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민주당 관계자가 이 글을 읽을지 어떨지는 나로서는 모르겠다. 아마 모르고 지나치기 쉬울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쓸 수밖에 없는 것은 글로밖에는 소통할 수 없는 소시민의 한심함일 것이다.
민주당이 과연 이번 대선에서의 패배를 딛고 다음을 기약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일신하여 거듭나는 모습을 유권자에게 보여주고 동의를 얻을 수 있으면 된다. 어떻게?
먼저 유권자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새누리당에 진 것이 아니다. 유권자에 진 것이다. 박근혜에게 진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에 진 것이다. 유권자에게 졌다고 해서 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부모에게 혼이 났다고 친동생을 내쫓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여상하게 행동한다. 책임을 통감하되 그 책임을 유권자의 뜻에 따른 당선자에 대한 지지로써 보여준다.
물론 자신들을 지지한 48%의 유권자에 대한 배려도 있을 것이다. 후보자 개인이든 아니면 단지 여당과 당선자가 싫어서였든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자신들을 지지해주었다. 아무리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그들이 지지한 후보를 책임을 물어 배제한다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당선자를 지지한 유권자에게는 그들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패배한 자신들을 지지한 유권자들에게는 그에 대한 고마움을. 책임을 묻는 것은 그 다음에 그것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쟁에서 진 것이 아니다. 패장의 목을 베는 것은 전제사회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면 굳이 지휘관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더불어 대선과 총선 모두 네 번에 걸친 연이은 패배는 결국 국민들의 뜻이 민주당이 있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의 패배와는 다르다. 그때는 겨우 한 번 패했을 뿐이었다. 두 번 연속으로 패하고 나면 더 이상 민주당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정부와 대립하며 반대투쟁을 하는 것이 지난 정부에서는 가능했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힘들 것이라는 이유다. 겸허해져야 한다. 새누리당의 승리를 인정하고 국민의 뜻을 쫓아 적극적으로 새누리당과 당선자가 추진하는 국정에 충실히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승자는 새누리당이고 박근혜 대통령당선자다. 유권자의 선택을 믿는다.
그것은 다분이 정략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잘한다면 민주당은 그에 묻어가게 된다. 새누리당이 실패한다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무엇보다 허구헌날 싸우기만 하다는 오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제 남는 것은 정책 뿐이다. 실정이 있다면 기회를 노려 선명하게 각을 세움으로써 정책대결을 유도한다. 무책임한 정치싸움이 아닌 정책의 대결임을 각인시킨다. 만일 민주당을 철저히 정치에서 배제하려 한다면 그마저도 받아들인다. 단지 국민의 뜻에 따라 새누리당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히 던진다. 패배를 수용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더 이상 구태에 머물지 않는 세련됨이 있다.
세련되다는 것은 무엇인가. 쿨하다는 것이다. 너무 열심일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깔끔하고 산뜻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성적이고 그리고 치열하다. 치열하다는 것과 열심인 것과는 또 다르다. 엄정한 군기가 바로선 군대는 굳이 고함을 지르지도 과장된 몸짓으로 용기를 일깨우지도 않는다. 그저 훈련받은 그대로 천천히 앞으로 전진할 뿐이다. 차라리 그보다는 민주당 스스로 각계의 인사들을 끌어들여 토론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끊임없이 토론하고 또 토론함으로써 그 안에서 대안을 찾는다.
과거와 같은 야당으로서는 안된다. 야성이란 더 이상 과거와 같아서는 안된다. 새누리당이 만든 판에 스스로 끌려들어가려 해서도 안된다. 때로는 유권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영리함도 필요하다. 존중한다는 것은 모든 책임을 상대에게 맡긴다는 뜻도 된다. 쿨하게. 세련되게. 그러면서도 치열하게. 문재인이 이선으로 물러나 그러면서도 정치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래서 참으로 보기에 좋을 것이다.
참으로 우려스럽다. 대선패배 이후의 민주당은. 수명이 다한 것일까?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애증의 대상이다. 가장 싫어하는 정당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가장 싫어하지는 않는다. 안타깝다.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장실서 담배피는 몰상식함... (0) | 2013.01.25 |
---|---|
이성이란... (0) | 2013.01.09 |
선거와 승복의 의미... (0) | 2012.12.22 |
총선과 대선의 결과, 민주당이 대북정책을 바꾸어야 하는 이유... (0) | 2012.12.20 |
18대 대선, 최초의 과반과 최초의 여성대통령 박근혜 당선자를 환영하며... (0) | 2012.12.20 |