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란 다름 아닌 하나를 뜻한다.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아니면 열 사람이든 하나의 팀을 이루었을 때 그들은 하나가 된다. 해랑이 아닌 트랜스팩신의 해랑이다. 심지가 아닌 피아의 심지다. 그렇게 이해되어야 한다. 노래하는 인혁이 아닌 로맨틱펀치의 인혁이라고.
"기타와 드럼의 연주력이 가장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전체 팀워크를 봤을 때는 가장 좋은 팀일 수 있다."
기타 따로 드럼 따로가 아니다. 김세황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트랜스픽션과 피아의 드러머 역시 트랜스픽션과 피아라는 팀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연주력을 과시하려 다른 파트를 무시했을 때 그들을 밴드라 부를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부족한 연주력이라도 팀을 위해 최고의 노력을 보여주었을 때 그들은 훌륭한 밴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컬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역사상 이름을 남긴 대단한 훌륭한 밴드들은 대부분 보컬 또한 훌륭했었다. 위대한 밴드들은 인구에 회자되는 위대한 보컬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위대한 이유는 보컬이 위대해서가 아닌 밴드가 위대한 이유다. 그들이 만든 음악이, 그들이 연주해 들려주는 음악들이, 그리고 단지 보컬은 그 가장 앞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창구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컬은 중요하다. 단,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밴드 안에서 얼마나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확실히 피아의 보컬 요한은 밴드가 추구하는 음악의 색깔에 비해 목소리에 힘이 많이 부족한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아마 요한의 목소리만 따로 떼어 놓고 듣는다면 무언가 아쉬운 느낌을 많이 받을 것이다. 그러나 피아는 밴드이고 팀이다. 피아에는 다른 헐랭과 기범과 심지와 혜승이라는 다른 멤버들이 있다. 그 멤버들과 함께 하는 그 순간에도 그의 목소리는 허술하게 들리는가. 그렇다면 피아의 음악 자체가 허술하다는 뜻이다.
곡을 쓸 때도 노래를 부르는 이의 음역이나 목소리 색깔을 염두에 두고 곡을 쓰고 편곡까지 한다. 기타가 할 수 있는 만큼, 베이스가 가능한 영역까지, 드럼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고려해서, 물론 그런 가운데 밴드를 위해 자기를 끌어올리려는 노력 또한 무척 중요하다. 언제까지나 부족하고 아쉬운 그대로 머물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양보하고 맞춰가며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간다. 실제 전설이 되어 버린 밴드 '너바나' 또한 연주력에서 특출난 멤버는 없다시피 했었다. 그러나 누구도 연주력이 부족하다고 그들의 음악을 폄하하지는 않는다. 바로 대중음악이 예술인 이유다. 그들은 단지 그들이 할 수 있는, 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그에 어울리도록 충실히 연주하고 있었다.
밴드 안에서 그들의 노래와 연주가 어떻게 들리는가? 밴드라고 하는 전체를 통해 그들의 노래와 연주는 어떻게 들리고 있는가? 무대에서의 액션 또한 무척 중요하다. 로맨틱펀치의 무대에서의 액션이 노래에 집중할 수 없도록 산만하다 말하지만 그 또한 로맨틱펀치의 음악 가운데 한 부분인 것이다. 그래서 심사위원 송홍섭도 피아의 무대에서 그들의 무대매너에 대해 지적하고 있었다. 무대에서 어떤 액션을 취하고 어떤 플레이를 하는가도 그들이 무대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한 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따로 떼어놓고 평가한다는 것은 김치를 먹으며 배추 따로, 무 따로, 고추가루 따로 분리한 다음 각각의 맛을 평가하는 것과 같다. 어머니는 무가 좀 맵더라도 그에 맞게 김치를 아주 맛깔나게 담그신다.
하기는 바로 그것이 대한민국에서 밴드음악이 인기가 없는 이유일 것이다. 노래란 가사다. 가사는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전달된다. 멜로디란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밴드음악에서 보컬을 제외한 어떤 파트도 멜로디를 그대로 연주하지 않는다. 그 멜로디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연주를 한다. 각기 악기마다 다른 소리를 내기도 한다.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면 베이스 소리를 듣기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컬만 듣는다. 보컬의 노래만 듣는다. 밴드에서 다른 파트는 필요없다.
더구나 그렇다 보니 보컬이 잘하면 기획사에서 보컬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어차피 보컬만 있으면 된다. 밴드와 함께 하고 있을 때도 어차피 대중은 보컬의 노래만을 듣는다. 거추장스러운 밴드따위 제껴둔 채 보컬만을 빼내 그들과 계약을 하고 솔로로써 데뷔시킨다. 그래서 이근형의 경우 신성우와 팀을 만들면서 신성우 개인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 밴드는 돈이 되지 않는다. 특히 보컬이 훌륭한 밴드는 오래가지 못한다. 많은 밴드들이 보컬이 훌륭하다는 이유로 오래 이어지지 못하고 이내 해체의 수순을 밟고 말았다. 수없이 많은 보컬을 교체해가며 지금에 이른 밴드 '부활'을 전설이라 부르는 이유다.
하필 그것을 심사위원의 입을 통해 들을 줄이야. 하기는 그래서 장혜진이었을 것이다. 밴드음악과는 거리가 먼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다. 대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아티스트다. 자신이 아는 대중의 입장에서 오히려 더 잔인할 정도로 냉철하게 밴드의 현실을 진단한다. 하나같이 보컬이 아쉽다. 물론 지금에 와서 굳이 밴드에서 보컬을 빼내서까지 데뷔시킬 기획사는 그다지 없을 것이다. 솔로의 시대마저 저물어가고 있다. 그래도 노래를 잘한다면, 그래서 부와 명예를 얻고자 한다면 밴드를 하기보다는 솔로데뷔를 노려볼 것이다.
밴드에 노래 잘하는 보컬은 필요없다. 언젠가 지인과 술자리를 가지며 무심코 흘려낸 이야기였다. 지인도 동의하고 있었다. 못 들어줄 정도만 아니면 차라리 아예 노래를 썩 잘하지 못하는 보컬이 오래간다. 보컬이 오래가야 밴드도 오래간다. 보컬이 사라지며 밴드까지 사라져버리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던 때문이었다. 그렇다기에는 물론 <TOP밴드2>에 출전중인 밴드들의 보컬 대부분이 넘칠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보인다. 밴드와 함께 할 때 그들은 최고다.
그리고 역시 가장 압권은 세미파이널의 경연이 끝나고 초청밴드로 무대에 오른 '해리빅버튼'이었을 것이다. 이런 점때문에 필자가 <TOP밴드2>를 놓지 못한다. 제작진의 밴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이렇게 굳고 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예선에서 탈락했다. 예선에서 경쟁에서 지고 탈락한 밴드였다. 그러나 경쟁에서 탈락했다고 그들의 음악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연에서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해리빅버튼'이란 <TOP밴드2>의 세미파이널 축하공연을 맡겨도 좋을 정도로 훌륭한 음악을 하는 밴드다.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리고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들의 원초적인 마초의 사운드는 경연으로 들뜬 필자의 심장을 불타게 했다.
음악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는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은 어차피 필자가 심사위원들에 미치지 못한다.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부분 역시 이쯤 되면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김세황을 지지한다. 팬이기에 때문에 99점을 주고, 바로 팬이기 때문에 60점을 준다.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그의 입장을 필자는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이 평가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평가한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필자가 느끼고 있는 감동을 계량하는 행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훌륭했다. 하나같이 훌륭한 밴드였다. 기쁨이 바로 그 증거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벌써 세미파이널이다. 뭔가 조급하고 어수선했다.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 강했다. 계획도 없었다.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상황들에 어찌어찌 임시방편으로 헤쳐온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용서할 수 있다. 아니 용서할 자격조차 되지 않는다. 음악은 아름답고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인과 그들을 사랑하는 제작진은 더 아름답다. 지나고 보니 그저 고마울 뿐. 좋은 음악을 넘치도록 들을 수 있었다. 좋은 음악들을 취하도록 만날 수 있었다.
시즌3가 아쉽다. 약속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대로 놓아버리기 아쉬운 프로그램인 것은 사실이다. 이제껏 없었다. 전혀 아무런 자극적인 이야기도 없이 그저 담백하게 음악과 음악인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잔잔하게 아무일없이 보여주는 밴드들의 이야기에 그저 흐뭇한 미소만을 짓는다. 전설처럼 전해지는 무수한 밴드의 이야기가 있었다.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밴드가 되었고 어떻게 지금의 음악을 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헤어지고 전설이 되어 남았는가. 이 가운데에도 전설이 될 수 있는 밴드들이 충분히 있으련만.
지나고 보니 후회는 없다. 지나고 나니 불만은 없다. 그래도 더 재미있었으면 했다.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래서 시즌3도 확실하게 약속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모두가 같은 바람이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멋진 음악인과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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