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위대한 탄생3 - 새로운 출발에 대한 우려,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

까칠부 2012. 10. 20. 09:46

처음에는 놀랍고 다음에는 당연하다가 나중에는 지겨워지고 만다. 처음에는 감탄이고 감동이다가도 두번째가 되면 시들해졌다가 세번째 반복된다면 그때는 차라리 무관심해지게 된다. 재미란 감동이며 감동은 충격량에 비례한다. <위대한 탄생3>에 대해 갖는 우려다.

 

처음에는 대단했다. 무려 공중파다. 아무래도 여건에서 열악한 케이블TV에서 방영하는 <슈퍼스타K>만 출연자들이 이리 대단한데 보다 조건이 유리한 공중파에서라면 얼마나 더 대단할까? 공중파이기에 가능한 강력하고 다양한 지원에 대한 기대가 제목 그대로 스타탄생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었다. 하필 우승자가 연변 밤무대에서 노래하던 왜소하고 가난한 조선족 청년 백청강이라는 점이 드라마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준우승자 역시 가수로서 그다지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외모를 지닌 이태권이었다. 만일 이들이 진정 스타가 될 수 있다면.

 

시즌2 역시 마찬가지다. 구자명이 우승했다. 배수정이 준우승했다. 청소년국가대표출신의 유망한 축구선수였다는 이력이 화제가 되었다. 영국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세계유수의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던 재원으로 노래에서까지 탁월한 솜씨를 뽐내며 엄친딸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기대가 컸다. 하지만 지나치게 반복되어 노출되며 어느새 식상해지고 있었다. 더구나 프로그램이 끝나고 두 사람을 볼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없다. 그들은 과연 스타가 된 것일까?

 

어차피 참가자의 노래실력을 평가하여 우승자를 가려뽑는 것은 <전국노래자랑>에서도 하는 것이다. 수십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프로에 못지 않은 - 아니 프로를 넘어서는 실력자도 적지 않았었다.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데뷔하고 스타가 된 경우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위대한 탄생>과 <전국노래자랑>의 차이는 무엇인가? 억대의 상금과 음반제작지원이 보장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그리 시청자에게까지 깊숙이 피부에 와닿는 것은 아니다. 참가자가 받는 것이지 시청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구자명은 우승상금을 상당기간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시청자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 <슈퍼스타K>가 어찌되었거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시즌2에서 허각과 장재인이 나왔다. 시즌1의 우승자 서인국 역시 뒤늦게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슈퍼스타K출신 스타대열에 합류하고 있었다. 버스커버스커는 음반으로 대박을 냈고, 울랄라세션 역시 여기저기 모습을 비추머 순항하는 중이다. 그런데 <위대한 탄생>은 어떠한가? <위대한 탄생> 출신 가운데 주목할만한 참가자라 한다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던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조연으로 출연했던 손진영 정도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음원을 냈어도 화제를 모으지 못했고, 그 밖에 이렇다 할 활동 없이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그들이 그 오랜 시간을 그토록 자신을 소모해가며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유가 애매해진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하려 <위대한 탄생>에 출연했던 것일까?

 

기대가 사라진다. 기대란 스타탄생의 순간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고 하는 설레임이다. 인생역전의 극적인 순간을 생방송으로 직접 TV를 통해 지켜볼 수 있다. 아니 그가 스타가 되는데 직접 작으나마 자신의 한 표를 통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데 그가 스타가 되지 못한다면 <위대한 탄생>과 <전국노래자랑>의 차이란 무엇인가? 그나마 <전국노래자랑>은 참가자에 대해 구구절절 시시콜콜한 내용에 대해서까지 늘어놓고 있지 않기에 참가자의 소모가 적다. 단지 프로그램에서 우승할 뿐이라면 한 표따위 어떻게 되든 좋다.

 

어느새 시즌3까지 오게 된 <위대한 탄생>이 진정 고민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위대한 탄생3>가 끝나고 바로 <댄싱 위드 더 스타>와 같은 대안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영하기 이전에 먼저 참가자들이 대중앞에서 설 수 있는 계기를 더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슈퍼스타K>가 잘하는 부분이다. 그들은 철저히 참가자를 가공하여 시청자에게 보여줌으로써 참가자와 시청자의 거리를 더욱 좁히는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그 가운데는 안 좋은 방향으로 거리를 좁힌 탓에 참가자 자신이 상처입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스타가 되어야 한다. 백청강이든 이태권이든. 구자명이든 배수정이든. 이번에 누가 우승자가 되든. 우승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그 가능성을 실제로 인정받고 스타의 자리에 오르든. 그래야 진정 명실상부한 '스타오디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대중의 기대도 커진다. 스타탄생의 순간을 보고 싶다고 하는 열망도 커진다.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설렘이다. 지겨움을 잊을 수 있는 것은 저릿하도록 극적인 기대일 것이다. 그것이 없다. <위대한 탄생>에 출연해 앞으로 어떨 결과가 나오든 크게 상관할 것이 없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재능있는 참가자들이 넘친다.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 여기에 <K-POP스타>며 <코리아 갓 탤런트>까지 오디션도 많은데 어디에 숨어있던 것인지 재능과 끼를 갖춘 참가자들이 여전히 끊임없이 오디션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마지막까지 처음의 기대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스타의 문까지 두드릴 수 있을까는. 이들이 스타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아니더라도 그렇게 되도록 프로그램 스스로 꾸밀 수 있어야 한다. 당장 생방송의 무대부터 스타탄생에 어울리는 무대로 만들 수 있어야만 한다.

 

심사위원 김태원부터가 너무 익숙하다. 눈에 익은 얼굴과 귀에 익은 말투와 어법, 이제 그가 다시 드라마를 쓰더라도 사람들은 감동받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무대와 새로운 연출이 필요하다. 새로운 드라마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려가 크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그동안 <위대한 탄생>이 보여줘 온 모습들 때문이다. 한계가 크고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제작진의 역량이다. 지난 시즌2는 지루했다. 시즌3는 어떠할 것인가. 사람은 변덕스러우며 쉽게 지친다. 일단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