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아티스트의 차이는 무엇일까? 참가자 남주희에게 마치 프로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주희는 이미 프로다. 시크라는 팀으로 벌써 2010년에는 싱글도 냈었고, 나름대로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2011년에는 KBS의 밴드서바이벌 프로그램 <TOP밴드>에 출연해서 생방송무대까지 진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마추어일 뿐이다.
연예인이란 아티스트와 미디어의 합성어다. 아티스트란 연예인에서 미디어를 뺀 것이다. 지금도 홍대 인디씬에서는 많은 음악인들이 자기만의 독창적인 음악으로 무대에 올라 대중과 만나고 있다. 그들의 음악을 좋아해서 즐겨듣는 팬들도 있다. 굳이 인디씬이 아니더라도 단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음악을 직업으로 삼아 무대에 서는 이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들을 굳이 연예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단지 음악인일 뿐이다.
<위대한 탄생3>와 같은 오디션프로그램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과거에는 아티스트가 있으면 대중이 그들을 찾아갔다. 굳이 미디어의 힘을 빌지 않더라도 좋은 노래가 있으면 알음알음 찾아듣고, 훌륭한 음악인이 있으면 발품을 찾아 그 음악을 듣곤 했었다. 진정한 음악인은 방송을 멀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믿던 시절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러한가. 예능에 출연해서 사람들을 웃겨주지 않으면 그런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대한 탄생3>에 멘토로 출연중인 김태원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한국 록음악의 황금기를 열었던 밴드였다.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팔아치운 밴드 가운데 하나이며, 또한 가장 오랜 밴드이기도 하다. 히트곡도 많다. 여전히 그들의 많은 노래들이 사람들 사이에 불려지고 들려지고 있다. <위대한 탄생>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곧잘 선곡된다. 하지만 리더 김태원 이하 그들 '부활'이라는 밴드는 철저히 무명인 채였다. 방송에 잘 얼굴을 비추지 않으니까. 방송에 나와 재미있게 해주지 않으니까. 더구나 나이까지 많다.
그러다가 김태원이 고집을 꺾고 예능에 출연해서 '국민할매'니, '국민시체'니, '할마에'니 하는 별명들을 얻기 시작하자 부활도 역시 다시 부활하기 시작한다. 대중이 그들의 음악을 찾아듣는다. 그들의 음악이 좋아서 뒤늦게 팬이 된 이들도 있다. 공연장까지 찾아간다. 그동안에도 부활은 30년 가까운 세월을 한결같이 음악을 해왔건만 이제서야 대중은 호들갑스럽게 그들을 찾는다. 미디어의 힘이다. 미디어가 부활을 다시 살려냈다.
아마추어 위주로 출연하던 KBS의 밴드서바이벌 <TOP밴드>의 시즌2에 이른바 네임드라 불리우는 밴드들이 대거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미디어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대중은 더 이상 음악을 찾아듣지 않는다. 제발로 먼저 아티스트를 찾아가지도 않는다. 아티스트가 먼저 대중을 찾아가 음악을 들려주지 않으면 안된다. 바로 그 과정에 미디어란 존재한다. 미디어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대중은 더욱 미디어에 의존적이 되어가고, 대중과 만나고자 하는 모든 것은 미디어를 통하지 않으면 않게 된다. 물론 과거에도 그런 경향은 있었지만 미디어가 고도로 발달한 최근들어 그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프로데뷔를 목표로 하는 아마추어들이 굳이 미디어가 제작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자 하는 이유일 것이다. 심지어 이미 음반을 내고 활동중인 이들마저 오디션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춘다. 그들은 철저히 아마추어 취급을 받는다. 단지 지망생일 뿐이다. 미디어가 지배하는 세상에 아직 미디어의 세례를 받지 못한 그들은 아직 애벌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대중으로부터 인정받고, 그리고 선택받는다. 그것만이 그들이 음악인으로서 대중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셈이다.
좋은 자질을 가진 참가자들이 많이 보인다. 거의 프로수준이다. 예전 같으면 데뷔를 하고도 남았다. 어딘가 언더그라운드의 무대에서 대중들에 자신을 선보이고 서서히 실력과 인지도를 쌓아갈 것이다. 무대를 알고 음악을 알고 대중을 알아갈 것이다. 굳이 방송에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그들은 스타였다. 하지만 더 이상 그같은 통로는 남아 있지 않다. 그들은 아마추어이고 지망생들이다. 미디어까지 가세한 기성의 명성 앞에 그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개성들이 보인다. 물론 심사위원들 자신도 충분히 고려해소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합격자를 골라냈을 것이다. 하지만 저 가운데서도 결국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생방송에 가보지도 못하고 탈락하고 말 것이다. 생방송에 가서도 그들의 재능과 개성, 열정이란 단지 숫자로서 계량될 것이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시대가 이미 그렇다.
진정 스타가 될 재능과 자질을 골라내는 스타오디션이 되기를. 스타탄생의 장이 되기를. 그래서 좁으나마 의미있는 통로가 되어 줄 수 있기를. 거대기획사들에 의해 주도되는 대중음악계에 작으나마 다양한 개성들이 더해지고 그 가운데 또다른 희망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물론 개인의 힘이란 미약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역사란 바로 그런 개인에서 시작되었다.
내내 귀가 즐거웠다. 누구라 특정할 수 없이 하나같이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다. 아마추어의 무대가 갖는 매력이다.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열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무대와 노래들이 거칠면서도 솔직한 직구로서 다가온다. 솔직해서 좋다. 자기 목소리를 내라. 동의하는 이유다. 지금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다.
좋은 재능과 음악에 솔직하게 감동할 줄 아는 심사위원들의 모습들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심사위원이다. <위대한 탄생3>의 요청을 받고 심사위원이 되었다. 그럼에도 좋은 재능과 음악에는 음악인으로서 솔직하게 반응할 줄 안다. 천상 음악인들이다. 그토록 오래 현업에 있었으면서도 순수를 잃지 않는다. 진정한 프로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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