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랑사또전 - 사람이 살아서도 귀신이 되는 이유...

까칠부 2012. 8. 31. 10:34

귀신이란 사람의 혼이다. 당연히 사람에게도 혼이 있다. 그러면 사람은 귀신이 되지 못하는가? 아님을 안다. 현실에도 귀신들이 너무 많다. 사람같지 않은 요물들이다. 


사람이 죽으면 백은 하늘로 돌아간다. 혹은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혹이란 찌꺼기다. 집념아고 사념이다. 그래서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신마저 잊은 채 현실을 떠돌게 된다. 그래서 아무리 죽은 조상을 공경해 섬기더라도 떠도는 귀신마저 섬기는 법은 없다. 원래 자리로 돌아가도록 한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욕망이다. 탐욕이다. 혹은 미련이며 집착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자꾸 제자리에 멈춘다. 멈추는 정도가 아닌 아예 뒷걸음질치게 된다. 항상 앞을 보지 못하고 뒤를 보고, 뒤를 부여잡으려 하고, 그 결과 살아있으되 살아있지 않은 요물이 되어 버린다. 원수를 사랑하라. 그 말은 진정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아닌 원수마저 떨쳐버리고 진정 자신을 위한 삶을 살라는 뜻이다. 그것을 사로잡힌다 말한다. 쓰이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을 그리고 한이라 부른다.


과연 은오(이준기 분)의 생모 서씨(강문영 분)의 정체란 무엇일까? 그녀는 도대체 무엇에 집착하고 원망을 품은 채 떠돌고 있는 것일까? 한두해가 아닌 듯하다. 옥황상제(유승호 분)와 염라대왕(박준규 분)의 말에 따르면 벌써 4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의 명부에도 없는 죽음과 사라진 혼들의 원인이 바로 서씨였다면 그녀는 400년을 죽지도 못하고 살아온 귀신인 셈이다. 그것도 사람을 죽여 먹는 귀신이다. 그녀의 원수들도 오래전에 죽어 사라졌을 터인데.


400년이라... 고려말일까? 아니면 조선건국초일까? 서씨라는 성은 단서가 되지 못한다. 어쩌면 퓨전사극답게 시간이란 그렇게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은오의 정체다. 서씨는 은오가 낳았다. 은오는 서씨에게서 태어났다. 은오의 귀신을 보는 능력은 그로부터 비롯되었다. 서씨가 은오를 낳았지만 더불어 주왈(연우진 분)도 길렀다. 최대감(김용건 분)의 지금도 그녀가 만들어주었다. 그녀가 지금 품고 있는 계획이란 과연 무엇인가? 아니면 한마저 잊은 채 목적조차 없이 그저 허깨비가 되어 떠돌고 있는 것일까?


하필 아랑(신민아 분)이 남은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어쩌면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모두가 죽어 혼조차 사라져버렸는데 오로지 아랑만이 기억을 잃은 채 귀신이 되어 떠돌고 있다. 옥황상제와 염라대왕마저 그녀를 주목하고 있다. 죽은 이를 다시 살려보내 그 죽은 원인을 찾아내도록 시킨다. 그녀만이 다른 곳에 묻힌 비밀이 그로부터 밝혀진다. 그녀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죽었는가? 그녀를 죽인 것은 진정 은오의 생모 서씨가 맞는가?


또한 저승사자 무영(한정수 분)이 이승에 남겨둔 미련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간질인다. 죽어서 저승사자가 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그렇다면 그 시간이 지나도록 이승에 남아 있는 미련이란 무엇일까? 옥황상제가 유독 무영을 부른 까닭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역시 아직 충분한 단서가 주어져 있지 않다. 단편적인 사실들만이 나열된 채 결과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 이유도, 동기도, 방법도, 과정도, 그래서 어째서 어떻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가와 그리고 누구에 그런 일들이 벌어졌는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알려주고 있지 않다. 서씨는 누구이며 그리고 서씨로부터 태어난 은오는 누구인가? 최대감과 주왈의 더 깊은 비밀은 무엇일까?


잠시 시들하다가 다시 재미있어진다. 돌쇠(권오중 분)의 캐릭터는 사족에 가깝다. 방울(황보라 분)의 캐릭터는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아전들을 욕할 필요는 없다. 원래 아전들에게는 정해진 급료가 없었다. 알아서 벌어서 쓴다. 기존에 있는 재산으로 먹고 살거나, 아니면 어떻게든 자기 벌이를 만들어 쓰거나. 조선사회는 아전이 부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나저나 귀신으로 시작했던 아랑은 이제 온전히 사람으로 돌아온 것인가? 다만 죽지도 다치지지도 않는 해괴한 사람이다. 은오와의 관계도 갈수록 미묘해진다.


역시 은오의 캐릭터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설정은 여럿 보이는데 어떤 동기도 이유도 찾아보기 힘들다. 절박함이 없다. 간절함이 없다. 치열함 또한 없다. 그렇다고 마냥 풀어져 헤실거리지도 않는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스릴러에 흔히 나오는 무존재한 탐정의 캐릭터가 과연 그일까? 아니면 서씨의 존재가 그를 존재케 하는 것일까?


마침내 은오가 진실에 한 발 더 다가간다. 서씨는 그런 은오를 죽이라 주왈에게 명령한다. 은오가 진짜 서씨의 아들이라면 차마 말할 수 없는 비극이다. 아랑의 역할이 없다. 아쉽다.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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