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착한 남자 - 서은기의 기억상실, 이제는 강마루의 차례다.

까칠부 2012. 10. 25. 10:16

드라마를 풀어가는 방식이 독특하면서도 탁월하다. 드라마의 주제가 복수도 응징도 아닌 사랑임을 깨닫게 한다. 한재희(박시연 분)는 서은기(문채원 분)의 뇌손상을 문제삼아 금치산으로 만들려 하고, 서은기는 떠오르는 고통스러운 기억속에 강마루(송중기 분)마저 잊어버리고 만다. 이제 모든 열쇠는 서은기의 기억의 중심에 있는 강마루에게 주어진다.

 

한재희의 야망은 이루어질 것인가? 아니면 서은기의 반격이 시작될 것인가? 한재희의 야망이 저지되고 서은기가 금치산자가 되어 한재희의 수중에 떨어지는 것이 모두 강마루에게 달렸다. 그녀를 치료한 의사 석민혁(조성하 분)의 말처럼 그녀의 기억상실이 심리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원인이 되는 강마루에 의해 그녀는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강마루의 진심이 그녀에게 전해지는 순간. 강마루에 대한 그녀의 기억이 행복한 기억으로 뒤바뀌는 순간. 그들의 서로에 대한 마음이 통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이다.

 

결국 사랑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흔한 단어 하나에 모든 해답이 들어있다 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사랑한다. 그러나 최소한 서은기에게 그것은 목적을 잃은 외사랑에 불과하다.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깊을수록 기약없는 사랑이라고 하는 고통과 절망은 이내 공포로 좌절로 바뀌고 만다.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차라리 죽여버리고 싶어질 만큼. 모든 것을 부수고 지워버리고 싶다. 사랑했다는 기억조차 남아 있지 않도록. 그래서 모든 것을 잊으려 했건만 안타깝게도 사랑했다는 기억만은 남기고 말았다. 이번에는 그조차 남기지 않으려 한다.

 

이제 강마루의 차례다. 서은기가 그를 잊었다. 강마루에게 항상 먼저 다가오던 그녀가 이제는 기억을 잃고 강마루의 존재를 인지조차 하지 않는다. 대기업 회장의 상속녀다. 일개 떠돌이 약장수의 아들로 살인전과자가 되어 대학마저 중퇴하고 있었다. 현실의 벽은 크고도 높다. 현실의 골이란 넓고도 깊다. 과연 강마루가 의도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설사 그렇더라도 서은기가 그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그들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누릴 수 있었을까?

 

그런데 그런 서은기가 강마루 자신에 대해서마저 잊어버렸다. 두 사람의 관계도 둘이 서로를 인식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만다. 선택해야 한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서은기를 이전의 자리로 돌려놓거나. 서은기가 움직일 수 없다면 이번에는 강마루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먼저 서은기에게 다가가야 한다.

 

다행히 강마루에게는 서은기를 지켜야 한다는 훌륭한 명분이 주어져 있다. 한재희와 안민영(김태훈 분)으로부터 서은기를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서은기를 금치산자로 만들려는 한재희와 안민영의 계획은 그같은 강마루의 의도를 더욱 정당화시켜준다. 서은기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서은기를 욕망해서가 아니라, 서은기를 지키기 위해 서은기의 곁에 머물러야 한다. 아니었다면 강마루는 지레 도망쳐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서은기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다행스러워하면서 자신의 감정마저 외면하려 했을 것이다. 자학하면서. 이제는 서은기를 위해서라도 뒤로 물러설 수조차 없다.

 

결국은 강마루의 마음이 서은기에게 닿아야 한다. 그녀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강마루의 진심이 그마저 깡그리 잊었을 때 서은게에게 닿지 않으면 안된다. 바로 그 싸움이다. 서은기가 자신을 찾기까지와 서은기가 자신을 잊고 있는 동안의. 강마루가 서은기를 깨우는가, 아니면 영영 깨어나지 못한 채 서은기는 모든 것을 잃고 말 것인가. 시간의 싸움이다. 강마루의 진심과 한재희의 욕망, 그리고 엇갈리는 수많은 감정들이. 중심에 서은기가 있고 서은기의 중심에 강마루가 있다. 사랑이 있다. 한재희는 여전히 강마루를 보려 한다.

 

기억을 잃은 서은기로 인해 한재희는 애써 잊고자 했던 죄의식을 일깨우고 만다. 아이처럼 순수하게 선의로써 자신과 자신의 아들에게 다가서는 서은기는 이미 멈출 수 없는 그녀의 행보에 묵직한 짐을 지우고 만다. 그럼에도 한 번 달리기 시작한 기차는 중간에 멈출 수 없다. 멈추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안민영이 끊임없이 그녀의 주위에서 그녀를 죄로 내몰고 죄의식을 강요한다. 안민영이 한재희를 소유하는 방식이다. 공범이 되어 그녀와 죄의식을 함께 공유한다. 죄를 공유하고 벌을 공유한다. 그의 사랑도 슬프다.

 

서은기의 또 한 번의 기억상실은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한재희를 재촉하고 강마루를 다그친다. 드라마는 다시 한 번 급물살을 타게 된다. 해법 또한 명확하다. 결론은 단순하고 명쾌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흥미진진하기 이를데 없다. 엇갈리고 있지만 서로를 향한 진심이 감동을 예고한다. 착한 남자가 되는 이유다. 강마루는 착한 남자다.

 

스스로 죽을 수 없어 죽고자 했다. 자포자기다. 자기를 내던지는 것이다. 자기를 떨이로 함부로 내굴린다. 깊은 절망을 느낀다. 좌절을 느낀다. 그보다는 공포다. 서은기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자신에 대한 공포다. 서은기가 강마루와 헤어져 서울로 올라가며 느꼈던 감정이다.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강마루에게 달려들던 그 순간의 감정들이다. 그들은 서로 만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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