 보니 충분히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지지부진하다. 자신들은 열심인데 시청자가 보기에는 한결같이 지루하기만 하다.
그래서 무리하게 콩트를 한다. 확실히 이런 상황에서는 김준호와 김준현이 어울린다. 자연스럽게 연습하는 과정에서 상황을 만들고 장면을 만들기에는 여유가 부족하다. 그래서 연습하는 가운데 김준호와 김준현이 콩트를 해준다. 한 바탕 왁자하게 웃고 말기는 하지만 그러나 과연 웃음과 미션이 갖는 상관관계란 무엇인가? 그동안 미션을 통해 공감의 웃음을 주던 <남자의 자격>의 진정성도 크게 훼손되고 만다. 웃음 따로 미션 따로다.
솔직히 지겹다. 지루하다. '가족합창단'의 경우는 더 이상 볼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최선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성취감이란 결국 참가한 당사자들의 몫일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시청자에게 전달하는가도 하나의 기술이다. 멤버들은 여전히 몸을 던져가며 열심인데 그 열정이 재미로까지 TV를 통해 전해지지 않는다.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남자의 자격>이 갖던 원래의 강점은 무엇이었고, 그리고 지금 <남자의 자격>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째서 필자는 처음 <남자의 자격>을 보기 시작했고 이렇게까지 매료되어 있었을까?
김태호PD의 판단은 옳았다. 리얼버라이어티에게 있어 장기미션이란 양날의 검이다. 단기미션으로는 불가능한 다양한 깊이있는 시도들이 장기미션을 통해 가능해진다. 하지만 시청자는 그 긴 시간을 인내하며 보아야 하는 시험에 들게 된다. 확실한 고정팬 없이는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것이 장기미션이다. 그러나 고정팬조차도 때로 견디기 쉽지 않은 것이 장기미션이기도 하다. 지친다. 언제까지 저들의 맥락없는 모습만을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차라리 시내버스만으로 부산까지 가는 미션이 훨씬 설득력 있고 재미있었다. 그런 소소하지만 일상에 활력이 될 수 있는 미션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단 한 번이었다. 단 한 번의 재미와 이후의 긴 침묵이다. 철인삼종경기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없고 지루했다. 실제 경기에 참가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조금은 나아지려는가? 그때는 드라마라는 것도 만들어지게 된다. 단지 너무 멀다.
물론 프로그램의 제작은 제작진의 전적인 권한이다. 시청자는 단지 그것을 볼 것인가 말 것인가만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의 <남자의 자격>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 가운데 필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지켜본다. 어려워지고 있다. 아까운 프로그램이다. 아쉽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840
'남자의 자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디어 가족합창단 끝났나? (0) | 2012.12.03 |
---|---|
남자의 자격 - 한 달 만의 무모한 도전, 중도포기가 다행스럽다. (0) | 2012.10.08 |
남자의 자격 - 눈물과 지루함, 감동도 리바이벌은 지겹다. (0) | 2012.09.03 |
남자의 자격 - 못된 형들과 당하는 아우, 주상욱이 새롭다. (0) | 2012.08.27 |
남자의 자격 - 남자들의 철인 3종, 새 멤버들을 주목하다. (0) | 2012.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