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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2 - 대중가수 하춘화, 전설이라기에는 여전히 현역인...

까칠부 2012. 11. 11. 10:10

가수에 대해 평가하려 할 때 가장 할 말이 없어지는 이 가운데 하나가 다름아닌 하춘화일 것이다. 무엇이라 말을 붙여야 할까? 궁리하고 또 궁리해서 겨우 찾아낸 한 마디가 바로 '대중가수'라는 흔하디 흔한 단어 하나일 것이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대중가수'라는데?


무려 50년이다. 남진보다도 데뷔연도로만 따지면 한참 선배다. 하춘화와 비슷한 시기 데뷔한 가수 가운데 아직까지도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가 누가 있는가? 하춘화 연배에서도 드물다. 8500회의 공연이란 하춘화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었을 기록일 것이다. 그만큼 아직도 돈을 지불하고 그녀의 공연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뜻인 것이다. 과연 대중의 관심 밖에 있는 인물의 흉내를 코미디언이 아무리 멋지게 낸다고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나 할까?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하기는 당시에는 장르를 따져 가수를 나누거자 하지 않았다. 팝도 부르고 가요도 불렀다. 트로트도 부르고 샹송이나 재즈도 불렀다. 하지만 역시 하춘화를 관통하는 한 가지를 꼽자면 역시 '민요'가 아닐까? 박시춘의 평가가 매우 적확하다. 어떤 노래를 부르더라도 하춘화의 노래에는 전통의 민요에서 들을 수 있는 구성진 떨림이 있다. 깊은 곳에서 끌어올려 삼키듯 울리는 어쩌면 한국인의 유전자에 각인된 그런 떨림이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느껴진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하춘화가 데뷔한지도 무려 5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그녀의 노래는 아직까지도 노래방에서 젊은 세대들에 의해서도 곧잘 불려진다.


전설이라... 너무 이르지 않을까? 어쩐지 내일쯤 새로운 앨범을 들고 가요프로그램에 모습을 보일 것도 같다. 그러고 보니 벌써 하춘화 역시 선생님이라 불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젊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공백 없이 꾸준히 사람들에게 보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 필자 역시 깜짝깜짝 놀란다. 하춘화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구나. 그러고 보면 작년 문주란이 방송에 오랜만에 모습을 비췄을 때 너무 나이가 든 모습에 잠시 놀라기도 했었다. 꾸준한 가수다. 후대의 평가가 어떻든 대중은 그들과 반세기에 이르는 긴 시간을 함께 호흡해온 그녀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대중가수란 대중과 같은 시대를 살며 함께 호흡하는 존재라 할 때 하춘화만큼 대중가수의 정의에 맞아떨어지는 이도 드물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현역이다. 그녀는 아직 젊다.


이기찬의 '물새 한 마리'는 노래란 어떻게 부르는 것인가를 마치 교과서처럼 보여준 무대가 아니었는가 싶다. 재지한 편곡과 원곡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온전히 자기만의 감성으로 녹여낸 감각은 과연 이기찬다웠다. 퍼포먼스가 주를 이루는 <불후의 명곡2>의 무대에서도 진정 노래 자체에 충실했던 드문 무대가 아니었겠는가. 다만 그런 만큼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것은 있다. 원곡이 주는 느낌과 차별되지도 그것을 뛰어넘지도 못했다. 하지만 노래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집중해 듣게 되는 훌륭한 무대였다.


B1A4의 스타일이 이렇구나 확실하게 각인하게 되었다. '아리랑동동'은 분명 하춘화가 처음 어떤 의도를 가지고 부르기 시작했든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응원가로서 더 많이 불려지고 있는 노래일 것이다. 춤곡인 고고리듬에 실린 민요의 흥겨운 가락은 가라앉았던 기분마저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저도 모르게 들떠서 방방 뛰도록 만드는 노래다. 딱 그에 어울리게 불렀다. 정교하거나 세련되지는 않지만 함께 즐기고자 하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췄다. 객석에 뛰어들기 전 이미 그들은 노래로서 관객과 하나가 되고 있었다. 감탄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격의없는 모습이 계속 반복될 경우 자칫 싼티로 여겨지지 않을까 한 가지 우려가 된다. 무대 자체는 훌륭했다.


화요비는 굳이 말이 필요가 없는 '가수' 그 자체였다. '영암아리랑'이 그렇게 쉬운 노래도 아닐 텐데,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원곡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올곧게 따라간다. 단단하다. 데뷔한지 벌써 12년이 넘어가고 있는 그녀의 음악적 내공이 느껴진다. 노래에만 집중했다. 이렇게도 부르는구나. 하춘화가 떠오르면서도 마지막에는 화요비만이 남았다. 점수가 낮은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아쉬운 부분이 물론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3연승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어쩌면 관객은 하춘화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 것은 아닐까. 그래도 너무 낮은 점수였다.


스윗소로우는 상남자였다. '호반에서 만난 사람'을 이렇게 섬세한 남성만의의 감성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더구나 멤버 가운데 사고로 송우진이 입원해 있고 김영우만이 잠시 병원을 나와 무대에 서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완벽한 하모니를 들려주고 있었다. 남자의 목소리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 남자의 목소리이기에 더 아름답다. 남자의 슬픔은 이렇게도 깊고도 단단하다. 이제는 어떤 노래를 만나든, 멤버가 한 명 부족해도 그것은 곧 스윗소로우의 노래가 된다. 그것은 스윗소로우의 깊이다. 새삼 이 남자들에 주목하게 된다. 그들은 '남자'다.


하우스룰즈의 '잘했군 잘했어'는 청중평가단이 평가를 내리기에 상당히 어려운 무대가 아니었던가 싶다. 노래가 아니다. 무대 자체가 하나의 음악이다. 하춘화의 목소리를 샘플링한 것도, 그 샘플링한 목소리를 배경으로 신나게 뛰어논 것도, 음악이란 단순히 멜로디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굳이 노래를 불러야 노래가 아니다. 하지만 결국 하춘화의 목소리만이 샘플링되어 들려지고 있는 무대란 일반적인 대중의 감수성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것이라 할 수 있다. 무대는 흥겨웠지만 과연 그것을 관객들은 하우스룰즈의 '노래'라 인식하고 있었겠는가. 단지 신기한 퍼포먼스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용감했지만 너무 용감했다. 물론 무대 자체는 훌륭했다. 이런 식의 구성도 가능하구나 새삼 감탄하며 보았었다.


정동하는 항상 필자를 놀라게 한다. 아마 그 점수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내성적이어서 말도 잘 못하고 말을 해도 항상 어눌하다. 그런데 무대에서는 사람이 완전 달라진다. 무대 뒤에서의 정동하가 답답할 정도의 착한 남자 그대로라면, 무대 위에서의 정동하는 남자마저 어느새 가슴이 설레일 정도로 지독한 매력을 뿜어내는 나쁜 남자다. 느끼하다. 부담스럽다. 맞는 말이다. 아마 정동하가 아니었다면 그 평가 그대로 적용되었을 것이다. 목소리까지 감미롭다. 누군가의 말을 빌자면 사람은 누구나 비밀이 있어야 한다.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매력을 느낀다. 과연 정동하는 앞으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세상과 처음 마주한 늑대소년이 이제는 나쁜 남자까지 넘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정동하라는 보컬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는 터라 그의 새로운 변신이 반갑기만 하다. 점수가 높다. 미뤄뒀던 점수를 그에게 몰아준 탓이다. 진부함마저 새롭게 보이는 훌륭한 무대였다. 


그러고 보면 출연가수 면면이 얼마전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거의가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음악역 경륜과 역량을 이야기할 수 있는 가수들이다. B1A4는 그런 구성 가운데 젊음을 패기어린 유치함으로 제대로 자기의 위치와 역할을 확보하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것으로 좋다. 그것은 오로지 그들 또래에서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이기찬과 화요비, 스윗소로우, 부활의 보컬로만 알려졌던 정동하, 하우스룰즈는 <불후의 명곡2>를 넘어 공중파에서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폭을 크게 넓혀주었다. 이런 음악인들도 무대에 오른다. 당당히 경연을 펼친다.


무대 위에서의 정겨움이 때로 질투날 정도로 보기가 좋다. 아무렇지 않게 농담하고 스스럼없이 부딪히고 어울린다. 마치 어딘가에서 개인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듯 격의없는 모습이 또한 '리얼리티 쇼'일 것이다. 순간순간 긴장을 풀어주고, 때로 긴장이 풀어져 있으면 바짝 조여주는 신동엽의 진행은 역시 일품이다. 무대 위에서의 모습이 감동이라면 무대 밖에서는 어느새 긴장을 풀고 마음편히 즐길 수 있다. 그 자체가 또한 하나의 퍼포먼스다. <불후의 명곡2>라고 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전설일까? 예고를 보고 말았다. 이용이다. 80년대 아주 잠깐 영원한 슈퍼스타 조용필마저 누르는 기염을 토하고 어느샌가 잊혀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동안 이용이라는 가수가 보여준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과연 <불후의 명곡2>를 통해서는 이용이란 어떻게 그려지게 될 것인가. 어떤 모습으로 후배들을 통해 보여질 것인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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